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 조선일보 DB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 조선일보 DB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통 큰 결단이 화제에 올랐다. 김 의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산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4월 20일 역대 최대 규모인 200명을 채용(채용연계형 인턴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채용은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선발 방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 서비스·비즈 분야 인턴십은 모집 과정에서 세부 직무 구분 없이 선발하는 이색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또 인사팀이 아닌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수백 명의 인턴을 직접 선발하도록 하는 열린 채용 방식도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채용을 확대하는 역발상에 더해 파격적인 채용 방식 도입으로 새로운 세대의 트렌드에 맞는 ‘제2 카카오톡’ 서비스를 발굴하겠다는 김 의장의 리더십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믿을 맨(신임하는 사람)’이라면 경쟁사의 옛 인연도 대표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서는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김 의장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는 ‘글로벌 카카오’를 지향하며 2018년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김 의장의 결단이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NHN(네이버의 전신)에서 김 의장과 함께 일했던 사이다. 김범수의 ‘믿을 맨’이라고 해도 두 사람의 카카오 대표 선임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존심을 버리고 강력한 경쟁사인 네이버의 인물을 대표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와 여 대표는 모두 NHN 초기 멤버로 현재의 네이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브랜드 전문가인 조 대표는 네이버의 상징색을 녹색으로 정한 인물이다. 여 대표는 온라인 광고 전문가로 네이버 매출 성장에 이바지했다.

김 의장은 변화의 시기에 냉혹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건 2018년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의 용퇴를 과감히 결정한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임 대표의 자진 사퇴였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김 의장이 카카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브랜드·사업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임 대표 시절의 카카오 매출은 전임 대표들보다 준수했다. 연결기준 2015년 9322억원이던 카카오 매출은 2016년 1조4642억원, 2017년 1조9724억원을 기록했다. 김 의장은 이런 성과를 낸 임 대표보다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김 의장의 파격은 과거에도 있었다. 김 의장은 2015년 8월 카카오 계열 벤처캐피털(VC) 대표로 있던 임 전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선임했다. 임 전 대표는 당시 35세에 불과했다. 30대 중반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였다. 2015년 당시에도 카카오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포털 다음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안으로는 갈라진 조직 문화를 융합하고, 밖으로는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해야 했다. 김 의장은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파격을 택했다.


승부사 기질 강한 자유로운 ‘브라이언’

김 의장은 대범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도 유명하다. 대학 시절부터 포커, 당구, 바둑 등을 즐겼다고 한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소탈하다. 평소 티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고 회사에 나온다. 오히려 정장을 입고 오면 직원들이 놀랄 정도라고 한다.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영어 호칭을 도입해 친근한 기업 분위기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김 의장은 사내에서 ‘브라이언’이라고 불린다. 이는 자유로운 카카오의 조직 문화를 대표하는 사례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빠르고 과감하다. 카카오 직원들 대부분은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다는 사실을 합병 발표하는 날 알았다고 한다.

김 의장은 평소 ‘소셜임팩트’를 중요한 키워드로 꼽는다. 소셜임팩트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재무적 성과도 내는 기업을 말한다. 김 의장은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자신을 고문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안 된 것은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야’라며 자신을 들볶는 것은 잘못이며, 그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 그는 “힘들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올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공개한 기념 영상을 통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는 것’이 (내) 카톡 프로필”이라며 “최근에는 카카오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이 일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이 일하는 것도 아니고 ‘문화가 일한다’는 말을 믿는다”라고도 했다. 제2의 카카오톡 혁명을 앞두고 카카오 기업 문화 차원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plus point

“앞으로 10년은 AI 시대”…김범수의 말말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한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한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과거 NHN 대표이사 시절부터 다양한 어록을 남겼다. 과거부터 최근순으로 그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읽다 보면 미래 카카오의 방향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을 만들어 가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문화적 이해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일본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2005년 2월 20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 그는 당시 NHN 대표이사 사장이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2009년 NHN을 퇴직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네이버가 1등이고 다음이 2등인데 같은 차선으로 달리면 어떻게 네이버를 이길 수 있나. 새 합병 법인은 차선을 갈아타야 한다.” (2014년 8월 다음과 카카오 합병이 결정된 후 다음과 카카오 주요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끝장나기 때문에 창업하면 인생을 걸어야 한다. 실패 경험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풍토를 한국에 이식하고 싶다.” (2015년 12월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카카오는 우리나라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기존 세력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카카오택시에서 그랬듯이 기존 사업자들과 최대한 협력할 것이다.” (2016년 6월 1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불이 붙은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경쟁이 본격화한 건 사실이다. 카카오가 해왔던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추천 기술들을 모아서 기술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2017년 2월 7일 카카오브레인 설립 후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보기술(IT) 비즈니스에서 데이터기술(DT) 비즈니스 시대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AI의 시대로 정의될 것이다.” (2019년 10월 1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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