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전문의보다 유방암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AI를 개발한 구글 헬스 연구진이 ‘이코노미조선’ 독자에게 선보일 사진을 직접 촬영해 보냈다. 왼쪽부터 다니엘 체 프로덕트 매니저, 시라브야 세티 테크니컬 리드, 바룬 갓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캇 메이어 맥키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마신 시에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진 구글 헬스
인간 전문의보다 유방암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AI를 개발한 구글 헬스 연구진이 ‘이코노미조선’ 독자에게 선보일 사진을 직접 촬영해 보냈다. 왼쪽부터 다니엘 체 프로덕트 매니저, 시라브야 세티 테크니컬 리드, 바룬 갓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캇 메이어 맥키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마신 시에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진 구글 헬스

구글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업이다. 10여 년 전부터 AI 연구를 본격화한 구글이 AI를 통해 이루려는 목표 중 하나는 인류의 중대한 과제 해결을 돕는 것. 최근 구글의 헬스케어 연구 조직인 ‘구글 헬스’가 의사보다 정확한 유방암 진단 능력을 갖춘 AI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연구에서 구글 헬스는 영국인 2만5856명, 미국인 3097명의 유방 조영술 영상을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이후 인간 전문의 6명과 AI의 진단을 비교했다.

결과는 AI의 승리였다. AI가 유방암이 아닌 여성을 암이라고 오진한 비율은 인간보다 각각 5.7%(영국인), 1.2%(미국인) 낮았다. 반대로 암인데 암이 아니라고 판단한 비율도 AI가 사람보다 각각 9.4%, 2.7% 낮았다. 이 연구 성과는 올해 1월 1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미 급성 신부전, 당뇨병 망막증, 폐암 등의 영역에서 AI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낸 바 있는 구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구글은 진정 AI로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까. 구글 헬스에 이메일 인터뷰를 청했다. 이 회사의 시라브야 세티 테크니컬 리드와 다니엘 체 프로덕트 매니저가 대화에 응했다.


매년 2억5000만 명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 구글은 AI 기반의 홍수 긴급 알리미를 제공한다. 사진 구글
매년 2억5000만 명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 구글은 AI 기반의 홍수 긴급 알리미를 제공한다. 사진 구글
구글은 동물 움직임·소리 등의 정보를 분석해 멸종 위기 동물을 관찰한다. 사진 구글
구글은 동물 움직임·소리 등의 정보를 분석해 멸종 위기 동물을 관찰한다. 사진 구글
태국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안구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구글
태국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안구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구글

많은 질병 가운데 유방암을 연구 주제로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영국 보건의료시스템(NHS)과 미국 암학회(ACS)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8명 중 1명이 사는 동안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비율로 치면 12.5%나 된다. 그런데 유방암은 높은 미탐지율과 오탐지율로 악명이 높다. ACS에 따르면 유방암의 20%는 제대로 발견되지 않는다(미탐지). 또 10년간 매년 유방암 촬영을 한 여성의 50%가 허위 양성(오탐지)을 경험한다. 사람이 유방 조영술로 암 발병 여부를 판단하는 현 방식에 허점이 많다는 의미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매년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기에 AI가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연구를 시작했다.”

인간 전문의보다 AI의 진단 정확도가 높게 나온 비결은 무엇인가.
“많은 정보 사이에 숨어있는 패턴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딥러닝(심층학습) 기술 덕분이다. 방대한 데이터 더미를 학습하고 동시에 활용 가능한 정보를 신속히 뽑아내는 딥러닝이 유방 조영술 이미지에서 암을 찾아낼 때도 탁월한 실력을 뽐낸다. 유방 촬영 사진은 4개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구성된다. 구글 헬스 AI는 이 네 가지 이미지 정보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이번에 인간 의료진은 환자의 병력과 이전 유방 촬영 소견 등을 고려해 유방암 진단을 내렸다. 반면 AI 시스템은 추가 정보 없이 가장 최근의 유방 촬영 사진만으로 분석했다. 그런데도 더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전 연구 성과가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그렇다. 의료 데이터는 다루기 어렵고 골치 아플 때가 많다. 구글 헬스와 공동 연구자들은 비(非)식별 데이터 뭉치의 행간을 읽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연구 경험은 큰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는 AI를 사용해 환자의 급성 신부전을 최대 48시간 먼저 예측하거나 흉부 엑스레이에서 인간 전문의의 육안보다 5% 더 많이 폐암을 탐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구글 헬스는 환자 1만5000명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4만2290장을 AI 스스로 학습하도록 한 뒤 의사와 AI의 폐암 진단 능력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구글 AI의 폐암 진단율 정확도는 인간 전문의 6명보다 5% 높았다. 오류는 11% 낮았다.

이번 유방암 관련 성과를 실제 치료 현장에 적용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아직은 상용화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의료진과 긴밀히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후속 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선 연구 중 상용화한 사례도 있나.
“당뇨병성 안구 질환 유무를 판단하는 AI 모델이 인도와 태국 의료계에 적용돼 활약 중이다. 현재 4억1500만 명에 이르는 당뇨병 환자가 실명 원인 가운데 하나인 당뇨병 망막증 위험군에 속한다. 당뇨병 망막증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인도·태국 등에 관련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미국과 인도 지역 안과 전문의 54명이 3~7회에 걸쳐 판독한 영상 12만8000개를 기반으로 AI가 당뇨병 망막증 증상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그 결과 인간 의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질병 유무를 가려내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언젠가는 AI가 질병 진단 업무를 전적으로 맡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보나.
“AI가 의사를 돕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의사는 AI 덕에 진료 부담을 줄이고, 환자는 완치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구글 헬스의 목표는 스크리닝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환자의 대기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분명한 건 AI가 헬스케어 연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 간행물 사이트 ‘아카이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관련된 의료 연구 논문 수는 그 이전보다 60배 증가했다.”

구글이 AI를 통해 궁극적으로 그리는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구글이라는 기업의 목표인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구글 헬스에 속한 하드웨어·애플리케이션(앱) 등 각계 전문가는 의료 분야 전문가와 의기투합해 우리가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번에 증명한 대로 AI는 구글 비전 달성의 필수 도구다. 우리는 앞으로도 성과를 공개하고, 외부와 협력하고,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구글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앞다퉈 투자하게 만드는 AI의 가치는 뭘까.
“AI는 의료뿐 아니라 정말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구글의 경우만 봐도 AI를 적용해 장마 기간에 홍수 예측 정확도를 개선하거나 멸종 위기 동물을 관찰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일, 산림 내 산불 취약 구역을 찾아내는 일, 울음 소리를 분석해 아기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일 등에도 AI가 쓰인다. 미래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AI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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