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둥펑 푸조-시트로엥 제조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3년 10월 1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둥펑 푸조-시트로엥 제조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2030년 세계 인공지능(AI) 최강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의한 감염 확산이 제조업을 강타하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崛起·우뚝 섬) 야심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中国制造) 2025’ 전략을 앞세워 세계 제조 선두 그룹 진입을 목표로 한다. 중국제조 2025는 전통 제조 공정에 반도체,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싼 임금에 의존해 키웠던 제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진원지 우한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경제 활동이 위축하자 이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속도를 추월한 지 오래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태국, 일본,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대부분 중국 지방정부가 기업들에 2월 9일까지 가동 중단 명령을 내렸고,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은 2월 13일까지로 춘제 연휴를 연장했다. 이후 조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섣불리 조업을 재개했다가는 오히려 전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기술 굴기 위기설이 나오는 것은 우한과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이 중국 제조업에서 담당하는 역할 때문이다. 후베이성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비교적 작지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8년 후베이성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241만 대로 중국 전역의 8.7%, 에어컨 생산 대수는 1842만 대로 9.0% 수준이다.

특히 중국 내륙 교통의 요충지 우한은 소재, 자동차, 첨단 기술 등 다양한 산업이 모이는 전략 도시다. 중국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과 AI 개발 거점, 대규모 소재 업체 등이 있다. 또 우한에만 500개 이상의 자동차 부품 업체가 조업 중이다. 중국제조 2025의 전초 기지인 셈이다. 그러나 1월 23일 정부가 우한을 봉쇄한 이후 봉쇄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휴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과 물류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 국가 장기 전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업체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YMTC(양쯔메모리)다. 국영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의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YMTC는 우한에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과 본사를 두고 있다. 토종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데다, 지난해부터 64단 낸드플래시를 처음 생산하며 삼성전자(90단)와 SK하이닉스(128단) 등 메모리 반도체 강자와의 격차를 줄여왔다. 2018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 공장을 방문했는데, 이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ZTE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시 주석의 방문은 수입산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반도체 굴기 의지로 해석됐다. 현재 YMTC는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소재·장비 조달과 물류를 지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당장 생산과 물류에는 차질이 없지만, 문제는 공장 증설이다. 회사는 올해부터 12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위해 2분기 생산라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증설에 필요한 장비 확보가 중단되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장비 반입이 늦어질수록 양산 일정은 더 뒤로 밀린다.

5G(5세대 이동통신) 굴기의 핵심인 통신 장비도 직접적인 피해가 거론되는 분야다. 우한에는 통신 장비의 핵심 소재인 광학 부품 제조사가 많다. 현지에서는 관련 업체가 모인 지역을 ‘광학 밸리’로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업체가 광섬유를 생산하는 양쯔광직광남, 광신과기, 파이퍼홈 통신기술 등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이들이 생산하는 광학 부품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급이 중단될 경우 중국의 5G 통신망 구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업종의 타격도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의 55%를 담당하고 있다. 그중 우한에는 BOE, 차이나스타(CSOT), 티안마 등 주요 제조사 5개의 LCD·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이 있다. 물류 제한으로 장비 반입이 중단되면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감소한다. IHS마킷은 “2월 중순까지 중국 디스플레이 공장의 설비가동률이 10~20% 정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주요 제조사들은 이미 단기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고 분석했다.


기술 굴기의 핵심 중국제조 2025 흔들리나

우한은 중국 최대 국영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둥펑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둥펑은 우한뿐만 아니라 근처 도시 스옌, 샹양 등에서 상용차와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둥펑은 닛산, 혼다, 푸조-시트로엥, CATL 등 해외 기업들과도 현지에 자동차, 배터리 합작사를 갖고 있다. 혼다는 최소 2월 14일까지 현지에서 운영하는 3개 공장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닛산 역시 중국 현지에서 운영 중인 5곳의 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제조 2025에 해당하는 핵심 산업군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 업종 전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해외 업체 주문이 몰리는 3~4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태가 악화하면 고객사는 중국 기업에 주문을 넣는 대신 동남아 등 중국 외 제조 기지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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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 중국 정부의 제조업 전략 청사진.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처음 언급한 후 그해 5월 중국 정부가 공식 선포했다. 중국을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핵심 소재·부품 40%, 2025년까지 70%를 자급자족하고 2035년엔 독일·일본을 제친 뒤,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로봇, 항공우주, 선진 철도, 친환경 에너지, 전력, 농업 기계, 신소재, 바이오, 해양 장비·첨단 선박 등 10개 분야를 전략 산업으로 삼았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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