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광운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해피빈 콩스토어 대표이사, 더블퀘스천 대표이사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이승우
광운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해피빈 콩스토어 대표이사, 더블퀘스천 대표이사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중고’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가 ‘중고나라’다. 2003년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이제는 중고 거래의 대명사가 된 회사. ‘운포(운송비 포함)’ ‘택포(택배비 포함)’ ‘에눌(가격 할인)’ 등의 거래 용어를 유행시킨 회사. “중고 거래해”라는 말보다 “중고나라에 올려”라는 표현을 더 친숙하게 만든 그 회사다. 올해 1월 기준 중고나라 회원 수(카페·앱 합산)는 2317만 명으로, 대한민국 국민(5178만 명)의 절반가량을 거느리고 있다. 중고나라에는 하루 평균 39만2000개의 상품이 등록된다. 초당 4.5개꼴이다.

사실 이름값과 달리 ‘사업자’로서 중고나라의 위상은 ‘카페’ 중고나라와 온도 차이를 보인다. 10년 넘게 커뮤니티로만 운영된 탓이다. 법인은 2014년에 출범했다. 중고나라가 모바일 앱을 선보인 건 2016년.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기준으로 따지면 경쟁 업체인 번개장터(2010년)나 당근마켓(2015년)보다도 후발주자인 셈이다.

한국 중고 거래의 상징이지만 기업으로서는 갈 길이 먼 아이러니한 상황. 중고나라는 유명세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꿔가고 있을까. 5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고나라 사옥에서 만난 이승우 창업자 겸 대표이사는 네이버 카페에 축적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분석해 중고나라의 모바일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고나라는 개발자 중심 조직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업체로 변신한 6년의 시간을 평가하면.
“숫자가 모든 걸 말할 수 없지만, 많은 걸 보여줄 순 있다. 올해 4월 기준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출시 4년 만의 성과다. 참고로 카페는 1000만 명 모으는 데 10년 걸렸다. 카페와 앱을 합한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1300만 명을 넘어섰다. 거래액 규모는 2019년 기준 3조원이었다. 법인 설립 초기인 2016년(1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67% 불어난 셈이다. 가입자 수는 카페 1800만 명, 앱 517만 명 등 총 2317만 명이다. 원조(元祖)라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질주했다.”

앱 성장세가 빠르지만 여전히 카페 의존도가 높다.
“중고나라의 태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이 대표 포함 3명이 설립)가 2003년 중고나라를 만든 건 결제 관련 솔루션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중고나라 카페는 그 솔루션을 적용할 ‘테스트베드’ 개념의 공간이었다. 3명 모두 다른 생업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가 서서히 인지도를 쌓으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이다. 처음부터 모바일 기반 사업 모델을 들고나온 경쟁 업체들과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법인을 세우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인터넷에서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로 시작하는 중고 거래 피해 글을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2013년을 기점으로 카페 회원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100여 명의 스태프 조직을 운영했지만 카페를 완벽하게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태프는 엄밀히 말하면 봉사자이지 않나. 이들과 모든 비(非)매너·사기 거래를 잡아내고 카페 환경을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4년 1월 큐딜리온(현 중고나라)이라는 법인을 세운 이유다.”

‘스타트업’ 중고나라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이 대표는 플랫폼 수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6년 모바일 앱 출시와 함께 거래 대금을 제삼자를 통해 주고받는 ‘안전 거래 시스템’을 도입했고, 불법·사기 판매를 차단하는 ‘보안관 제도’도 시작했다. 보안관 제도에는 중고나라의 장애인 사원들이 참여한다. 사기 판매자 적발을 위해 경찰청과 업무 공조도 강화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안전 거래 규모는 2018년보다 151% 늘었고, 2020년 1분기 안전 거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91% 증가했다”고 전했다.

신뢰 향상과 함께 수익성 극대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비밀의 공구’,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재활용품을 수거한 뒤 재판매하는 ‘주마’, 중고나라가 매입한 상품을 인증받은 셀러가 파는 ‘평화시장’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내 차 팔기’ 서비스로 중고차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장 가능성을 본 JB우리캐피탈·키움증권·NHN페이코 등이 중고나라에 총 240억원을 투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주요 24개 벤처캐피털(VC)이 뽑은 차세대 유니콘 기업에 선정됐다”며 “연내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바일 시대인데, 카페보다는 앱 운영에 전력 투구할 생각은 없나.
“주변에서 이런 류의 질문을 정말 많이 한다. 카페를 앱으로 언제 옮겨올 것이냐고. 나는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서 1800만 명의 회원이 17년 동안 만들어온 규칙과 문화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카페는 카페대로 앱은 앱대로 나름의 장점과 역할이 있다. 현재로선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각 전담 팀을 구분해두고 있다.”

수익 창출 측면에서는 인터넷 카페가 한계를 드러낼 것 같은데.
“대신 그곳에는 17년간 쌓인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다. 커뮤니티 시절에는 역량 부족으로 이 보물을 써먹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 회사를 개발자 중심 조직으로 바꾸고 있다. 임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개발자다. 이 전문가들이 중고나라라는 넓고 깊은 바다에서 유의미한 중고 거래 관련 데이터를 부지런히 추출하고 있다. 이를 재가공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도움 될 만한 앱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대 회원이 자주 찾는 상품을 알려준다든지 상품의 최근 시세를 나열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모두 기초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가는 서비스다.”

올해 남은 기간의 목표가 있나.
“모든 사용자가 셀러가 돼 중고나라를 하나의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그림을 꿈꾼다. 중고나라에 ‘파트너센터’라는 공간이 있다. 누구나 인증 절차를 거쳐 셀러로 등록하면 상품 공급자와 연계해 위탁 판매할 수 있다. 매입·배송·사후관리 등은 중고나라가 맡는다. 이미 1만여 명의 셀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검증받은 셀러 문화가 활성화하면 자연스레 사기 거래도 줄어들 것이다.”

사기 거래 방지에 대한 고민이 참 많은 듯하다.
“물론. 벽돌 받는 일(상품 대신 벽돌을 받는 사기 피해)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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