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수(왼쪽)·조수용 카카오 대표. 이들은 올해 2월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카카오의 대표가 연임한 것은 포털 다음과 합병 이후 처음이다. 사진 카카오
여민수(왼쪽)·조수용 카카오 대표. 이들은 올해 2월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카카오의 대표가 연임한 것은 포털 다음과 합병 이후 처음이다. 사진 카카오

숨 가쁘게 달려온 10년이었다. 10년 후 카카오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까. 조수용·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2018년 3월 대표직에 선임된 직후 카카오3.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카카오1.0은 모바일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빠르게 진입한 시기이며, 카카오2.0은 메신저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이상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카카오3.0은 시너지를 통해 성장하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지난 10년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 가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요소들을 살펴봤다.


1│AI·블록체인에 올인

카카오3.0 시대에 인공지능(AI)은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카카오는 AI를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 기술로 판단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3일 사내 독립 기업인 AI랩을 별도 회사로 분리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카카오 AI 플랫폼인 카카오i를 유통, 소비재, 엔터테인먼트 등의 영역으로 확장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대표 사업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카카오톡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미니 등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AI 원천기술은 카카오가 2017년 2월 100% 자회사로 설립한 카카오브레인에서 지속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총 3000억원 규모의 신주 교환을 통해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에는 AI 기술 연구 및 서비스 협력이 주된 내용으로 담겨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생태계로도 발을 뻗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현재 국내외 여러 기업을 포섭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 그라운드X는 자체 개발한 가상통화 지갑 ‘클립’을 올해 상반기 중 카카오톡에 탑재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클립을 통해 친구와 실시간으로 가상통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클립과 카카오톡의 결합을 통해 블록체인을 대중화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라운드X는 지난해 6월 27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메인넷을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 위에 가상통화 ‘클레이’를 발행한다. 클레이튼은 이사회 성격을 띠는 ‘거버넌스 카운슬’을 운영한다. 거버넌스 카운슬은 2019년 10월 기준, 한국과 해외 기업 25곳 정도를 유치했다. 카카오 계열사뿐 아니라 LG전자와 LG유플러스, 넷마블, 펄어비스,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등이 참여한다. 2019년 10월엔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합류했다. 클레이튼은 게임과 콘텐츠, 여행, 소셜데이팅, 자전거 공유, 티켓 결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하고 실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사도 40곳 정도 확보했다.

카카오가 AI와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은 돈이 2017년 2967억원에서 2018년 3669억원, 2019년 4674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의 15.2%에 이르는 규모다. 


2│글로벌, ‘플랫폼’ 아닌 ‘콘텐츠’로 공략

글로벌 시장 진출은 카카오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해온 카카오는 사용자 기반이 더는 확장되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했다. 2019년 4분기 기준 ‘총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5149만 명으로, 이 중 국내 사용자(4485만 명)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외 사용자는 664만 명이었다. 사용자 수는 몇 년째 큰 변화가 없다. 네이버 메신저 ‘라인’이 일본과 대만 등지를 장악한 것과 대조적이다. 라인의 주요 진출국 이용자는 1억6400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 문턱을 넘기 위한 전략으로 플랫폼보다 콘텐츠를 택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은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다. 픽코마는 일본 만화 플랫폼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9년 4분기 거래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고 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동아시아 진출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의 ‘웹코믹스’를 카카오페이지 글로벌로 리브랜딩했다. 카카오는 올해 대만과 태국, 중국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카카오M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 대표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강(强)결합을 통해 카카오 이용자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웹소설로 읽고 다시 웹툰으로 즐기고 영상 콘텐츠로 시청하며 쌍방향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재팬이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 사진 홈페이지
카카오재팬이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 사진 홈페이지

3│머니2.0 전략…한국판 ‘레볼루트’ 기대

카카오는 2019년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이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 출범에 성공했다. 증권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계좌 발급, 투자 상품 중개, 개인 포트폴리오 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손해보험 상품 중개 서비스 등 금융 플랫폼의 신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거래액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톡딜, 카카오톡스토어, 카카오메이커스 등 자체 커머스 플랫폼이 성장하면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카카오택시 역시 카카오페이 결제액과 연계돼 있어 시너지를 낸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누적 가입자 3000만 명, MAU 2000만 명에 기반해 올해 총거래액이 약 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금융 수익 확대와 오픈뱅킹 수수료 감소로 인해 적자 폭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카카오는 결제·증권·보험 등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융합한 실명 계좌 기반의 ‘머니2.0’ 전략을 가동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머니1.0 시대엔 선불 충전 사업자라는 제한적 범위 내에서 결제와 송금 한도, 금융 상품 중개 등의 사업을 하며 폰뱅킹 수수료 부담 등으로 온전한 테크핀 사업자로서의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결제·증권·보험까지 융합하는 머니2.0 전략은 국내 테크핀 판도를 바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마이 페이먼트 산업’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 계좌 없이도 독립적인 계좌 발급이 쉬워지고 자금 이체나 결제·송금뿐 아니라 금융 상품 중개 및 판매와 같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가능해지면서 카카오가 한국판 ‘레볼루트(Revolut)’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레볼루트는 2015년 7월 설립된 송금·결제 전문 핀테크 기업으로 2019년 사용자 300만 명,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를 돌파했다. 간편결제·송금·인출 서비스로 시작해 은행업뿐 아니라 보험·펀드 상품도 판매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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