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자는 이박사와 함께 1세대 트로트 한류를 이끈 가수다.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일본에 진출해 일본 최고의 무대인 NHK ‘홍백가합전’에 여러 번 출연하며 일본 엔카(전통가요)계의 톱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사진은 2008년 12월 20일 김연자의 일본 현지 공연 모습. 사진 상연기획
김연자는 이박사와 함께 1세대 트로트 한류를 이끈 가수다.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일본에 진출해 일본 최고의 무대인 NHK ‘홍백가합전’에 여러 번 출연하며 일본 엔카(전통가요)계의 톱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사진은 2008년 12월 20일 김연자의 일본 현지 공연 모습. 사진 상연기획
영어로 번역된 트로트 영상에 외국인들이 달아놓은 댓글. 사진 유튜브
영어로 번역된 트로트 영상에 외국인들이 달아놓은 댓글. 사진 유튜브

‘Look at me, GwiSoon(날 봐, 귀순)’

‘Thumb up(엄지 척)’

‘What’s wrong with my age(내 나이가 어때서)’

‘Unconditional(무조건)’

몇 년 전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번역된 트로트가 유통되고 있다. 트로트를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트로트는 내 어린 시절의 감정을 연상케 한다’ ‘나는 K팝만큼 트로트도 좋아한다’ ‘왜 K팝처럼 트로트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가’ 등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트로트가 K팝 못지않게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강력한 한류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과거 K트로트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여러 시도는 있었다. 대부분 일본이 그 무대였다. 남진, 계은숙, 조용필, 김연자, 패티김 등은 1980년대 일본에 진출해 트로트 가수로서 인기와 명성을 얻었는데 이들의 성공은 한류 트렌드라기보다 가수 개인의 역량이 컸다. 송대관, 남진 등 미국에 진출한 사례도 있지만, 한국에서 트로트가 침체기를 겪자 살길을 찾기 위한 궁여지책에 가까웠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얼굴로 부활한 트로트는 한류 열풍에 힘을 더할 킬러 콘텐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K트로트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은 지난해 11월 미국 투어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쳤고, 중국에 방송 포맷을 수출하는 성과를 일궜다. 올해는 SBS가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를 통해 K트로트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연자, 주현미, 장윤정, 진성, 설운도 등 내로라하는 대형 트로트 가수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전용 버스를 타고 트로트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하는 식이다.

과연 K트로트는 가능할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의 기반 정서인 ‘뽕끼’는 한국의 발라드 등 가요에 모두 깔려 있다. 트로트가 가지고 있는 지역 고유의 색채는 굉장한 강점인데, 이것을 지키면서도 글로벌하게 확장해 나가는 것이 K트로트의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트로트가 타 분야와 결합을 통해 저변을 넓게 가져감으로써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트로트가 성악, 민요 등과 만나 고정된 틀을 깨고 확장했기 때문이다”라며 “트로트가 EDM(전자 댄스 음악)을 만나거나 록과 결합해 록트로트가 탄생하는 식의 새로운 조합을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새롭게 발굴했다”고 평가했다. 또, 가수 김연자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보면 한류 콘텐츠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모르파티는 다른 장르와 잘 어울리는 융통성이 있고 굉장한 소화 능력이 있다”며 “홍진영 같은 가수는 팝송을 불러도 잘 어울리고, 조영수 작곡가는 팝, 발라드, 록 등 음악 폭이 넓다. 트로트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트로트 세대교체가 되면 자연스레 K트로트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석현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이사장은 “미스터트롯을 통해 볼 수 있었듯 어린, 젊은 친구들이 트로트를 하겠다며 뛰어들고 있는데 이런 유망한 가수들이 자라서 K트로트를 이끌 것”이라며 “지금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의 아이돌이 언젠가 앞선 세대보다 더 좋은 콘텐츠로 소화해 트로트를 불러 세계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독일 함부르크 출신 트로트 가수
파란 눈의 ‘리틀 이미자’ 로미나

로미나 알렉산드라 폴리노스(34). 독일 함부르크 출신. 2009년 가을에 한국에 온 이후 한국이 좋아 지금까지 사는 중. 유튜브에 올린 ‘동백 아가씨’가 화제를 모으며 2015년 KBS 일일드라마 ‘가족을 지켜라’에 출연했고, 2018년 미니앨범 ‘상사화’, 2019년 미니앨범 ‘아름답송’으로 가수 활동 중.
로미나 알렉산드라 폴리노스(34). 독일 함부르크 출신. 2009년 가을에 한국에 온 이후 한국이 좋아 지금까지 사는 중. 유튜브에 올린 ‘동백 아가씨’가 화제를 모으며 2015년 KBS 일일드라마 ‘가족을 지켜라’에 출연했고, 2018년 미니앨범 ‘상사화’, 2019년 미니앨범 ‘아름답송’으로 가수 활동 중.

트로트를 왜 좋아하나.
“독일에서도 깊은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를 좋아했다. 샹송이나 월드뮤직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에 와서 트로트를 듣고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미자 선생님 노래를 듣고 매료돼 따라 부르게 됐고 많은 트로트 노래를 접하면서 가수의 꿈을 꾸게 됐다. 지금은 그 길을 걷고 있다.”

트로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이미자 선생님의 ‘동백 아가씨’다. 시적인 가사에 잔잔하게 다가오는 멜로디가 한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이미자 선생님의 앨범에서 그리고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교과서 같다. ‘여로’나 ‘삼백 리 한려수도’를 듣고 있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트로트의 매력에 빠진 외국 사람이 많이 있나.
“부모님은 트로트 팬이 됐다. 엄마는 처음에는 신기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같이 따라 부를 정도다. 아직은 독일에 별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나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요즘은 방송이나 인터넷을 봐도 확실히 트로트를 부르는 외국인 친구를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인 정서에 어떻게 공감하나.
“원래부터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사와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그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한’의 정서 말이다. 음악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거다.”

만나고 싶은 트로트 가수가 있다면.
“요즘 ‘목포의 눈물’을 자주 부르는데 이난영 선생님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불가능하지만. 그 시절에 어떻게 살았는지, 음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노래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한국 트로트 열풍을 체감하나.
“10년 전 한국에서 트로트를 접했을 때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당시에 사람들은 내가 트로트 가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왜 굳이 젊은 나이에 트로트를 하느냐며 이해하지 못했다.”

트로트가 한류 콘텐츠로 발전할까.
“1년에 한 번씩 독일에 가는데 K팝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대부분이 트로트를 모른다.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친숙해질 기회가 생기면, 또 선입견 없이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사람이 트로트를 좋아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2집 미니앨범 ‘아름답송’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계속 음원을 만들고 싶다. 한국에 관한 공부도 더 할 생각이다.”

김유정 기자, 구정하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