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기술로 구현한 ‘홀로그램 미팅’ 모습. 사진 스페이셜
증강현실(AR) 기술로 구현한 ‘홀로그램 미팅’ 모습. 사진 스페이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기 침체로 곳곳에서 기업 부실의 징후가 나타난다. 하지만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탓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CEO가 적지 않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CEO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중대한 결정과 그 이후에 관한 질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금은 리더가 나서 직원, 고객,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내려야 할 결정

BCG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즉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 상황과 운영 상황 그리고 주요 현안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한편 직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모여 문제를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출, 손익, 현금흐름을 점검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고 봤다. 5개 정도의 주요 시장을 정하고 상세한 분석을 통해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하면서 재무 건전성을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점검 작업은 48시간마다 이뤄져야 한다. 고객에게 충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객이 받는 스트레스는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면 기업과 고객사이 결속력은 강화되고 이는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유지된다.

비상 운영 계획 세우기도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여러 사업장을 폐쇄하더라도 고객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온라인 등 대체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감염병의 영향을 받은 인력 운용 등을 포함해 시스템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직원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경영진이 직원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직원 고충을 해결해줘야 한다. 가령 재택근무 중에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의 편의를 봐줄 수 있다. 중국의 한 회사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 간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요가 수업뿐만 아니라 노래, 춤, 스포츠 대회를 열기도 했다.

경비 지출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도 했다. 사태가 최고조에 이른 동안에는 급여 인상을 중단하고, 고용을 멈추고, 저성과자를 줄이고, 행사를 취소해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예비비를 마련하고, 설비투자나 운영비가 많이 드는 사업 계획을 미루고, 자사주 매입도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 유동성을 늘리는 일이 유일한 관심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은 모든 기업의 최우선 과제다.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하며 재정, 투자 등과 중요한 업무를 온라인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IT 인프라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나아가 회사 운영을 방해하고 시스템을 사이버 공격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선한 일을 하라고도 조언했다. 비상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이라면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기업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프로보노(공공의 이익을 위한 무료봉사)’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기업 역량이 강화되고 명성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관한 질문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과거 그리고 지금과도 매우 다를 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BCG는 “CEO라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바뀐 현실 속에서 회사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CEO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 전략을 세우기 위해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으로 ‘어떤 형태의 경기 회복을 보일 것인가’를 BCG는 꼽았다. 중국 경기는 급격한 추락 후 신속한 반등이 뒤따르는 V 자형 회복세를 보이며 일본과 한국,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 등도 중국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과 미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끝내는 대신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경기가 완전히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 즉 몇 분기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CEO는 경기 회복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에 발맞춰 자원을 활용하고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영원히 바뀌는 것은 무엇인가’다. 소비자가 쇼핑과 행사 참여 등 과거의 행동 방식으로 회귀할 것인지 혹은 사태가 종결된 뒤에도 온라인에 계속 머물 것인지, 건강과 보건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인지, 공급망은 어떻게 작용하고 새로운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여행 방식의 변화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마케팅과 행사는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제안한 ‘CEO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중대한 결정과 그 이후에 관한 질문’


plus point

[Interview] 이진하 스페이셜 공동창업자 겸 CPO
“진짜 회사 같은 ‘홀로그램 오피스’ 구현할 것”

경기과학고, 도쿄대 전자공학, MIT 미디어랩 석사, 삼성전자 VD사업부 인터랙션 그룹장·수석연구원
경기과학고, 도쿄대 전자공학, MIT 미디어랩 석사, 삼성전자 VD사업부 인터랙션 그룹장·수석연구원

“컴퓨터와 사람의 거리를 좁히고 싶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연구해왔는데 결국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된 것 같습니다. 마침 세상에 꼭 필요한 도움을 줄 기회라고 생각해서 겸허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진하 스페이셜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4월 29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한 기업인의 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페이셜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 원격 협업 플랫폼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스페이셜 소프트웨어는 3차원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활용해 가상 세계에 일터를 구현하며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오큘러스 등 타사 기기와 호환된다. 마텔, 네슬레, 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이 스페이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있었나.
“문의가 10배 이상 증가했고 사용 시간도 비슷하게 늘었다. 기존에는 주로 글로벌 기업이 회의에 사용했는데 지금은 중소기업, 대학, 병원,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등이 재택근무에 사용하고 싶다며 연락한다. ‘특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립되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다른 이와 함께 있다고 느끼도록 연결하고 도와줄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전략의 변화는.
“앞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몇 달간 스페이셜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AR 경험에 초점을 맞췄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VR 경험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금은 각자의 집에서 일하는 상황이 많고 가끔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VR 경험이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또, 웹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별도의 기기 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3차원 공간의 가상 회의에 게임을 하듯 참여할 수 있다.”

중장기 전략은 무엇인가.
“‘홀로그램 미팅’뿐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면서 마치 다른 이가 옆에 앉아 함께 일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홀로그램 오피스’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재택근무의 문제는 업무 효율성 저하가 아니라 서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과 우울 등 정신건강 이슈다. 홀로그램 오피스를 통해 동료와 옆자리에 앉아 같은 화면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고, 희비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현재 실리콘밸리 분위기를 전해달라.
“스페이셜뿐 아니라 다양한 원격 협업, 프로젝트 관리 툴을 적극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팀원이 함께하는 원격 요가, VR 게임 등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한다. 생각보다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이 많을 것 같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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