1│구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 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압도적인 회사는 단연 구글이다. 구글은 2016년 이세돌 9단을 능가하는 바둑 천재 ‘알파고’를 선보여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알파고는 바둑판에 돌이 놓인 각 위치를 질문으로 만든 후 특정 수를 가지고 해답을 제시하는 ‘지도학습’ 과정과 셀프 대국을 통해 예측의 정확성을 끌어올리는 ‘강화학습’ 과정 등을 통해 범접 불가능한 바둑 실력을 쌓았다.

알파고를 만든 건 2014년 구글이 사들인 영국 딥마인드다. 구글은 딥마인드 외에도 다양한 AI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독보적인 AI 왕국을 구축했다. 구글이 2013년 인수한 DNN리서치는 음성과 이미지 인식 전문 스타트업이다.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예전보다 말귀를 잘 알아듣게 된 건 구글이 자연어 처리 전문 스타트업 API.ai에 투자한 덕분이다. 사용자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일정 관리를 수월하게 하고, 크고 작은 질문에 대한 답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구글 포토, 구글 번역, 구글 렌즈 등 구글의 거의 모든 서비스 중심에는 AI가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AI는 전기나 불보다 심오하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구글은 연구 조직인 구글 리서치의 이름도 2018년 5월 ‘구글 AI’로 바꿨다. 구글의 이 같은 AI 특급 대접은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을 비롯해 피터 노빅, 제프 딘 등 내로라하는 AI 전문가들이 구글로 들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2│IBM

지금은 구글의 아성에 살짝 밀린 상태지만, IBM은 AI의 역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 온 기업이다. AI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1956년 미국 뉴햄프셔 하노버 다트머스대에서 열린 하계 세미나다. 당시 행사를 기획한 인물은 존 매카시와 마빈 민스키 그리고 IBM 정보 연구소 소속 나다니엘 로체스터였다. 1959년에는 IBM의 아서 사무엘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머신러닝의 전신인 셈이다.

1997년 러시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슈퍼컴퓨터 딥블루, 2014년 퀴즈쇼 ‘제퍼디!’에 참가해 2명의 인간 챔피언을 가볍게 물리친 왓슨 등도 모두 IBM의 작품이다. 이후 IBM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인간과 토론을 벌일 수 있는 AI 컴퓨터 프로젝트 ‘디베이터’를 추진하기도 했다.

IBM의 AI 서비스를 마케팅에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와 협업이 있다. 언더아머의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언더아머 레코드’는 IBM 왓슨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인간 트레이너에게 관리받는 것처럼 언더아머 레코드로부터 적정 운동, 수면 시간과 영양분 권장 섭취량을 추천받을 수 있다.


1 한 사용자가 LG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고 있다. / 2 IBM ‘왓슨’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 사진 블룸버그 / 3 한 여성이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 4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있는 무인 상점 ‘아마존 고’ 앞에 관광객들이 서 있다.
1 한 사용자가 LG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고 있다. 
2 IBM ‘왓슨’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 사진 블룸버그 
3 한 여성이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4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있는 무인 상점 ‘아마존 고’ 앞에 관광객들이 서 있다.

3│애플

애플이 아이폰의 음성인식 AI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Siri.Inc를 사들인 게 2010년이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인텔 등보다도 이른 시기였다. 하지만 이후로는 AI 스타트업 인수 소식이 뜸했다. 애플이 다시 AI 덩치 키우기에 나선 건 2013년이 지나면서다. 노바우리스 테크놀로지, 보컬IQ, 캐치닷컴, 퍼셉티코, 래티스 데이터 등을 쉬지 않고 인수했다. 인수 대상 기업의 강점을 살펴보면 애플이 자사 제품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M&A에 나섰다는 걸 알 수 있다.

애플의 노력은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의 세계적인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에어팟·앱스토어·애플TV 등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다. 2019년 한 해 동안 애플 주가는 85% 넘게 올랐다. 시가 총액은 1조35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월가 전문가 사이에서는 애플 시총이 2021년 말 2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아마존

아마존 역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망한 AI 스타트업을 공격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아마존을 대표하는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는 2013년 인수한 에비 테크놀로지 기술에서 진화한 것이다. 아마존은 머신러닝 전문기업 시멘티카 랩스를 추가로 인수해 알렉사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아마존의 주요 사업군을 떠올려 보면 이 회사가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전자상거래의 경우 아마존이 보유한 어마어마한 고객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아마존 매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웹 서비스(클라우드 서비스)도 AI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AI라는 기술에는 넉넉한 데이터 저장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마존닷컴의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고객의 구매 정보와 AI를 접목해 실시하는 맞춤형 광고 비즈니스는 IBM 전체 매출보다 크다. 미국에서는 5000만 가구가 알렉사를 사용한다.


5│중국 AI 굴기

중국 IT 대기업을 미국 기업과 나란히 세우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다. AI 분야에서도 미국에 맞먹는 중국의 힘은 여전하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자본의 AI 스타트업 투자 유치 비중은 2016년 11%에서 2017년 48%로 1년 새 급증했다. 38%인 미국마저 넘어선 것이다. AI 육성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화웨이는 2021년까지 AI 개발자 100만 명을 양성하고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샤오미는 AI를 포함해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등에 향후 5년간 500억위안(약 8조4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센스타임, 이투테크놀로지, 메그비 등 AI 안면인식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중국 스타트업은 진작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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