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홍 한양대 전자공학 박사, e삼성 재팬 사업고문, NHN 재팬 사업고문, 카카오 사외이사
최재홍
한양대 전자공학 박사, e삼성 재팬 사업고문, NHN 재팬 사업고문, 카카오 사외이사

‘1조달러(1200조원) 클럽’. 시가총액 1조달러를 찍은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기업 중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1조달러대에 진입한 곳은 4곳뿐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그리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모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올해 2월 알파벳이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을 때, ‘빅4’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한국의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 상장 기업 전체 시가총액의 3배였다. 한국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는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보인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조차 시가총액 300조원대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올해 2월까지 6년간 사외이사로서 카카오를 지켜본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4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카카오가 1조달러 기업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5조원대로 1조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1조달러 기업론’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카카오는 1조달러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했고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 기업도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계는 새롭게 재편됐고 이전보다 큰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1조달러 기업에 대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신중호 라인 대표에게 이야기한 바 있고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이야기한다. 꿈이 커야 깨져도 조각이 크다. 전 세계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은 애플의 아이폰처럼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하드웨어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올리고 언어 장벽을 없애면 된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오른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문어발 경영이라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는 아마존이 아니다. 기존에 있는 사업을 직접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플랫폼을 지원하고 같이 수익을 내고자 한다. 카카오는 필요하지만 가지지 못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한다. 작은 기업 기술을 베끼거나 작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무시하고 직접 해버리는 일을 극도로 자제한다. 이는 한국 기업 생태계에서 정말 중요한데, 스타트업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은 카카오를 독과점 기업이 아니라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카카오의 인수·합병은 아마존의 문어발 경영과 차이가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 분야의 기존 기업이 줄줄이 망하는 ‘아마존 되다(To be Amazoned)’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일컫는 ‘패밀리’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또한, 카카오가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분 투자 등을 통한 관계 맺기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해외 기업에 비해 열세인 점은 무엇인가.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뒤 카카오의 전략을 많이 벤치마킹했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이미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카카오는 플랫폼 기업 중 가장 먼저 내수 시장을 장악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이 작고 비영어권인 한국 기업으로서 과감하게 해외로 진출하기에는 비용과 경험 그리고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는 전례 모두 부족했다. 카카오의 해외 사업은 참으로 아쉬울 뿐이다. 또한, 해외 기업은 한국에서 법과 제도에 개의치 않고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내는데 정작 한국 기업은 자국 규제 탓에 내수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사외이사로서 내린 결정은 무엇인가.
“카카오와 다음 합병을 극구 반대했다. 겉으로 유선과 무선의 이상적인 조화처럼 보일지라도, 내부의 화학적 결합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두려웠다. 그러나 합병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다행히 내 의견이 틀렸다. 카카오가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냈다. 과거 네이버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곤혹스러웠는데, 카카오가 데자뷔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당시 임지훈 대표와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O2O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해당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를 돕는 플랫폼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자는 전략으로 수정됐다. 이는 내가 내린 결정 중 유일한 성공 사례다.”

특유의 기업 문화를 꼽자면.
“카카오는 신입사원부터 대표까지 모두 법인카드를 가지고 있다. 업무를 위해서는 누구든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그리고 누구라도 예외 없이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인트라넷에 올려야 한다. 대표도 마찬가지다.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당당하면 된다. 카카오는 큰 조직인데, 사람들은 스타트업처럼 일한다. 모두가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대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자신의 권한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카카오의 혁신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돈이나 매출보다 새로운 것, 다른 것, 이전보다 나은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또, 조직이 가볍고 빠르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새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기획자 1명 등 총 4인 1조로 팀을 꾸리는 전통이 있다. 서비스를 선보인 뒤 반응이 안 좋으면 바로 철수하고 다시 새롭게 진행한다.”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끊임없는 도전’. 카카오는 한 번도 안주한 적이 없는 기업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멋진 기업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카카오가 머지않아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1조달러 기업이 돼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스타트업이 무서운 이유는 엄청난 숫자 때문도, 좋은 사업 모델 때문도 아니다. 중국 스타트업 CEO들이 자신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과 에너지 때문이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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