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트롯에이드’ 미션에서 ‘뽕다발’ 팀(왼쪽)과 ‘패밀리가 떴다’ 팀(가운데)이 공연을 선보이는 가운데, 관객들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TV조선
미스터트롯 ‘트롯에이드’ 미션에서 ‘뽕다발’ 팀(왼쪽)과 ‘패밀리가 떴다’ 팀(가운데)이 공연을 선보이는 가운데, 관객들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트로트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면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트롯)은 방송·가요계의 판도를 바꿨다. 결승전을 앞둔 미스터트롯은 2월 20일 최고시청률 30.4%를 기록하며, 전작인 미스트롯의 최고 시청률 18.1%를 뛰어넘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노년층의 전유물’이나 ‘촌스럽고 유치한 음악’이라고만 인식됐던 트로트의 반전이다.

미스터트롯 방영 이전 방송가에서는 “미스터트롯이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미스트롯의 흥행에 첫 무대부터 ‘한 많은 대동강’을 열창하며 정통 트로트의 후계자임을 증명한 송가인이 차지하는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송가인과 같은 대형 신인이 다시 나오지 않는 한, 미스터트롯의 성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미스터트롯은 한 명의 송가인이 아닌, 수십 명의 ‘미스터트롯 스타’를 배출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인 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 등은 이미 만 명 단위의 팬클럽이 결성됐고, 아이돌 팬클럽 못지않은 활발한 응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바이벌 생존자뿐만 아니라 탈락자인 박서진·노지훈·차수빈 등도 방송·공연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미스터트롯의 대항마로 각 방송국이 내놓은 트로트 프로그램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부 트로트 서바이벌을 표방한 MBN ‘트로트퀸’은 4%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3%초반대 시청률로 끝났고, ‘나는 가수다’를 계승한 MBC에브리원의 ‘나는 트로트가수다’는 1%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는 상황. 이런 부진은 트로트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듣는 트로트’에서 ‘보는 트로트’로

미스터트롯은 미스트롯과 달리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로 볼거리를 늘렸다. 먼저 그동안 각종 방송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트로트 신동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신동부를 새로 만들었다. 김수찬·이찬원·정동원·홍잠원 등 신동부 참가자들은 세월이 지나 더욱 숙성한 재능을 뽐냈다. 대학부에서는 케냐 유학생 프란시스가 나와 한국인 못지않은 흥겨움으로 ‘화개장터’를 불렀다.

직장부에서는 복면을 쓰고 출연한 ‘삼식이’가 화제를 모았다. 18년 차 실력파 가수 ‘JK김동욱’으로 추정되는 삼식이의 무대는 마치 2018년 힙합계를 휩쓴 ‘마미손’을 연상시켰다. 삼식이는 “결승전에서 정체를 밝히겠다”고 약속했지만, 본선 1차전에서 탈락하면서 그 정체가 영영 미제로 남았다. 참가자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나태주의 태권도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여심을 ‘격파’했고, 신인선은 다리털까지 제모한 에어로빅 트로트로 무대를 갈아엎었다.

화려한 볼거리 뒤에는 풍성한 들을거리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수준 이상의 정통 트로트를 열창했고, 그중 ‘막걸리 한잔(영탁)’ ‘태클을 걸지 마(김호중)’ ‘아침의 나라(임도형)’ ‘진또배기(이찬원)’ 등 여러 곡은 조회 수 백만 단위를 넘기는 ‘무한반복 곡’이 됐다.

미스터트롯의 백미는 ‘팀 미션’이었다. ‘성 상품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스트롯의 군부대 미션과는 달리 미스터트롯의 기부금 팀 미션 ‘트롯에이드’는 재미뿐만 아니라 공익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바탕 즐겁게 공연을 즐긴 관객들이 현장에서 낸 기부금은 실제로 초록어린이우산재단에 전달됐다.


방송가에서는 ‘나는 트로트가수다(MBC에브리원)’ ‘트로트퀸(MBN)’ ‘트롯신이 떴다(SBS)’ 등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경합하고 있다. 사진 MBC에브리원
방송가에서는 ‘나는 트로트가수다(MBC에브리원)’ ‘트로트퀸(MBN)’ ‘트롯신이 떴다(SBS)’ 등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경합하고 있다. 사진 MBC에브리원

스타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미스터트롯

기본적으로 남성 가수에 대한 팬덤(fandom·열성 팬)이 여성 가수 팬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도 ‘미스터트롯 스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00년대 들어 장윤정·홍진영 등 여성 트로트 가수의 약진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40년 넘는 세월 동안 공연 티켓 매진 행렬을 이어온 트로트 4대 천왕, 태진아·송대관·현철·설운도에겐 아직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남성 트로트 가수의 경우, 박현빈 정도를 빼면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덕질을 할 대상이 없는 교착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점인데, 미스터트롯이 이를 깨뜨릴 것으로 기대된다.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를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남자 가수의 팬덤 파워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즌 1을 통해 데뷔한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활동 기간 10개월 동안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반해, 시즌 2의 보이그룹 ‘워너원’은 1년 6개월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plus point

[Interview] 강인석 TSM엔터테인먼트 대표
“다시 불붙은 트로트, ‘넥스트 스텝’ 기대해”

12년 차 아이돌 연습생 ‘설하윤’은 2015년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태연의 ‘들리나요’를 열창했다. 수많은 기획사의 러브콜 가운데서, “트로트 가수를 해보자”는 강인석 TSM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제안은 이색적이었다. 강 대표에게 트로트 열풍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현 상황은 감회가 남다르다. 이전엔 ‘연예인 설하윤’을 홍보해야 했지만, 이제는 ‘트로트 가수 설하윤’을 찾는 곳이 많아졌다. ‘이코노미조선’은 2월 24일 서울 목동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트로트의 달라진 위상이 어떻게 체감되나.
“방송이나 행사 섭외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젊은 피’가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확 체감된다. 예전엔 트로트로 데뷔하는 젊은 가수는 다른 장르를 준비하다 잘 안 돼 방향을 트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금은 처음부터 ‘트로트 연습생’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꽤 생겼다.”

미스·미스터트롯의 영향이 컸나.
“송가인은 트로트계에서 전례가 없던 슈퍼스타가 됐다. 다만 송가인 한 명만 돋보이는 결과에 그쳤다는 것이 미스트롯의 한계다. 어떻게 보면 업계와 소비자 모두 미스트롯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 가지 못한 것이다. 반면 미스터트롯은 사전 준비를 하고 들어간 케이스다. 우승 후보급 참가자들은 이미 송가인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시장에 그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로트 열풍이 오래 지속하려면.
“결국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히트곡’이 나와야 한다. 2009년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이후로 히트곡이 확 줄었다. 트로트 가수와 팬층 모두 너무 고령화했다는 것도 요인이지만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변화한 음원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다. 트로트 소속사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체계적이지 않아 ‘총공’을 펼치는 대형 기획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앞으로 업계가 나아갈 방향은.
“미스터트롯의 참가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공하고, 다양한 경로로 ‘트로트가 들리게’ 해야 한다. 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참가자도 필요하고 예능에서 활약하는 참가자도 있어야 한다. 다행히지금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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