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을 탄 자원봉사자가 이집트 나일강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용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카약을 탄 자원봉사자가 이집트 나일강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용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2018년 1월 1일 중국이 폐지와 폐플라스틱 등을 포함한 고체 쓰레기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환경 오염을 막고 자국민의 보건 수준을 향상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전 세계 폐플라스틱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떼돈을 벌던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조차도 무너지는 환경 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중국 덕에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 있었던 쓰레기 수출국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선언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돈을 주고 누군가에게 처리를 부탁하는 구시대적 시스템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각 국가는 이런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플라스틱 억제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관련 규제 정책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건 유럽 국가들이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11월 각국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을 4분의 3 수준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고, 2015년 4월 비닐봉지 금지 법률을 개정했다. 이 법안에는 2018년까지 일회용 비닐봉지를 유료화하거나 2019년까지 1인당 연간 90개 또는 2025년까지 40개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이어 EU는 2018년 1월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을 재활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2021년까지 빨대·면봉·접시·풍선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고, 2025년까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90%를 회수한다. 그리고 2030년에는 유럽 내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사용 가능한 것으로 교체한다.

개별 유럽 국가별 탈플라스틱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마련한 ‘녹색 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두께가 50㎛(1㎛=0.001㎜) 이하인 경량 일회용 비닐봉지의 경우 가정용 퇴비 요건을 만족하는 동시에 바이오 성분을 30% 이상 함유해야 한다고 규제했다. 바이오 성분 함유율은 2020년 50%, 2025년 60%로 올라간다. 또 프랑스에서는 분해되지 않거나 퇴비로 쓸 수 없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할 수 없다.

독일은 2003년부터 음료수 구매자에게 25유로의 보증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구매자가 돈을 돌려받으려면 빈 플라스틱 용기를 반환해야 한다. 2019년 1월부터는 독일 전역에서 ‘신포장재법’이 시행됐다. 제품 포장재를 다루는 모든 기업은 회수·재활용·폐기 등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신포장재법의 요지다. 제조사와 유통기업은 포장재 소재의 중량과 종류에 따라 부과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 한 곳인 미국은 플라스틱 관련 규제를 각 지방정부 주도로 실시하고 있다. 2010년 7월부터 식음료점의 스티로폼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한 시애틀시는 2018년 7월 미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플라스틱 빨대·식기류 사용을 금지했다. 뉴욕시는 스티로폼 사용 금지 조례를 만들어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적발 횟수가 누적될수록 가중 처벌을 받는다.

주(州) 단위로 살펴보면 지난해 1월 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점을 뺀 모든 주 내 식당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주 정부 중에서는 처음이다. 식당은 손님이 요구하는 경우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2015년 7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최초로 대형 소매상점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하기도 했다.


재활용 플라스틱 설비에 세금 감면

서방 국가만 탈플라스틱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세계 공동의 목표인 만큼 개발도상국도 플라스틱 규제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인도는 지방정부 단위로 통제해오다가 2016년 국가 차원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규정을 제정했다. 플라스틱 원료 생산자는 생산에 앞서 정부 오염관리국에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조사는 허가받은 생산자가 주는 원료만 쓸 수 있다. 두께 50㎛ 미만의 비(非)퇴비성 비닐봉지는 사용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는 르완다가 재활용 플라스틱 설비를 갖춘 회사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 케냐는 2017년 8월부터 산업용을 제외한 모든 비닐봉지의 제조·판매·사용을 금지했다. 모로코는 2009년 검은 비닐봉지를 시작으로 2016년 7월부터는 모든 비닐봉지의 생산·수입·유통을 차단했다.

이런 국제적 움직임에 한국 역시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5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에서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줄이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올해까지 모든 색깔 있는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커피 전문점 등의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은 2018년 8월부터 전면 금지됐다. 지난해부터는 대형마트와 면적 165㎡(약 50평) 이상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취급할 수 없다.


plus point

코로나19가 야속해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에서 한 남성이 양손에 식료품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 EPA연합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에서 한 남성이 양손에 식료품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 EPA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지구 곳곳을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목격담이 쏟아진다.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서는 물고기 떼가 포착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매연으로 유명한 인도 뉴델리의 맑은 하늘 사진이 쏟아진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급증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식당·커피숍 등에서 재사용 컵과 접시 사용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얼마 전까지 활발히 전개되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Plastic-free Challenge)가 지금은 쏙 들어갔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4·15 총선 기간에 비닐장갑 과다 사용 논란이 일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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