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그동안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카카오는 아이위랩 시절인 2009년 연 매출 300만원, 현재의 간판으로 바꿔 단 2010년에는 연 매출 3400만원을 올리던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고 매출 규모는 2011년 18억원, 2012년 461억원, 2013년 2107억원 등 믿기 어려운 성장세를 보였다.

카카오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4년 자신보다 덩치가 큰 포털 다음과 2016년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을 차례로 인수, 고속 성장을 이어 가며 2019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2009년 300만원에서 10년 만에 100만 배 성장한 것이다.

카카오의 몸집은 급속도로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창업 약 6년 만인 2012년이다. 당시에도 카카오는 6200만 명이라는 대규모 카카오톡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어 적자를 이어 갔고 직전 연도(2011년)까지만 해도 1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제표에 전기를 마련해 준 것은 ‘게임’이다. 카카오가 2011년 도입한 기업 광고 서비스 ‘플러스 친구’와 이모티콘에서 수익이 조금씩 났고, 결정적으로 2012년 7월 오픈한 ‘게임하기’가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나온 ‘애니팡’ ‘쿠키런’ ‘윈드러너’ 등이 대흥행에 성공하면서 카카오가 게임하기에서 얻는 광고 수익과 수수료가 카카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그럼에도 카카오에는 오랜 기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국내 4485만여 명, 해외까지 포함하면 5149만 명(2019년 4분기 기준)이 가입한 거대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 대비 수익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만우절만 되면 카카오톡이 유료화한다는 소문이 돌며 이용자를 불안에 떨게 했고, 카카오가 카카오톡 자체로 돈을 벌기 어려운 현실을 상기시켰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2015년 9%에서 2018년 3%로 감소했다가 2019년 6.7%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현재,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돈 버는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2019년 연 매출 3조898억원, 영업이익 20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28%, 183% 증가한 규모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카톡 10년, 카카오 성장의 주축으로

카카오의 사업은 크게 ‘플랫폼 사업’과 ‘콘텐츠 사업’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콘텐츠 사업 매출 비중이 플랫폼보다 높았지만 4분기 들어서며 구조가 바뀌었다. 현재 카카오의 핵심 성장 동력은 플랫폼 사업 부문 내 ‘톡비즈’라 할 수 있다. 톡비즈는 카카오톡채널, 선물하기, 이모티콘 등 카카오톡과 연계한 사업으로 매출의 21%를 차지한다. 2018년까지만 해도 카카오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멜론 등 음악 사업이었는데, 2019년에는 톡비즈가 치고 올라왔다.

오랜 기간 도입을 망설였던 ‘톡보드’가 지난해 10월 개시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 주효했다. 톡보드는 카카오톡 채팅 목록 상단에 광고를 띄우는 사업인데, 카카오 측은 이용자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점에 신중을 기해왔다. 현재까지 카카오는 톡보드 광고를 원하는 기업 3000곳을 확보했고 지난해 12월 톡보드 일평균 매출은 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카카오는 광고주 수만 명을 확보해 톡비즈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 수준의 사용자 수(MAU·4500만 명)를 기반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인 톡보드의 성공적인 안착이 돋보였다”며 “핵심 비즈니스와 전략 비즈니스가 가장 균형 있게 자리 잡은 ‘교과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돈 먹는 하마’로만 여겨졌던 신규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 자회사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3년여 만인 지난해 흑자 전환했고 카카오페이지는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5% 성장한 3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커머스는 매출액 1206%, 영업이익 1715%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적자를 이어 갔고 카카오게임즈는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M&A로 빠르게 자리 잡는 新사업

카카오는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벤처에서 출발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중에서 대기업의 명패를 단 첫 회사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전 사업 연도 재무제표를 토대로 매년 4월 계열사를 비롯해 회사 자산 총액이 10억원 넘는 기업을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데, 카카오가 2019년 처음으로 여기에 편입된 것. 성장에는 M&A 전략이 한몫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1월 말 기준 92개 회사를 소속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 전인 20개와 비교했을 때 6년 새 4.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 집단 가운데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 이후 카카오톡과 연동할 수 있는 기업을 꾸준히 사들였다. 알림장 앱 업체 ‘키즈노트’, 중고 전자 기기 거래 업체 ‘셀잇’, 내비게이션 앱 ‘록앤올’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엔 SK플래닛으로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기업은 2015년 13개, 2016년 6개, 2017년 5개, 2018년 9개, 2019년 15개 등 5년간 48개에 이른다.

카카오는 기업을 인수한 후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부문을 계열사로 독립시키고 있다. 총 48곳을 인수했지만 계열사가 92개인 이유다.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부문 분사(카카오M) 등이 대표적이다. 분사한 계열사는 또다시 M&A로 덩치를 키운다.

