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이 2월 27일 공개한 사진. 전자현미경으로 본 입자가 배양된 세포 표면에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가장자리에 있는 뾰족한 왕관 모양 때문에 ‘코로나(라틴어로 왕관을 의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AFP연합
미국 국립보건원이 2월 27일 공개한 사진. 전자현미경으로 본 입자가 배양된 세포 표면에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가장자리에 있는 뾰족한 왕관 모양 때문에 ‘코로나(라틴어로 왕관을 의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AFP연합

평균 지름 100㎚(나노미터·1000만분의 1m).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입자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바이러스, 그중에서도 왕관 모양의 돌기를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무엇이기에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고 세계를 위협하는 것일까. ‘이코노미조선’은 바이러스, 그중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알아봤다. 동물 감염학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최강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바이러스는 유전체인 핵산을 단백질이 감싸 보호하는 구조다. 홀로 증식이 불가능하기에 다른 생명체를 숙주로 삼는다. 스스로 복제 증식할 수 있는 세균과 다른 점이다. 일단 세포에 달라붙은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쉽다. 세포의 대사 도구를 통해 새끼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찍어낸다. 이 바이러스가 다시 다른 세포로 가 감염하고 복제 증식이 이뤄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바이러스마다 선호하는 증식 부위도 다르다. 신경세포에 붙으면 신경성 질환, 호흡기 점막에 붙으면 호흡기 질환, 위장에 달라붙으면 소화기 질환을 일으킨다.

코로나19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발병 초창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알파·베타·감마·델타 네 종류가 있는데, 코로나19·메르스·사스는 모두 베타에 속한다. 최강석 교수는 성씨와 족보 개념으로 바이러스와 감염증 관계를 설명한다. 굳이 따지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김(金)씨, 코로나19·메르스·사스 등이 있는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중에서도 김해김씨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돼지·소·닭 등 거의 모든 동물이 오랜 세월 가지고 있었다. 각 종(種)이 가진 고유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숙주 삼아 세포에 달라붙어 동종 간에 감염, 전파돼 왔다. 돼지 몸에 들어가면 소화기에 달라붙어 설사를 일으키고, 닭 몸에 들어가면 호흡기에 흡착해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식이었다. 사람 몸에서는 코, 인·후두 등 호흡기에 감염해 바이러스성 감기를 유발해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양한 동물 종을 숙주로 삼는 원인은 유전자 구조에 있다. 앞서 설명했듯 바이러스는 핵산(RNA 또는 DNA)이 체내 세포에서 증식을 통해 유전체를 복제한다. 특히 DNA보다 RNA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한다. RNA로만 이루어진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변종이 자꾸 나타나는 이유다. 실제로 2만7000~3만4000개 정도의 핵산으로 이뤄진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서는 5~6개 정도의 ‘실수’가 흔하게 나올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변종이 신종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오랜 시간 누적되고, 더 나아가 다른 동물 종으로 넘어가는 경우까지 발생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더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이 출현하면서 세계를 그때마다 충격에 빠뜨린다는 점이다. 2002년 사스로 등장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2012년 메르스, 2019년엔 코로나19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번 코로나19는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차이가 있다. 사스, 메르스가 중소 도시, 시골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것과 달리 코로나19는 인구 1100만 명의 대도시 우한(武漢)에서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하필 많은 인구가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발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스보다 치사율이 낮지만 전염성이 높은 특성도 사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는 “경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도 상황이 악화한 원인”이라고 했다. 증상이 약하기 때문에 초기에 환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과학자들은 시작이 박쥐였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사스(관박쥐), 에볼라(과일박쥐), 메르스(이집트무덤박쥐), 코로나19(관박쥐)는 모두 박쥐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동물’이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사람으로 옮겨와 감염병을 일으키는 경우 지금처럼 문제가 된다. ‘인수공통바이러스’,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보통은 종간 장벽이 있어 이종(異種)으로 감염되기 어렵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박쥐 몸속에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으로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아직 원인을 찾고 있다. 섭취로 사람에게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쥐→사향고양이→사람으로 전파된 사스, 박쥐→낙타→사람으로 옮겨간 메르스처럼 박쥐에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긴 중간 매개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매개체가 있다면 박쥐와 같은 포유류일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최강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언제든 신종 바이러스 또 창궐할 수 있다”

최강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서울대 수의학 학·석사, 충북대 수의학 박사, 농림축산검역본부
최강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서울대 수의학 학·석사, 충북대 수의학 박사, 농림축산검역본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출간 4년 만에 다시 주목받는 책이 있다. 바이러스의 역사와 탄생을 다룬 최강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바이러스 쇼크’다. 수의학자인 저자는 2015 메르스 사태 때 이 책을 썼다. 최근 코로나19를 추가해 개정증보판을 냈다. 그를 3월 4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경북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진단과장으로 있던 그는 최근 서울대로 적을 옮겼다. 조류 질병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연구 분야는.
“조류 바이러스다. 27년간 검역본부에서 일하며 닭뉴캐슬병(ND)을 주로 연구했다. 조류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주요 연구 분야다. 닭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재조합돼서 신종 바이러스로 출현하는지를 본다. 닭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출현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좋은 모델이다.”

코로나19 발병을 처음 목격했을 때 기분은.
“겁이 났다. 특히 우한이 봉쇄됐을 때다. 차이는 있지만 당시 감염학자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다.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엄청난 상황에서 바이러스 차단은 매우 어렵다.”

앞으로 또 바이러스가 창궐할까. 또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비슷하다. 대답은 두 가지다. 앞으로 들이닥칠 바이러스는 우리가 여태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력을 갖고 전염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바이러스가 얼마의 간격을 갖고, 어떤 형태로 사람에게 출몰할지 알 수 없다. 이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원헬스(One Health·하나의 건강)라는 세계적인 움직임이 있다. 환경·동물·사람 등 감염병 정보를 통합 연구·관리하는 것이다.”

지금 마스크가 필수인가.
“당연히 100% 차단할 수 없다. 마스크는 큰 침방울이나 분비물이 안면에 묻는 것을 걸러내는 정도다. 생명체가 바이러스 입자 하나로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일정량 이상이 들어가야 병에 걸린다. 마스크는 노출 바이러스양을 줄여준다.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큰 침방울(비말·飛沫)은 멀리 가봐야 2m를 못 가고 가라앉는다. 가장 좋은 것은 손 씻기다. 바이러스 표면을 이루는 인지질을 파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비누, 세정제다. 물로만 손을 씻지 말고 꼭 이를 활용해야 한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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