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왼쪽)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수학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사진 AFP연합·AP연합
구글(왼쪽)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수학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사진 AFP연합·AP연합

“I’m 01100110 01100101 01100101 01101100 01101001 01101110 01100111 00100000 01101100 01110101 01100011 01101011 01111001 00001010.”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2009년 2월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가입하고 날린 최초의 트윗(트위터 게시글)이다. 이 복잡한 이진수(二進數·0과 1만으로 수를 나타내는 방법)를 컴퓨터로 분석하면, 현재도 구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는 아이콘 문구인 ‘I’m Feeling Lucky’가 된다.

수학을 기업 경영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구글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그것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글의 창립 목표를 현실화하는 다양한 기술력도 다름 아닌 수학에서 나온다.

이처럼 수학을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 적지 않다. 이는 경영 과정이란 끊임없는 논리 전개에 따른 결정의 연속인데, 수학이 바로 논리의 ‘끝판왕’ 격이기 때문이다. 기호화된 수학적 논리에는 애매한 구석이 없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딥러닝(deep learning·방대한 데이터를 여러 층으로 이뤄진 인공신경망을 통해 패턴을 발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과 인공지능(AI) 등은 수학 그 자체가 핵심이 되는 산업 분야이기도 하다. 금융·증권 분야에서도 수학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학을 중시해 성공을 거둔 기업과 경영자의 사례를 살펴봤다.


사례 1│수학으로 원천 기술 개발한 구글

구글은 수학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개발해 기업 경쟁력으로 삼은 대표적인 회사다. 구글(Google)은 회사 이름도 숫자를 뜻하는 구골(googol)에서 따왔다. 구골이란 1 뒤에 100개의 0이 붙은 숫자를 칭하는 영어 단어다.

구글이 수학에 열광하는 건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덕이다. 이들은 1995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만났다. 브린은 수학과 교수인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불과 21세의 나이에 미국 메릴랜드대 수학과와 컴퓨터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페이지는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친숙했다. 학창 시절 그의 관심사는 ‘월드 와이드 웹(www)’이었다. 월드 와이드 웹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공간을 뜻한다. 페이지는 이를 하나의 거대한 그래프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 연결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학 실력이 뛰어났던 브린은 자연스럽게 연구 파트너가 됐다.

두 사람은 선형대수학(행렬과 선형공간 및 그 1차 변환에 관한 이론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을 배우며 기존 검색엔진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당시 검색엔진은 해당 검색어와 일치하는 자료를 무작위로 보여줬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찾기가 어려웠다. 브린과 페이지는 여러 규칙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검색 기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났다. 행렬의 고윳값과 고유벡터(특별한 형태의 벡터)를 이용해 웹페이지마다 순위를 매기고, 순위가 높은 순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 주는 ‘페이지랭크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아직도 다른 검색엔진에서 따라올 수 없는 구글의 독보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한마디로 수학을 이용해 정보의 바다에 질서를 세운 것이다.

구글은 인재 채용에도 수학 실력을 반영한다.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도로 광고판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적어두고, 이를 푼 사람을 언제든 채용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사례 2│‘페르미 추정’으로 인재 뽑는 마이크로소프트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까지 IT 시대를 선도해 온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수학에 기반을 둔 경영자다. 그는 하버드대 법학과에 입학했다가 수학의 중요성을 느껴 응용수학과로 전과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페르미 추정’을 입사시험에 사용한다. 이 이론의 창시자 엔리코 페르미는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해 원자로를 만든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다. 페르미 추정은 단번에 계산하기 힘든 문제에 대해 참신한 가정을 사용해 단시간에 대략적인 수치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사례 3│‘퀀트펀드’ 창시한 제임스 사이먼스

미국의 수학자이자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제임스 사이먼스는 20대였던 1964년부터 1968년까지 MIT와 하버드대에서 수학과 교수로 재직한 ‘수학 천재’다. 그는 자신이 가진 수학적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싶어 40대에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1982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y)’라는 회사를 차리고 정식 펀드매니저가 됐다.

그가 2009년 공식적인 회장직을 사임할 때까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운용 규모는 약 28조원, 제임스 사이먼스의 개인 자산은 14조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기록됐다.

특히 1989년 그가 수학자들을 불러모아 만든 ‘메달리온펀드’는 2007년까지 연평균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현재 수학적 분석을 통해 투자 판단을 내리는 ‘퀀트펀드(Quant Fund)’의 창시자로 통한다.


plus point

[Interview] 김종락 딥헬릭스 대표
“미래산업 수학 빼고 구현 어려워”

김종락 포스텍 수학학 학사, 서울대 수학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시카고) 수학학 박사, 미국 루이빌대 조·부교수, 감성수학레드 대표
김종락
포스텍 수학학 학사, 서울대 수학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시카고) 수학학 박사, 미국 루이빌대 조·부교수, 감성수학레드 대표

“수학적 지식은 현대 경영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직 서강대 수학과 교수이자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인 김종락 딥헬릭스 대표는 3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생 두꺼운 수학 원서를 들고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씨름하던 김 교수는 2016년 ‘감성수학레드’를 창업했다. 이른바 ‘교수 창업’을 한 것. 창업 계기를 묻자 그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회사는 수학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보드게임과 온라인 퍼즐을 개발·보급했다.

아직은 연 매출 5000만원 정도의 스타트업이지만, 최근 사명을 딥헬릭스로 바꾸고 수학을 응용한 헬스케어 AI 분석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경영에서 왜 수학이 중요한가.
“2016년 창업 전 예비 CEO 워크숍을 자주 찾았다. 사업 계획서나 자금 조달 계획서에 조그만 논리적 결함이 보이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더라. 경영자는 수학적 언어는 아니지만, 논리의 형식화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수학적 사고는 논리력을 강하게 키워준다.”

수학이 중심이 되는 산업도 있을 듯한데.
“물론이다. IT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공계 출신 CEO는 IT 등 신기술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실제 상품으로 연관시키는 데 유리하다. 수학적 언어에 대한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 금융과 회계도 수학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분야다. 매우 복잡한 고도의 수학은 아니지만, 수학적 사고가 뛰어난 사람일수록 금융과 회계에서도 유리하다.”

새로운 산업수학 분야는.
“암호, 보안, AI, 딥러닝, 바이오인포매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암호는 100%가 수학이다. 부호도 마찬가지다. 암호와 부호는 응용 범위가 넓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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