이렇게 세포가 분열하고 진화하듯 커지는 조직을 카카오 구성원들은 ‘카카오 공동체’라고 부른다. 택시 등 생활 밀착형 사업, 게임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 사업,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i, 그라운드X의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사업 등이 각각 관련 중소형 업체를 인수하며 스스로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띄운 스마트폰.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톡을 띄운 스마트폰.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택시 호출 서비스가 성공하며 분사한 이후 버스, 지하철, 주차장 등 관련 서비스 업체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또 교통 관련 통합 앱인 카카오T를 내고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도 추가했다. 최근엔 택시 회사를 잇달아 사들이는 중이다. 택시 운송 및 가맹 업체인 ‘진화’와 ‘케이엠솔루션(서비스명 웨이고)’을 인수했고 ‘케이엠원’ 등 6개 관련 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총 9곳의 택시 법인을 인수해 택시 면허 900여 개를 확보했다.

가맹형 택시를 선보인 ‘타고솔루션즈(현 케이엠솔루션)’를 지난해 9월 인수했고 택시 브랜드를 ‘웨이고블루’에서 ‘카카오T블루’로 변경했다. 카카오T블루 서비스 지역을 서울, 대구에 이어 1월 중순부터는 경기 성남으로 확대했다. 가맹 택시 운영 규모는 서울에 약 400대, 대구 약 1000대, 성남 약 200대에 이른다.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의 몸집 불리기도 서두르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 카카오페이지, 콘텐츠 직접 제작 능력을 확보한 카카오M 등으로 콘텐츠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지난해 8월 이후 영화 제작사와 연예 매니지먼트사만 5개를 편입했고 올해 들어서는 배우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와 공유·공효진 소속사 숲엔터테인먼트, 김태리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 등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카카오M은 최근 ‘진짜 사나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스타 PD를 대거 영입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공연 기획사 쇼노트, 매디슨카운티의다리를 인수하고 매니저업 플렉스엠까지 설립했다. SK텔레콤과 30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면서 SK텔레콤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콘텐츠 공급 계획도 세웠다.

금융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M&A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인슈어테크 플랫폼 스타트업 ‘인바이유’를 인수하며 보험업에 뛰어들었고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으로도 보폭을 넓혔다. 삼성화재와 합작해 만든 디지털 손해보험사 인가도 추진한다.

일각에선 카카오의 광폭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바일 플랫폼 시장 지배력이 택시, 금융, 콘텐츠 등 다른 시장으로 전이하면서 시장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확장하고 있는 서비스 대부분이 택시, 부동산 중개, 주차, 교육 서비스 등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plus point

다니고 싶은 기업 1위 카카오
수평, 자기 주도적 기업 문화가 핵심 경쟁력

제주시 첨단 과학단지에 있는 카카오 본사. 사진 연합뉴스
제주시 첨단 과학단지에 있는 카카오 본사.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는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기업 1위에 자주 이름을 올린다. 네이버, 삼성전자 등 굴지의 기업들을 제치고 꿈의 직장이 된 카카오, 그 비결은 뭘까.

많은 이가 카카오 특유의 수평적이면서 자유로운, 자기 주도적 기업 문화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내에서 영어 이름 사용이다. 직함과 존칭을 생략하고 영어 이름을 쓰도록 함으로써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협업하도록 유도하고, 창의적인 태도로 근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한 것.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브라이언’,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메이슨’과 ‘션’으로 불린다.

카카오는 구성원들을 서로 크루(krew·kakao talk+crew)라고 지칭한다. 한배를 탄 선원(crew)이자 운명 공동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배에 탄 사람들이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것이 카카오의 큰 무기이자 경쟁력이다.

수평적 소통을 위해 강조되는 것은 정보의 형평성이다. 크루 간 정보를 철저하게 공유하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T500(thursday 5:00, 전 직원 미팅), 회의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다. 카카오에는 회사 초창기부터 임직원이 모두 모이는 단체 카톡방이 있다. 부서를 떠나 격식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연결 공간이다. 2010년 카카오톡, 카카오수다와 함께 등장했던 폐쇄형 커뮤니티 카카오 아지트를 업무용으로 업그레이드해 사내 커뮤니케이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 직원이라면 누구나 타 부서의 업무 진행 상황, 의사 결정 결과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자율적인 분위기도 조성됐다. 사무실 내에서 서서 일하는 ‘스탠딩족’이나 사내 이동 시 곳곳에 배치된 킥보드를 타는 ‘킥보드족’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다양한 복지 서비스도 매력 포인트다. 국가 공인 안마사 자격을 갖춘 헬스키퍼들이 사내에 상주하고 있어 직원들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고 ‘톡의보감’을 통해 몸이 좋지 않은 직원들이 일반의약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톡테라스’를 통해 직원들이 명상하거나 일대일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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