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장례 산업 박람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된 서비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7년 6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장례 산업 박람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된 서비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나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로 죽고 싶다. (중략) 막상 시작해보니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모아뒀던 물건을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각본을 쓸 때 자료로 쓰려고 신문 기사 스크랩을 많이 해뒀는데 모두 폐기했다. (중략)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던 일기도 아흔 살이 됐을 때 그만뒀다.”

1925년에 태어나 올해 95세가 된 일본인 여성 하시다 스가코의 책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하시다는 1983년 NHK에서 방영된 일본 국민 드라마 ‘오싱’을 집필한 스타 작가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오던 그가 인생 말년에 신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하시다는 모든 유산을 문화재단에 기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쓰고, 원고·편지·책·문서 등도 남김없이 기증하거나 버렸다. 집필 작업 은퇴를 공식 선언하고, 120개나 되던 핸드백도 죄다 재활용센터에 팔았다. 세상에 올 때처럼 갈 때도 빈손을 유지하겠다는 듯 강렬한 기세다. 하시다는 임종 준비를 무려 2년 동안 지속했다.

하시다의 이런 행동은 일본의 ‘슈카쓰(終活·임종을 준비하는 활동)’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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