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한산한 중국 상하이의 금융지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월 3일 한산한 중국 상하이의 금융지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2006년 미국과 중국을 ‘주요 2개국(G2·Group of 2)’이라는 용어로 처음 지칭했다. 두 나라가 앞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G2는 현실화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중국과 무역 분쟁에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본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매섭다는 뜻이다.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의 파급력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수많은 인구에 더해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활동을 멈추자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의 폭발력이 커진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 인구수 세계 1위(약 14억 명), GDP 세계 2위(약 14조2000억달러) 국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가 처음으로 1만달러를 돌파했다.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제이미 러시와 톰 오를릭은 “2003년 중국 GD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7%로 급증했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가 세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의 파급력도 과거보다 대폭 커졌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워릭 맥키빈 호주 캔버라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적인 비용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400억달러(약 47조원)의 네 배에 달하는 최대 1600억달러(약 190조원)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17년간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은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 GDP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2월과 3월 신종 코로나의 감염률이 현저히 둔화한다는 가정하에 올해 세계 총생산(국가별 GDP의 합계)이 0.1~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경제전문가인 얀 하치우스는 2월 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빠르게 수습되느냐에 달렸다”라며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파장을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1월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에게 신종 코로나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경제적 영향을 정량화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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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홍콩의 한 식당 밖에서 고객이 입장을 위해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월 1일 홍콩의 한 식당 밖에서 고객이 입장을 위해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 연간 6%대 경제 성장 목표도 흔들

중국 경제의 성장은 1980년대 개혁·개방 정책에 힘입었다.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부 해안 지방에 경제특구를 마련해 경공업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는 소위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과 비슷한 경로의 발전이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어 1990년대를 전후해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는 내륙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중공업과 하이테크 산업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이때다.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할 때, 중국 정부는 거대한 시장을 이용해 외국 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유치했다. 이런 방법은 자동차에서 두드러졌다. 처음에 만들어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합작사였지만, 기술 낙수효과로 2000년대 들어 중국 고유 모델들이 나왔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기술집약적 제품들은 처음에는 기술적 소화가 미흡해 여러 문제점을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중국의 2017년 경제 규모는 일본의 2.5배에 달했으며 미국의 66% 수준이다. 이는 1980년 냉전 시대 소련과 미국의 경제 규모 차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 쇼크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로 2005~2011년 수출 및 투자 주도형 성장인 ‘바오빠(保八·연간 8%대 GDP 성장)’, 2012~2016년 소비 주도형 성장의 ‘바오치(保七·연간 7%대 GDP 성장)’를 지나, 2017년부터 바오류(保六·연간 6%대 GDP 성장)를 이어 가겠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이 올해 어그러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샤오캉(小康·모두가 편하고 풍족함)’ 사회 달성과 올해 말까지 2010년 GDP의 10배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었다. 지난해 말 기준 목표의 94.1% 수준에 도달했으며 올해 5.9% GDP 성장률을 달성하면 이는 실현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에 따라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5.5% 수준으로 예측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정부 계획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 셈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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