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바이오 플라스틱이 활용된 산수음료의 ‘아임 에코 산수’, 칼스버그가 내놓은 ‘종이 맥주병’ 시제품, 노라벨 생수인 롯데칠성의 ‘아이시스8.0 ECO’. 사진 산수음료·칼스버그·롯데칠성
왼쪽부터 바이오 플라스틱이 활용된 산수음료의 ‘아임 에코 산수’, 칼스버그가 내놓은 ‘종이 맥주병’ 시제품, 노라벨 생수인 롯데칠성의 ‘아이시스8.0 ECO’. 사진 산수음료·칼스버그·롯데칠성

롯데칠성이 지난 1월 출시한 ‘아이시스8.0

ECO’ 생수는 언뜻 봐서는 브랜드를 구분하기 어렵다. 페트병 몸체에서 라벨을 떼고, 대신 음각으로 로고를 새겼기 때문이다. ‘물맛의 절반이 라벨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브랜드 정체성이 중요한 생수 시장에서, 롯데칠성이 ‘노라벨 생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라벨 자체가 썩지도 않고 태우기도 힘든 합성수지다. 롯데칠성은 노라벨 생수로 올해 약 540만 장, 무게로 약 4.3t의 포장재 발생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두께가 0.05㎜에 불과한 라벨이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는 데 있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생 원료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라벨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독한 화학약품을 이용해 접착 부분을 녹이거나 분쇄한 뒤 풍력으로 선별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재활용률은 절반을 넘기기 어렵다. ‘그럴 거면 아예 라벨을 떼자’는 롯데칠성의 극단적인 대책이 나온 이유다.

국내외 기업들이 탈(脫)플라스틱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중소기업인 산수음료는 최근 국내 최초로 생수병과 캡(뚜껑), 라벨 모두에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아임 에코 산수’를 내놨다. 사탕수수나 옥수수, 감자 부산물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18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된다.

앞서 산수음료는 지난 1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착한 플라스틱 페트병 생수’를 진행해 목표액의 512%를 펀딩하기도 했다. 산수음료 관계자는 “플라스틱 배출량이 많은 생수제조 기업으로서 환경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고 느껴 자체적으로 친환경 소재를 연구·개발해왔다”며 “중소기업이지만 자체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순환경제체제 구축을 위해 7개 업체와 협업하는 ‘프로젝트 루프(LOOP)’를 진행한다. 로봇 업체 수퍼빈이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월드 등에 폐페트병 자동 수거기 ‘네프론’ 6대를 설치하고 금호섬유공업은 수거된 폐페트병 분쇄와 재활용 원료 제조를 맡는다. 한국섬유개발원이 재활용 원료에서 섬유 원사를 뽑아내면, LAR·비욘드·리벨롭은 신발, 의류, 가방 등 제품을 제작한다. 롯데케미칼과 사회적 기업 임팩트스퀘어는 프로젝트 코디네이션을 맡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적 공법의 폴리에스테르(PET) 재생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재활용 영역이 제한적이고 유해물질 배출이 동반되는 기존 열처리 공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친환경 PET 재생 공법을 통하면 재활용 원료의 종류나 오염도와 상관없이 초고순도 재생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3월 문을 연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 매장에서 플라스틱 옷걸이 대신 옥수수 전분 추출물로 만든 생분해 옷걸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차 모델인 넥쏘(Nexo)에 인테리어 내장재의 주요 소재로 바이오 플라스틱과 패브릭, 식물성 도료를 사용했다. 현대모비스가 쏘울 전기차와 니로 차종에 공급하는 운전석 모듈 소재에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가 상당 비율 들어간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오롱스포츠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옷걸이를 선보였고,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포장하지 않은 덩어리 상태로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한다. 캐나다 밴쿠버의 이스트웨스트마켓은 ‘성인 비디오 가게’라고 새긴 비닐봉지를 판매한다. 사진 코오롱스포츠·김연정 조선일보 기자·이스트웨스트마켓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오롱스포츠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옷걸이를 선보였고,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포장하지 않은 덩어리 상태로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한다. 캐나다 밴쿠버의 이스트웨스트마켓은 ‘성인 비디오 가게’라고 새긴 비닐봉지를 판매한다. 사진 코오롱스포츠·김연정 조선일보 기자·이스트웨스트마켓

탈플라스틱을 기회로

해외 기업들의 탈플라스틱 노력은 더욱 활발하다. 덴마크의 맥주 회사 칼스버그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종이 맥주병’ 시제품을 선보였다. 칼스버그는 2015년부터 종이병 개발을 시작했는데, 맥주 특유의 탄산을 해치지 않으면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재료를 찾는 것이 난제였다. 만약 종이병 상용화에 성공하고 유리병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칼스버그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가치 소비가 강조되는 패션과 뷰티 산업에서 탈플라스틱은 곧 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진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2019년 기준 1조9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키드 코스메틱’이라는 원칙 아래 제품 대부분을 포장되지 않은 덩어리 형태로 진열하는 친환경 판매 전략 덕분이다. 어쩔 수 없이 배송 상자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분해가 쉬운 셀룰로오스 포장재에 제품을 담고 완충재는 옥수수 전분 소재로 만들어 화장실 변기로 물을 내리면 바로 녹는다. 한국 지사인 러쉬코리아는 올해 1월까지 ‘플라스틱 그랩’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제주도·강원도·부산 등 다양한 장소에서 1t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랠프로런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병 1억7000만 개를 재활용해 의류를 제작하기로 했다. 아디다스는 해안지대 플라스틱 폐기물로 2018년 500만 켤레, 2019년 1100만 켤레의 신발을 제작했고, 올해는 생산량을 최대 2000만 켤레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1년엔 밑창부터 신발끈까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Futurecraft. Loop)’도 선보인다. 아디다스는 2024년부터아예 전 제품의 플라스틱을 모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에서는 ‘무(無)포장’ 판매점이 확산하고 있다. 캐나다 메트로(Metro) 슈퍼마켓 체인은 지난해 4월부터 고객이 직접 챙겨온 용기로 쇼핑이 가능하도록 판매 방식을 전환했다. 밴쿠버에 있는 ‘이스트웨스트마켓’은 장바구니를 들고 오지 않는 손님에게 ‘성인 비디오 가게’ ‘사마귀 연고 도매점’ 등 민망한 문구를 새긴 비닐봉지를 판매한다. 비닐봉지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자, 극단의 대책을 취한 것이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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