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6일 오후 충북 영동 영동천 하상주차장에서 열린 영동군민의날 행사에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 팬클럽 회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2019년 5월 26일 오후 충북 영동 영동천 하상주차장에서 열린 영동군민의날 행사에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 팬클럽 회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트로트는 문화 트렌드를 넘어 거대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로트 톱가수의 몸값은 아이돌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들은 거대한 팬덤(fandom·열성 팬) 문화를 만들며 막강한 소비 파워를 이끌고 있다. 공연 업계와 음원 서비스 업계, 광고 제작사 등은 트로트가 돈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며 트로트 스타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트로트 시장 침체기였던 1990년대 트로트 가수들은 지역 행사나 밤무대를 전전하며 차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행사비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지도가 낮은 가수는 이름을 한 번이라도 알리고 싶어 주최 측에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행사를 뛰었다. 이런 관행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같은 톱스타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대중 트로트가 ‘대박’을 쳤고 트로트가 다시 한국 가요의 한 장르로서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행사비가 장윤정, 홍진영의 경우 회당 1500만원 정도, 박현빈도 1000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의 톱스타가 독식하는 구조지만, 이들이 트로트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 트로트 업계는 인지도가 낮은 가수는 행사 한 건당 대략 50만~100만원 수준의 행사비를 받는다. 히트곡 한두 곡이 있으면 200만~300만원, 인지도가 높으면 5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일례로 이애란의 경우 무명시절 행사비가 회당 30만원에 불과했으나 ‘백세인생’으로 뜨면서 800만~1000만원으로 훌쩍 뛴 것으로 전해진다. 트로트 가수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방송·공연 업계에서 트로트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톱스타들이 하루 평균 2~3개의 행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연간 수익이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은 애초 장윤정의 뒤를 이어 100억원의 가치가 있는 여성 트로트 스타를 찾기 위해 기획됐지만, 이곳에서 일약 스타가 된 송가인은 선배들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며 역사를 새로 썼다. 앞서 한 매체를 통해 송가인의 회당 행사비가 많은 경우 3500만원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것. 웬만한 아이돌 수준이다.

트로트 붐은 침체한 공연 업계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내 최대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연티켓 판매 금액은 5276억원으로 전년(5441억원)보다 3% 줄었다. 하지만 콘서트 매출은 10%가 늘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K팝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BTS를 비롯해 싸이, 이승환, 박효신 등 라이브 강자들의 공연이 성황을 이뤘고, 트로트 장르가 부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 콘서트 호황의 배경이 됐다”고 했다.

실제 인터파크 자료를 보면 트로트 공연 건수는 2018년 150건에서 2019년 278건으로 증가했고 티켓 판매 금액은 61억원에서 319억원으로 증가했다. 강력한 팬층이 확보된 덕에 트로트 스타들은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없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수원·울산·강릉·광주·청주)는 2월 20일 예매 시작 10분 만에 2만 석이 모두 팔렸다. 아직 출연자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5개 도시 10회 차 공연 4만 석 전 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남긴 것. 지난해 ‘미스트롯’도 70회 넘는 전국 공연이 매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연 매출만 약 20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로트 콘서트가 계속 늘고 있지만 수요는 여전히 많다. 트로트 콘서트 예매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피케팅(피 터지는 티케팅)’이나 ‘취케팅(예매가 취소된 표를 기다렸다가 사는 행위)’이 일상화됐다.

소비력이 있는 40~50대를 팬층으로 끌어들이고 강력한 팬덤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일례로 보해양조는 지난해 12월 송가인을 잎새주 광고 모델로 기용한 후 올해 1월 한 달간 잎새주 매출이 지난해 1월보다 2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잎새주 출고 물량 96%가 전라도 지역에서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에서 송가인 모델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박서진의 디너쇼가 포함된 일본 크루즈 관광 상품이 판매됐을 때 일본 불매 운동이 벌어지자 박서진 팬들은 “가수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면서 출연을 저지시켰다. 이들은 여행에 참여하지 않았고 상품 구매를 취소하지도 환불받지도 않았다.

음원 서비스 업체들도 트로트를 끌어안고 있다. 고연령층의 트로트 음원 다운로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대폭 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익원이 되고 있기 때문. 지니뮤직은 트로트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높은 순위에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트렌드를 포착하고 1월 트로트 차트를 신설했다. 트로트 팬클럽은 타 가수 팬클럽과 협력해 서로 스트리밍을 도와주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니뮤직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톱차트’ 200위권에 트로트 장르 음악이 진입한 횟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료 분배 구조상 음원 서비스 업체가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770원을 내고 음원을 다운로드하면 10%인 70원은 부가세로 빠지고 700원 중 30%인 210원이 음원 서비스 업체의 수익이 된다. 나머지 490원이 제작자, 저작권자 등에게 분배된다. 스트리밍의 경우에도 1회에 사용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평균 7.7원이라고 하면 이 중 부가세를 제외한 7원 중 음원 서비스 업체가 가져가는 돈이 2.45원이다.


plus point

[Interview] 이정환 트로트 방송 작가
“트로트 가수들, 적극적으로 권리 찾아야”

이정환 1995년 SBS ‘달려라 코바’로 데뷔, 현재 실버아이TV총괄 작가, ‘쇼 성인가요 베스트2’ ‘음악 속의 선율’ ‘가요가 좋다’ 등 총괄
이정환
1995년 SBS ‘달려라 코바’로 데뷔, 현재 실버아이TV총괄 작가, ‘쇼 성인가요 베스트2’ ‘음악 속의 선율’ ‘가요가 좋다’ 등 총괄

트로트 열풍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트로트 순위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해왔지만 특정 가수가 압도적이어서 재미없고 식상했다. 지금은 트로트곡들이 쏟아져 나오고 다양한 가수가 등장해 기회가 좋다. 특히 트로트 붐을 선도한 TV조선이 만들면 좋을 것 같다.”

트로트 가수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저작권 수익 중 가수에게 돌아가는 비중이 적다 보니 가수들이 직접 작사·작곡을 해 저작권자가 되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소질 있는 분 외에는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노래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수 입장에서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불가피한 것 같은데.
“가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초상권, 가창권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작사·작곡 등 저작권자들은 적극적으로 돈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가수들은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엘비스 프레슬리 자손들은 부유하게 살고 있는데 대한민국 원로 가수는 대부분 가난하다. 미국 등 해외의 사례를 잘 연구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김유정 기자, 구정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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