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스 호티우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대 천연자원 경제학 박사, 유엔 환경계획(UNEP) 아·태 지역 자원효율성 수석조정관 / 스테파노스 호티우 유엔 국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가격을 높여서라도 사용 억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UN ESCAP
스테파노스 호티우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대 천연자원 경제학 박사, 유엔 환경계획(UNEP) 아·태 지역 자원효율성 수석조정관 / 스테파노스 호티우 유엔 국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가격을 높여서라도 사용 억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UN ESCAP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 정책 강화 시점을 훑어보면 대부분 2015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엔(UN)이 2015년 9월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와 자국의 정책 흐름을 맞춰가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되는 유엔 SDGs에는 매년 3조3000억~4조5000억달러(4013조~5472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이 전 지구적 프로젝트의 3대 목표 중 하나가 기후 변화, 물, 생물 다양성 등의 ‘환경’이다. 물론 플라스틱도 포함된다.

특히 유엔으로서는 세계 인구의 52%(약 40억 명)가 모여 사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아·태 지역 내 국가 대부분이 환경 문제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조선’은 한국이 포함된 아·태 지역을 담당하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의 스테파노스 호티우 환경개발국장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4월 10일 성사된 인터뷰에서 호티우 국장은 “아·태 지역 내 많은 도시가 제대로 된 폐플라스틱 처리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인 1명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평균의 세 배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먼저 당신이 속한 UN ESCAP의 주된 임무를 소개해달라.
“UN ESCAP의 핵심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소속 국가들이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국가감축목표(NDC)를 잘 이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는 회원국이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을 펴고 자원을 잘 관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 역할은 UN SDGs의 환경 목표 달성이다. 우리는 아·태 지역의 많은 도시와 폐기물 관리, 플라스틱 감축, 대기 오염 측정, 기후 변화 감시 등의 일을 한다.”

환경과 관련해 아·태 지역의 특징이 있나.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 오염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7만 명이 대기 오염으로 사망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아·태 지역에서 발생한다. 아·태 지역 인구가 40억 명인데, 이 중 80~90%에 달하는 인구가 상당히 위험한 대기질에 노출된 채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인 지역이다 보니 탄소 배출량도 매우 많다.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대기 오염은 비단 방콕 같은 대도시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치앙마이 같은 소도시도 골머리를 앓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플라스틱 제품이 쌓인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연간 130kg을 웃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플라스틱 제품이 쌓인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연간 130kg을 웃돈다. 사진 연합뉴스

대기질 외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나.
“고체 폐기물, 특히 플라스틱에 따른 오염이 큰 문제다. 우리가 관측하기로는 아·태 지역의 아주 작은 도시에서도 쓰레기가 매년 2만t 이상씩 쏟아져 나오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늘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아·태 지역의 많은 도시가 여전히 폐플라스틱 처리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이 쏟아지니까 감당을 못하는 것이다.

플라스틱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UN ESC
AP이 발간한 ‘2020 지속 가능 개발 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아·태 지역 내 많은 도시가 환경과 관련해 진일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도시는 심지어 이전 조사 때보다 더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을 세우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아·태 지역은 자연재해와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어떤 이는 ‘선 개발, 후 환경’을 주장하면서 아·태 지역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도시들에는 어떤 요구를 하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단순한 환경 문제로 치부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플라스틱은 생태계, 특히 바다를 더럽히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해양 생태계로 흘러가는 쓰레기의 60~80%가 플라스틱이다. 현 상황이 지속한다면 2050년쯤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생존의 문제라는 의미다. 그런데 재활용 비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아·태 지역 국가의 관광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런 위험에 처한 나라가 많다.”

한국이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쓰는 국가(1인당)라는 사실이 놀랍다.
“한국은 매년 한 사람이 130㎏ 이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세계 평균이 50㎏ 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거의 세 배에 가깝다. 서구권에서 많이 쓴다는 미국도 93㎏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30%를 웃돈다.”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한국에 해줄 말은.
“플라스틱 생산자 책임제도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도 줄여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것과 재활용 비율이 높은 게 일정 부분 상호작용할 것이다. 그래도 사용 자체를 제재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가격을 인상해 사용 억제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도 높이고 말이다. 50%까지 끌어올려 보면 어떨까.”


plus point

탈플라스틱 기업 유도하는 친환경 인증

성공적인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서는 정부 못지않게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가 마련한 ‘플라스틱 저감, 지속 가능한 해양과 기후 환경 대응 인증 및 가이드라인(GRP)’은 환경 분야에서 노력하는 기업에 주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이다.

UN지원SDGs협회는 지속가능개발목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유엔의 주요 환경 협약 및 정상회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총 6개 산업군의 환경성을 평가한 뒤 상위 40%와 하위 60%의 기업군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스테파노스 호티우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환경개발국장은 “플라스틱 오염 방지 노력을 점점 더 강화해야 하는 기업에 GRP 같은 글로벌 친환경 인증은 훌륭한 견인차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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