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 ‘992’. 사진 43아인하프
뉴발란스 ‘992’. 사진 43아인하프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 노이즈’. 사진 나이키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 노이즈’. 사진 나이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은 뉴발란스 운동화 ‘992’. 992는 ‘스티브 잡스 운동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 패션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뉴발란스는 992 출시 14주년을 맞아 올해 ‘복각판(예전 발매 상품을 그대로 또는 개량해 재발매한 모델)’을 출시했다. ‘한정판’이나 ‘극소량’ 판매 상품이 아니었는데도 반응은 뜨거웠다.

뉴발란스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2월 15일 1차 발매에 이어 4월 13일 2차 발매가 있었다. 1차 발매는 5분 만에 품절 기록을 세웠다. 2차 발매는 오전 11시부터 시작됐는데, 시작하자마자 접속자가 대거 몰리면서 1시간 넘게 서버 장애가 이어져 홈페이지 접속조차 어려웠다. 2차 발매가 시작된 지 1시간 30분 뒤 중고 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 다음 게시글이 올라왔다. “1시간 정도 서버 장애와 싸운 끝에 220, 225㎜ 두 켤레 구매했습니다. 도착하면 신어보고 하나는 팔겠습니다. 가격은 30만원, 예약금 5만원 받습니다.”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가격은 25만9000원. 1시간 30분 만에 시초가의 16%가 뛰는 마법, ‘리셀(re-sell·되팔기)’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리셀은 새 상품에 가까운 중고 상품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다. 일반적 중고 거래와 달리 리셀러(re-seller·되파는 사람) 입장에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리셀로 돈을 벌려는 전문 리셀러가 등장했고 ‘민트급(mint condition·새 상품에 준하는 상태의 중고 물품)’을 넘어 포장을 뜯지도 않은 ‘사실상 새 상품’ ‘중고 아닌 중고 상품’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운동화의 경우 일명 ‘황금 사이즈’인 230~240㎜와 260~270㎜는 다른 치수보다 더 비싸게 되팔 수 있기 때문에 전문 리셀러는 황금 사이즈만 노린다. 992 복각판도 황금 사이즈에, 스티브 잡스가 신었던 회색 색상의 경우 40만원대에 리셀되기도 했다.

리셀 상품 구매를 위해 오프라인 발매일 며칠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며 기다리거나,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매크로 프로그램(macro program·자동 반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리셀러가 늘면서 서버 장애가 예삿일이 된 리셀 문화도 이제 익숙한 시대다. 브랜드가 한정판, 극소량 상품을 불시에 판매하는 것을 뜻하는 ‘드롭(drop·투하하다)’, 신청을 받은 뒤 당첨자에게만 판매하는 방식을 뜻하는 ‘래플(raffle·추첨식 복권)’ 등 리셀 전문용어도 생겼다. 선착순 판매가 불공정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늘면서, 많은 브랜드가 래플 방식을 도입해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기회를 주고 구매자를 ‘뽑는’ 추세다.

리셀 시장은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에 이어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열풍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가 명품에서 중저가 브랜드의 복각판, 한정판 상품으로 거래 품목이 다변화하고 있다. 비단 운동화 등 패션 상품뿐만 아니라 빈티지 가구, 아트 토이 등도 거래된다.

구하기 힘든 ‘신상(새 상품)’이라면 뭐든지 되팔 수 있다. 올해 4월 초 국내에서 품귀현상을 빚은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정가 36만원에 출시됐는데, 리셀 시장에서 5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해에는 나이키와 ‘빅뱅’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협업해 21만9000원에 출시한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 노이즈’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6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면서 화제가 됐다. 래플 당첨자 100명에게 판매한 지드래곤 친필 사인이 들어간 운동화가 1000만~1300만원에 중고 거래로 팔린 것.


뉴발란스 ‘992’ 오프라인 발매일인 2월 15일 오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점에 있는 뉴발란스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사진 독자 제공
뉴발란스 ‘992’ 오프라인 발매일인 2월 15일 오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점에 있는 뉴발란스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스노우가 지난 1월 출시한 중고 스니커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크림’은 거래 중개 기능과 함께 전 세계 래플, 유튜브 후기,실시간 시세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 크림
스노우가 지난 1월 출시한 중고 스니커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크림’은 거래 중개 기능과 함께 전 세계 래플, 유튜브 후기,실시간 시세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 크림

‘MZ세대’의 스니커즈 사랑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1981~2004년생)’가 리셀 시장에 합류하면서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MZ세대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호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문화에 익숙한 경향을 띤다. 자기 취향에 맞는 상품, 희소성 있는 상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2018년 28조원에서 2020년 4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Z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운동화 리셀 시장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전 세계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가 2019년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서 2025년 60억달러(약 7조4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셀러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리셀 플랫폼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선 2019년 9월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블루가 스니커즈 거래 중개 사이트 ‘엑스엑스블루’를 연 데 이어 올해 1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가 중고 스니커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크림’을 선보였다. 또,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는 올해 4월 ‘무신사 스니커즈 패션위크’ 행사를 진행해 한정판 운동화 래플 판매를 진행했다. 해외 운동화 리셀 플랫폼으로 2015년에 창업한 미국 ‘스톡엑스’, 중국 1위 ‘두앱’ 등이 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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