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서 안전한 선별진료를 위해 로봇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서 안전한 선별진료를 위해 로봇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3월 23일(현지시각) ‘한국은 어떻게 (확진자) 곡선을 평평하게 했나(How South Korea Flattened the Curv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미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 방역 시스템 성공 요인으로 신속한 조치, 광범위한 테스트, 연락처 추적 시스템 그리고 시민의 협조를 꼽았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 체계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반면 미국 같은 강대국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맥없이 무너졌다.

코로나19가 지나가도 코로나20, 코로나21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세계가 의료·보건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도 단연 바이오헬스케어 그리고 원격의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월 28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벤처캐피털리스트 36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산업을 조사한 결과, 바이오헬스케어·원격의료(31.9%) 분야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교육·사무(19.4%), 인공지능(8.3%)순이었다. 코로나19 위기로 건강 관리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생활인 교육·사무 분야에서 온라인 개학이나 재택근무를 경험해보며 직접 체감한 분야가 유망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코로나19 위기 후 의료계의 반발로 꽁꽁 묶여 있던 국내 원격의료 규제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국내 원격의료는 2000년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20년째 지지부진하다. 국회도 2010년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줄줄이 무산됐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위기가 결정적인 촉매제가 됐다. 병원을 오가는 사람은 물론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의료진 감염 위험이 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난 덕이다. 실제 대부분의 환자는 입원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치료받으면 된다. 그래야 심각한 환자가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원격의료)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주목받는 분야를 발굴해 달라”고 주문했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위기 속 세계 주요 국가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83억달러(약 46조7000억원)였던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이 2025년 1305억달러(약 159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은 원격의료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6개국 중 26개국이 원격의료를 도입했다.

이 중 미국은 1993년부터 원격의료협회를 설립해 미국내 병원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위기 후 비대면 진료를 받는 환자 수가 위기 이전보다 170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원격의료를 도입한 중국은 11개 정보기술(IT) 업체가 참여해 ‘신종 코로나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이 뛰어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갖췄음에도 ICT와 의료진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 스타트업 ‘뷰노’의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도입한 진단 보조 프로그램 화면. 폐 사진을 통해 의사의 코로나19 감염 여부 판단을 돕는다. 사진 뷰노
의료 스타트업 ‘뷰노’의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도입한 진단 보조 프로그램 화면. 폐 사진을 통해 의사의 코로나19 감염 여부 판단을 돕는다. 사진 뷰노

바이오헬스케어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바이오헬스케어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대주다. 바이오헬스케어란 생명공학, 의·약학 지식에 기초해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의약품, 의료 기기 등 제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 의료·건강 관리 서비스업을 포함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헬스케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포스트 코로나 환경 변화로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위험 대응 일상화 및 회복력 중시 사회 등을 꼽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바이오 경제 혁신 전략 2025’를 발표하고 당시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점유율 1.7%(생산 기준 약 27조원)를 2025년까지 5%(생산 기준 약 152조원)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확대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송시영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추진위원장은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 보고서 기고문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산업계가 코로나19는 물론 암, 만성 질환, 급성 감염병 등에 대항해 치열한 경쟁 중인 만큼 세계에서 인정받는 결과물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정부는 의·산·학·연 네트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산업 지휘 체계를 하나로 모으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현준 의료 솔루션 스타트업 ‘뷰노’ CEO
“AI·딥러닝 기술로 환자 신속히 진단”

인하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수료, 삼성종기원 전문연구원, 뷰노 전략부사장
인하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수료, 삼성종기원 전문연구원, 뷰노 전략부사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됐습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의료 솔루션 스타트업 뷰노의 김현준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집행임원은 4월 27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올해 창립 6년 차인 뷰노는 코로나19 위기로 주목받았다. 딥러닝(심층학습)과 AI 기술을 통해 폐 단층촬영(CT) 사진으로 의사가 간편하게 코로나19 감염 여부 판단에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하면서다. 뷰노는 딥러닝을 통해 2014년부터 특정 질병 영상을 모아서 전문의와 대적할만한 결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딥러닝이 지금처럼 널리 주목받지 못했던 당시 ‘AI+의료’란 불모지로 동료들과 과감히 뛰어들었다. 삼성의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하는 삼성종합기술원에 재직하면서 AI 음성 인식 기술을 개발해 체득한 딥러닝의 잠재력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국이 의료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약 3000개 이상의 병상이 있는 대형 병원이 서울에 몰려 있다”라며 “의료 수준이 높고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국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 빅데이터를 쌓기 좋은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위기가 의료 스타트업에는 큰 기회를 제공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평균 3.4명인데 한국은 2.2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퍼포먼스로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냈지만, 동시에 이렇게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코로나19를 통해 세계가 처음 알게 됐다. AI 기반 의료 기기에 대한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이후 빅데이터 기반 의료 기기 패러다임이 활기차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김문관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