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은 데뷔 12년 차 트로트 가수다. 늘 갓 데뷔한 듯한 상큼한 외연으로 내공 가득한 무대를 보여주는 반전이 홍진영의 필살기다.

‘흥’ ‘긍정’ ‘에너지’ ‘활력소’ 등 홍진영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밝지만, 그에게도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20대 초 그는 넘치는 끼를 배우와 걸그룹에서 담아내려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대학로의 한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가요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 데뷔 기회를 노렸으나 여러 차례 무산됐다. 2007년 그룹 ‘스완’으로 데뷔했지만 몇 달 만에 활동을 접었다. 방황하던 그를 정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트로트다. 2009년 첫 솔로앨범 ‘사랑의 배터리’를 발표하자마자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엄지 척’ ‘산다는 건’ ‘부기맨’ ‘따르릉’ ‘오늘 밤에’ 등 히트곡을 잇달아 쏟아내며 한국 트로트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홍진영에게 날개를 달아 준 트로트. 반대로 트로트도 ‘홍진영’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당시 올드한 B급 장르로 취급됐던 트로트는 톡톡 튀는 후크송(청자를 사로잡는 짤막한 음악 구절)과 안무, 세련된 의상과 무대 연출이 가미되며 20·30세대의 취향을 저격했고 유치원생도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시대를 열었다. 올드한 트로트를 ‘힙한(감각적이고 개성 있다는 신조어)’ 홍진영이 끌어안으면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장르로 재조명된 것.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끈 대표 가수 홍진영을 2월 21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나봤다. 지난해 전 소속사와의 불화로 한바탕 시련을 겪은 그는 1인 기획사로 독립해 전열을 가다듬고 새 음반 작업에 매진 중이었다.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오른 그이지만 여전히 잘 먹히는, 새로운 트로트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홍진영은 트로트가 계속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로트 안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듯, 변화와 여러 시도가 필요하다”며 “나 역시 앨범이 나올 때마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앨범 나올 때마다 특정 장르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색다르게 시도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홍진영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긍정적 파격에 늘 도전한다.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 김영철, 강호동 등과 컬래버(collaboration)를 하기도 하고 공연 때는 자신 노래의 일렉트로닉댄스음악(EDM) 버전을 틀어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한다.

그가 첫 트로트 곡 ‘사랑의 배터리’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너무 유치한 느낌에 서러워서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럼에도 트로트에 뛰어든 것은 트로트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장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트로트를 시작했을 때 제 나이가 20대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올드해보일 수 있다는 편견이 있었다”며 “그러나 트로트가 장윤정, 박현빈 선배님을 필두로 점점 더 젊어지고 있고 앞으로 더 젊어질 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좀 더 제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게 표정과 노래 연습을 했고 안무도 좀 더 영(young)하게 연습을 해왔다”고 했다.

트로트 열풍 속에 트로트 가수들은 신구(新舊) 할 것 없이 무한 경쟁에 놓였다. 소수의 거물급 스타가 독식하던 시대가 가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한 신예들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젊고 재주 많은 가수들은 ‘제2의 홍진영’을 꿈꾸며 하나둘 마이크를 잡고 있다.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홍디션’을 통해 재능 있는 가수 지망생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 왔던 홍진영은 그런 후배들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애정 어린 조언을 내놨다.

그는 “트로트를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 뿌듯하지만 트로트를 하고 싶다면 끈기와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데뷔한다고 잘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처음부터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많은 싸움을 해야 했다. 끝까지 꿈을 잃지 말고 그 꿈을 쭉 좇다 보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근 트로트 열풍으로 트로트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늘어났다며 기뻐했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필두로 지상파 방송국은 물론 여러 방송사에서도 트로트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이전까지 트로트 가수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무대는 KBS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등 몇 안 되는 TV 프로그램과 지역 행사 등이 전부였다. 현재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한 트로트 가수만 7만여 명으로 집계되는데 얼굴을 대중에게 알린 가수는 10% 미만이다. 많은 가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등장하길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홍진영은 “트로트 가수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정말 좋고 뿌듯하다”며 “앞으로 (트로트 가수들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더 성장하고 모든 연령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수 홍진영은 늘 새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한다. 2018년 강호동과 컬래버 곡(왼쪽)을 발표했고 2017년에는 김영철과 컬래버 곡을 내놨다. 사진 유튜브
가수 홍진영은 늘 새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한다. 2018년 강호동과 컬래버 곡(왼쪽)을 발표했고 2017년에는 김영철과 컬래버 곡을 내놨다. 사진 유튜브

“K트로트, 머지않았다”

유튜브를 비롯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 세계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그는 트로트라는 장르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장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로트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고 더 젊어지고 더 폭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게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온다”고 했다.

예능과 드라마, CF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가수로서의 본업이 가장 우선이라는 그. 먼 미래의 홍진영은 어떤 모습일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쭉 한결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노래하되 음악적으로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똑같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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