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카콜라는 미 플라스틱 산업협회를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밝힌 페트병 생산 유지 방침으로 탈플라스틱 선언에 대한 진정성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코카콜라는 미 플라스틱 산업협회를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밝힌 페트병 생산 유지 방침으로 탈플라스틱 선언에 대한 진정성에 타격을 입었다.

개인 입장에서 ‘탈플라스틱’ 선언은 소비 활동의 축소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는 제품과 서비스를 불매하고, 대체재가 없으면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배달 음식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가 싫다면? 배달받지 않고 요리하거나 외식하면 된다. 선택지가 줄어 조금 불편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기업 입장은 다르다. 기업의 탈플라스틱 선언은 생산 체계의 재창조다. 제품과 서비스에 일회용 플라스틱이 투입된다면,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 생산을 중단할 수는 없다. 배달 음식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려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매출의 일부를 구성하는 배달을 전면 포기할 수는 없다.

대안이 부족하면 한계에 맞닥뜨린다. 탈플라스틱 선언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 탈플라스틱 업체로 주목받았던 두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와 스타벅스가 올해 플라스틱을 재선택했다. ‘플라스틱 회귀’ 현상이다.

기업의 탈플라스틱에 대한 이상은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생각하듯 환경의 가치를 무시하는 탐욕적인 이윤 추구가 목적인 경우는 드물다. 플라스틱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1950년, 그 이후 70년 동안 플라스틱이 보편적 소재로 자리 잡은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탈플라스틱이 피상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실적 걸림돌을 살펴봤다.


#1│코카콜라
“플라스틱 대체품 찾기 어려워요”

“소비자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업은 기업일 수 없다.”

비아 페레즈 코카콜라 지속 가능성 책임자가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입을 뗐다. 코카콜라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페트병을 전면 교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다. 비아 책임자는 “페트병은 개폐가 편리하고 가벼워 소비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코카콜라는 페트병 사용을 포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그동안 플라스틱 최다 배출 업체의 오명을 안고 있었다. 2018년 브랜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300여 개 환경 단체가 플라스틱 쓰레기 18만7000여 개를 모아서 분석한 결과, 코카콜라 쓰레기가 9216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코카콜라는 미 플라스틱 산업협회를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밝힌 방침으로 탈플라스틱 선언에 대한 진정성에 타격을 입었다.

코카콜라가 탈플라스틱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의 전형적인 속내인 경제적 이윤 때문이 아니다. 134년째 유통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원조’ 유리병은 1980년대 출시된 페트병보다 단가가 더 저렴하다. 생산 비용도 낮을뿐더러, 업소에서 유통될 경우 재활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유리병은 코카콜라의 유통 과정에 ‘쥐약’이다.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콜라 맛에 변화가 생기고, 용기가 무겁고, 떨어지면 쉽게 깨진다. 제품의 맛과 편의성까지 포기하면서 코카콜라가 탈플라스틱을 선택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마땅한 대체 소재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코카콜라의 경우 유리병 대신 알루미늄캔 또한 대체품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알루미늄캔은 페트병과 마찬가지로 일회용품이고,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한계가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이나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도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온도와 습도가 아주 높은 환경에서만 분해된다. 자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건이다.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도 90%가 현재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있다. 재활용 시스템이 날마다 쏟아지는 다량의 폐기물을 소화하지 못할뿐더러 이물질이 묻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또 재활용되더라도 플라스틱의 품질이 낮아져 반복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액체를 취급하는 코카콜라는 염두에 두지 않겠지만, 일회용 포장재의 대체품으로 주목받는 종이도 한계는 있다. 종이는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지만, 생산 과정에서 삼림에 악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 친환경 자원이 아니다.


일본 스타벅스는 머그잔과 스테인리스 포크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플라스틱이나 종이재질의 일회용 식기로 바꿨다. 직원이 식기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본 스타벅스는 머그잔과 스테인리스 포크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플라스틱이나 종이재질의 일회용 식기로 바꿨다. 직원이 식기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2│스타벅스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 다시 필요해요”

스타벅스도 탈플라스틱 선언을 했다가 플라스틱으로 회귀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모든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1985년 이후 개인용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 혜택을 줬고 매장 안에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며 이를 권장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직원이 텀블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스타벅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다시 대안으로 내세웠다.

일본 스타벅스는 3월 2일부터 머그잔과 스테인리스 포크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플라스틱이나 종이 재질의 일회용 식기로 바꿨다. 고객이 가져온 텀블러에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일시 중단했다. 일시적 조치일지라도 위급 상황에선 일회용 플라스틱이 필요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졌다. 로잔 윌리엄스 스타벅스 부사장은 3월 4일 홈페이지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매장 안에서 개인용 컵과 텀블러 사용을 일시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는 탈플라스틱의 탈출구를 만들어 준 셈이 됐다. 탈플라스틱의 이상적인 방법은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이용하면서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재사용 물건도 외면받기 마련이다. 불가피한 일회용품 수요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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