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 최선의 정보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팩트입니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4월 1일(이하 현지시각) 일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확진자, 사망자, 예상 확진자 수 등 숫자를 정확히 밝히면서 신뢰를 받았다.

팩트와 수치를 중시하는 전문가형 리더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반발이 예상되더라도 의학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방역 대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대책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도 한다. 상황을 모면하는 정치적 수사로 방역에 실패한 포퓰리스트와는 대비된다.

리처드 레빅 레빅전략커뮤니케이션 회장은 “미국은 지난 3년 동안 세계 지도자 권한을 사실상 포기했고 이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가속화됐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리더십 공백을 메우면서 앞으로 세계는 다른 질서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목받은 리더의 특징을 살펴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표적인 전문가형 리더로, 최근까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포퓰리즘 리더가 득세하면서 고전했다. 2018년 집권 기독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이후 메르켈 총리는 2021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4월 2일 독일 공영방송 ARD 여론조사에서 메르켈 총리 지지율은 65%로, 3월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양자화학 박사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방역 조치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으로 신뢰를 얻었다. 4월 15일 메르켈 총리는 점진적 봉쇄 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덧붙였다. 그는 ‘기초감염재생산수(R0·감염자 1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의 수)’ 논리를 설명하면서 대중의 이해를 도왔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대부분 정치 지도자가 감염 가능성을 축소하고 위기 대처에 안일했던 것과 달리 방역 초기 정확한 수치를 들어 코로나19 전파를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언론 브리핑에서 “독일 인구의 최대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은 자네가 대통령이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한국인이었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코로나19 초기 대응 단계에서부터 최고 전문가에게 실질적 권한을 넘겼다. 1월 20일 그는 첸시충(陳時中) 보건장관에게 현장 총괄과 일일 기자 회견 주최 권한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대만 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당일이었다.

실무자가 권한을 위임받은 덕분에 방역 대책은 빠르게 추진됐다. 1월 22일 대만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단체 관광객에게 철수 요청을 내렸다. 우한에서 온 대만 여성의 코로나19 첫 확진자 판정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현재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지지율이 80% 이상까지 치솟는 등 세계 리더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인 첸시충 보건장관 또한 진솔한 페이스북 일일 브리핑으로 인기를 얻었다. 대만에서는 “시계방향으로 가면 승리할 것이고 반시계방향으로 가면 패배할 것”이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그의 이름 일부인 ‘시충(時中)’이 중국어로 시계를 뜻하는 ‘시지(時計)’와 발음이 비슷해서 생긴 말이다.


4월 27일 세계는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한 당찬 젊은 여성 총리의 영상을 보며 환호했다. 주인공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였다. 그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함께 해냈다”라고 외쳤다. 뉴질랜드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약 한 달간 전국적인 이동제한령과 봉쇄 조치를 선포했다. 병원이나 약국, 식료품 등 일부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업체의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대학을 포함한 초·중·고교에도 휴교령을 내렸다. 1980년생으로 세계를 이끄는 젊은 여성 리더로서 주목받고 있는 아던 총리는 초반부터 신속하게 국경을 통제하고 필요한 조치를 결단력 있게 추진해 찬사를 받았다.

특히 “모든 이들이 집에 머물며 교류를 최소화하길 원한다”고 명확한 메시지를 밝혀 혼란을 최소화했다. 이 메시지는 그가 집에서 편한 차림의 옷을 입은 상태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질랜드 전역을 넘어 세계로 퍼졌다. 외신들은 그가 이성적인 판단과 정확한 설명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산 것은 물론 사태 해결에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plus point

방역이 낳은 또 다른 괴물 ‘초감시 사회’

최상현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보다 동선 공개가 더 무섭다.”

코로나19와 맞서는 리더의 무기는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지만, 정보 공개에 심취한 리더는 자칫하면 전체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정보 방역’에 힘입어 한국은코로나19 조기 진압에 성공한 방역 모범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프랑스 언론은 “초감시·고발 문화를 갖고 있는 오래전에 개인의 자유라는 것을 버린 나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면서 가장 먼저 사태 진압에 성공한 중국은 ‘초감시 사회’가 이미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식당·슈퍼마켓·사무빌딩·관광지 등에 방문하려면 전자 통행 허가증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건강코드를 검사받아야 한다. 건강코드는 개인별 진료 기록, 이동 경로, 통신 내역, 결제 정보 등을 종합 반영해 코로나19 감염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생활 방역에는 더 없이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보건 당국에 국민 개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을 합법적으로 부여했다는 의미도 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사람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불투명한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감시체계를 악용할 수 있다”면서 “국가들은 겸손하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투명한 정보 공유라는 ‘공익’과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민주적인 가치’를 어떻게 조화할지에 대해 시민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문관·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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