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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아쉬운 직장인이나 만학도는 디지털 대학에 입학하거나 무크(MOOC·온라인 공개 수업)를 활용할 수 있다. 원격 교육은 이미 시작된 미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 ‘원격 시대’의 완성을 재촉하는 촉매제다. 이번 사태 이후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도입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 대신 전자 기기와 마주 앉아 일하고 공부하는 세상은 앞으로 더 본격화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앞당길 새로운 시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이코노미조선’은 변화에 착실히 대비해온 젊은 교육 스타트업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밀레니얼 성향 맞춰 코딩 교육 ‘코드잇’

“오, 재밌겠네요.”

언택트(untact·비대면) 사회에 어울리는 기업이니 인터뷰도 화상 채팅으로 해보자는 제안에 20대 중반의 두 대표이사는 개구쟁이 미소를 지었다. 4월 29일 화상 채팅 프로그램 ‘줌(Zoom)’에서 만난 강영훈·이윤수 코드잇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가 만나지 않고 인터뷰하는 것처럼 이제 코딩 공부도 온라인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설립된 코드잇은 프로그래밍 학습 솔루션 개발 업체다. 정보기술(IT) 대기업과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 개발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용자는 교육 영상을 시청한 다음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에서 곧장 코딩 실습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두 대표는 핵심 타깃층인 20~30대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다.

“요즘 세대는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대신 긴 영상 보는 걸 싫어하잖아요. 코드잇 교육 영상 길이는 5분 내외입니다. 짧게 시청한 다음 퀴즈 풀고, 즉시 실습에 나서는 식이죠. 실습 내용은 자동 채점돼요. 틀린 부분은 빠르게 피드백합니다. 전 과정이 ‘물 흐르듯’ 흘러가죠.” 강 대표가 말했다.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건 품질 때문이다. “기존의 많은 코딩 학습 업체가 콘텐츠 제작을 외부에 맡겨 품질 논란을 낳았어요. 우린 장인정신을 발휘한다는 자세로 콘텐츠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현재 임직원 24명 중 8명이 콘텐츠 담당인데, 올해 8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에요.” 이 대표가 사용자의 학습 완주 비율이 51% 수준이라며 말을 보탰다. 이는 무크의 평균 완주율(3~5%)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환불 비율은 3% 미만이다.

회사 설립 초기 1억원에 불과했던 결제액 규모는 지난해 8억원으로 2년 만에 8배 성장했다. 언택트 사회가 본격화하는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50억원, 228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능성을 본 에이벤처스, 펄어비스캐피탈, 퓨처플레이, 신한캐피탈, 산은캐피탈이 올해 3월 코드잇에 총 40억원을 투자했다. 강 대표는 “내년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학습 프로그램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두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는 기업·기관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모든 IT 기술 구현의 시작은 코딩입니다. 코드잇 사용자의 60%가 문과 출신이란 사실을 아시나요?”


이윤수(왼쪽) 연세대 경영학과 / 강영훈(오른쪽) 다트머스대 컴퓨터공학과 / 코드잇을 이끄는 이윤수 공동대표와 강영훈 공동대표가 4월 29일 화상 채팅 프로그램 ‘줌’으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이윤수(왼쪽) 연세대 경영학과
강영훈(오른쪽) 다트머스대 컴퓨터공학과 / 코드잇을 이끄는 이윤수 공동대표와 강영훈 공동대표가 4월 29일 화상 채팅 프로그램 ‘줌’으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아이폰 영감 받아 게임에 영어 공부 결합한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소프트맥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엔씨소프트, NXC / 최원규 캐치잇플레이 대표가 4월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캐치잇잉글리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최원규
소프트맥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엔씨소프트, NXC / 최원규 캐치잇플레이 대표가 4월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캐치잇잉글리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캐치잇플레이는 2016년 4월 제주도에서 문을 연 5년 차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영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캐치잇잉글리시(Catch It English)’는 구글플레이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히트작이다. 공부 앱인데도 일주일 이내 재방문율이 45%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KDB산업은행, SV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총 35억원을 투자받았다.

4월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최원규 캐치잇플레이 대표는 애플이 아이폰3GS를 선보인 2009년 여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 모바일 시대가 곧 오리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오프라인과 데스크톱의 많은 콘텐츠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텐데, 게임과 학습 분야는 무조건 포함되리라 생각했죠.”

당시 최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를 개발 중이었다. “인간이 게임에 빠지는 메커니즘에 관심이 많았어요. 리니지는 20년 넘은 게임인데도 꾸준히 사랑받잖아요. 유저들은 게임 안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함께 싸우면서 성장하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소속감과 재미를 느끼고요. 저는 게임의 이런 특징을 학습 분야에 적용하면 유사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아이폰 같은 플랫폼까지 등장했는데, 도전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최 대표는 퇴사 후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진학해 ‘게이미피케이션(문제 해결이나 지식 전달에 게임 기법을 접목하는 것)’을 연구하며 창업 준비를 했다. 그는 사용자가 역할수행게임(RPG)을 즐기는 듯한 기분으로 영어 공부를 하도록 캐치잇잉글리시의 구조를 세심하게 짰다.

예컨대 사용자는 리니지에서 반복 사냥을 하듯 반복 학습을 통해 레벨을 쌓거나 다른 이용자와 문제 풀기 대결을 벌일 수 있다. 학습 레벨이 높은 사용자를 초대해 스터디 그룹을 꾸릴 수도 있다. 앱에 들어 있는 음성 인식 기능은 이용자의 발음 훈련을 돕는다. 게임처럼 재미있는 영어 공부 환경을 만들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최 대표의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최 대표는 캐치잇잉글리시 같은 비(非)대면 학습 도구의 전성시대가 금세 열릴 것이라고 했다. “게임의 세계관이 우리 일상에 점점 스며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사회에서는 현실의 나만 내가 아닙니다. 가상의 나도 나예요. 가상현실·증강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방 안에 누워서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구경하는 시대잖아요. 코로나19가 물러나면 사람들이 학습 방식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이미 달라졌죠.”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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