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립자(현 스타벅스 이사회 의장)는 과거 일본 진출을 앞두고 사내·외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했다. 외부 컨설팅 업체는 일본인은 다도 문화에 심취해 종이컵을 사용하는 커피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회사 주요 간부들도 미국 내에서 스타벅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 체인점 확장만 신경 써도 힘든 판에 해외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결사반대했다. 슐츠 창립자는 직원의 우려와 불만 사항을 충분히 들은 다음 본인의 비전을 솔직하고 차분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스타벅스는 일본에 진출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이 스타벅스의 성장 동력이 된 현시점에서 뛰어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소통하고 강단 있게 결정해 성공한 경영 사례다.

오스카 무뇨스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화물운송 업체 CSX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낼 당시 유독성 화학물질이 든 탱크차의 유출 사고가 나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 사실을 즉각 언론을 통해 솔직히 밝히고 피해 본 사람들에게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투명하게 재정을 집행해 찬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그가 2015년 유나이티드항공 CEO로 영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처럼 리더십의 진가는 위기 때 빛난다. 위기에 처했을 때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리더의 능력이 검증되고 조직의 미래가 달라진다. 주요 해외 경영인의 위기 돌파 리더십을 정리했다.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창업자 겸 명예회장의 ‘강단’

“대선(大善)은 비정(非情)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이 될 수 있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창업자 겸 명예회장의 말이다. 그는 2010년 강성 노조와 방만 경영 탓에 파산한 일본항공(JAL)의 기업 회생 관리인을 맡았다. 주변에서 ‘명성에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취임을 만류했지만, 그는 무보수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채산성 낮은 노선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당연히 인원 감축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종업원 4만8000명 중 3분의 1인 1만6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상당한 규모의 채무를 탕감받았고, 그 부담은 채권 기관의 몫이 됐다. 공적자금이 출자 형태로 투입됐고,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증자도 했다. 채산성 높은 사업 부문에 집중한 결과 JAL은 적자 기업에서 영업이익 1800억엔(약 2조1000억원)의 고수익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2012년 9월 도쿄 증시에 재상장함으로써 완전히 재건에 성공했다. 대의를 위한 강단 있는 리더십과 과감한 결단이 돋보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앨런 멀럴리 전 포드 CEO의 ‘긍정의 힘’

앨런 멀럴리 전 포드 CEO는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항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조직에 전달해 성공을 거뒀다. 멀럴리 CEO는 2006년 보잉에서 포드로 영입됐으며, 포드의 문화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포드의 위기를 훌륭히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멀럴리의 성공 비결은 구성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었다. 또 임직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기업 문화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조직 문화 통합을 위한 ‘원 포드(One Ford)’ 계획을 ‘하나의 팀’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직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서로를 지지하도록 했다. 특히 멀럴리는 회의에서 어떤 사실이 나와도 절대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리더의 얼굴을 ‘상황판’ 삼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리사 수 AMD CEO의 ‘다각화 전략’

대만의 컴퓨터 부품 생산 업체 AMD의 리사 수 CEO는 망하기 직전의 회사를 살려낸 여걸(女傑)이다. 2012년 AMD 부사장으로 취임한 그녀는 적자에 시달리는 회사를 구하기 위해 시장 다각화를 꾀했다. AMD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생산했는데, PC 시장에서는 미국 인텔에 밀려 도저히 반등 기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대신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노렸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의 문을 두드렸다. 과거 PC 시장에서 실패했던 가속처리장치(APU)를 발매를 앞둔 게임기용으로 채택해달라고 했다. APU는 CPU 및 GPU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비디오 게임기용으로는 충분하고 크기도 작았다. MS는 ‘엑스박스 1’,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4’에 각각 AMD의 APU를 채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AMD는 2013년 10월 5분기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했다. 그리고 이후 매출의 90% 이상을 PC에 기대던 AMD는 40%를 비(非)PC 시장에서 확보했다. 리사 수는 공적을 인정받아 2014년 10월 AMD CEO가 됐다. 이후 7%에 달하는 인력 감축으로 회사를 안정시켰다. 현재는 게임기로 벌어들인 수익을 인공지능(AI) 등 미래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위기일수록 신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의 ‘인간 존중’

인도 출신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은 만년 2등이었던 회사를 1등으로 키운 뛰어난 여성 경영인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놓인 펩시코를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데는 가족 문화를 중시하는 누이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가정과 개인 생활이 안정적이어야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조언하며 일과 가정의 조화를 강조했고, 임직원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 직원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자발적인 문화와 끈끈한 조직력을 끌어냈다. 직원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회의 때는 격의 없이 소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썼다. 그녀는 “4567명의 직원을 뒀다면 이들을 단순히 4567이란 숫자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며 “그들에게는 펩시코 이후의 삶이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인도의 거대한 인구학적 특성이 만들어 낸 환경이 그녀를 단순한 천재가 아닌 ‘사회성 천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plus point

분열의 21세기… “반대파도 설득해야”

(왼쪽부터)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잭 웰치 전 GE 회장.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잭 웰치 전 GE 회장. 사진 블룸버그

잭 웰치 전 GE 회장과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은 위기의 기업을 구해낸 위대한 리더였지만, 융통성이 없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웰치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오히려 독단과 방만 경영으로 이어져 오늘날 GE 몰락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경찰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처럼 아무리 옳은 길을 제시하더라도 반대파의 공격과 반발은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금과 같은 극단주의, 분열의 시기에는 극단적인 리더십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반대파도 설득할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성국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포용 리더십은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하는 21세기 경영 환경에 적합한 리더십 유형”이라고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후폭풍의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적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인내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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