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카트’의 식자재 배달 서비스. 사진 인스타카트
‘인스타카트’의 식자재 배달 서비스. 사진 인스타카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한국의 식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밥 한번 먹자’는 말을 선뜻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조리 과정에서 ‘손맛’보다 위생이 강조된다. 정부는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위해 음식점에서는 되도록 포장이나 배달 주문을 하고, 직접 방문할 땐 최대한 접촉을 줄여달라고 했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는 시식 코너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침 묻은 쓰레기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강원도에서 감자 농사는 풍년이었지만 판로가 막히면서 일부 농가는 길거리에 감자를 공짜로 내놨다. ‘집밥’을 해 먹는 사람이 늘면서 삼겹살과 목살 등 돼지고기 가격은 두 달 새 20% 넘게 뛰었다. 수입이 줄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비단 2020년 한국에 사는 사람만이 겪는 변화는 아닐 것이다.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 사태는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변화한 삶의 양식 중 일부는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습관으로 남을 것이다. 국내외 식음료 및 외식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조망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식문화 전망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배달 로봇. 사진 저스트잇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배달 로봇. 사진 저스트잇

키워드 1│배달 황금기

집밥 문화의 확산으로 ‘배달 황금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배달 음식에 부정적이었던 소비자와 외식 업자마저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음식 배달과 함께 식자재 배송 수요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 식자재 당일 배송 서비스인 월마트그로서리, 인스타카트, 십트 앱 다운로드 건수가 크게 늘었다. 또한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가 식자재 배송 서비스 테스트에 들어가는 등 음식을 팔던 외식 업체가 식자재 시장에도 뛰어드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국 일부 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류 포장과 배달을 허용했는데 주류 배달 앱인 드리즐 매출이 올해 초보다 세 배 늘었고, 3월 신규 가입자가 매출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먹기 위해 주문하는 사람이 늘면서 식음료·외식·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배달 경쟁이 치열해졌다. 배달 서비스 시장은 속도·위생·가격 등이 자리 잡으며 성숙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윙’의 배송 드론. 사진 블룸버그
‘윙’의 배송 드론. 사진 블룸버그

키워드 2│클라우드 키친

‘클라우드 키친’이 외식업의 표준이 되고 있다. 클라우드 키친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2018년에 선보인 배달형 공유 주방 서비스 명칭이다. 점포가 독점적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공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배달을 통해서만 제공하는 형태다. 창업자 입장에서 최소한의 자본과 재원으로 외식업을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은 식당에서 밥 먹는 일을 고민하게 됐다. 가급적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경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집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이 클라우드 키친에서 만들어졌는지, 실제로 존재하는 식당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배달 음식 앱 혹은 배달형 공유 주방 앱에서 메뉴와 음식 사진, 평점을 확인하고 음식을 주문할 뿐이다. ‘한국의 클라우드 키친’ 위쿡은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3월 위쿡의 배달형 공유 주방 서비스인 위쿡딜리버리 입점 문의가 전월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기존 입점 업체의 매출 역시 증가했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사진 베어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사진 베어로보틱스

키워드 3│서비스 로봇

조리와 서빙 그리고 배달까지 ‘서비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다. 코로나19로 봉쇄가 이뤄진 가운데 많은 기업이 서비스 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스타트업인 베어로보틱스는 미국 콤파스, 한국 TGI프라이데이스에 이어 글로벌 외식 업체인 달라스에도 서빙 로봇을 공급할 계획이다. 유럽 로봇 업체인 스타십테크놀로지는 대학 등 제한된 지역에서만 하던 배달 로봇 실험을 4월 초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일부 지역에서 진행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윙은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번지자 드론으로 파스타와 이유식 등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3월 미국과 호주에서 2주간 테스트한 결과, 드론 배송이 1000건 이상으로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미국 외식 업체 칼리그룹은 서빙 로봇, 조리 로봇, 키오스크 등으로 채워진 100% 무인 햄버거 가게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외식업 종사자는 직접 일하는 대신 서비스 로봇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위쿡’의 공유 주방. 사진 위쿡
‘위쿡’의 공유 주방. 사진 위쿡

키워드 4│로컬 푸드

‘로컬 푸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강원도의 저장 감자, 포항시의 드라이브스루 수산물 등 국내 각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침체와 수출 제한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 특산물 판매 촉진에 나섰다.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으로 언제든 수출입길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은  수입산 식료품의 대체재를 찾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실제 미국 최대의 소비자 리뷰 사이트인 옐프가 4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경제에 끼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기반의 농작물, 육류, 과일과 채소 등의 소비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자급자족의 식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넬 왓슨은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기근 문제가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약 정원이 있는 모든 사람이 약간의 감자와 시금치를 심고 닭장을 짓는다면 기근 위기를 완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파서블’의 대체육 제품. 사진 블룸버그
‘임파서블’의 대체육 제품. 사진 블룸버그

키워드 5│육식 공포증

코로나19는 ‘육식 공포증’을 키웠다.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인간과 짐승이 동시에 걸리는 인수공통 감염병의 75%가 동물에서 시작됐다. 세계 각국은 야생 동물 거래를 뿌리 뽑고, 가축 감염병 방역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 식단에서 채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실제 미국 농업 전문지 ‘더패커’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선한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한다는 응답이 14%나 됐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축장, 가공 공장 등에 노동력이 투입되는 ‘진짜’ 육류와 달리 대체육은 생산 과정에 자동화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에도 생산 차질을 빚지 않았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4월 18일까지 최근 8주간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육류는 39% 늘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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