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애리조나대 경제학 박사, 카이스트 초빙교수 /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 전무 토머스 컨설턴츠 대표, 딜로이트안진 부동산인프라그룹 전무
(왼쪽부터)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애리조나대 경제학 박사, 카이스트 초빙교수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 전무 토머스 컨설턴츠 대표, 딜로이트안진 부동산인프라그룹 전무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진 징검다리 연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한 번에 터진 시기였다. 정부가 5월 5일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종료하면서 한강에는 봄 날씨를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교외 아울렛은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순식간에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5월 6일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집단 감염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소비 심리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프랑스 명품 ‘샤넬’이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에 매장 문을 열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돈줄을 풀기 시작하자 전통시장은 사람들로 꽉 찼고, 식당은 퇴근 후 회포를 풀려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월 20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9일 만에 10명대에서 30명대를 기록하며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 수업을 하는 등 일상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경제로 쏠리고 있다. 때마침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안정화한 중국에선 코로나19로 고용이나 소득에 타격받지 않은 고소득층이 명품이나 사치품을 사들이는 ‘보복 소비’를 하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보복 소비는 일부 고소득층의 일시적인 현상이며, 소비만으로 한국 경제가 살아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경제 지표만 보면 소비가 회복할 것이란 낙관적인 신호는 없다.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4.2를 기록했는데, 3월 78.4로 떨어졌고, 4월에는 70.8까지 내렸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19년)보다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4% 감소하며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민간 소비가 전 분기보다 6.4% 감소한 게 타격이 컸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민간 소비는 한국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코노미조선’은 보복 소비의 경제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경제 전문가 3인을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보복 소비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봤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 전무는 “보복 소비는 일시적인 현상을 지칭하는 트렌디한 용어”라며 “역사적으로 보면,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보통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복 소비가 경제 회복을 이끌 만큼 지속해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보복 소비는 일부 계층에 국한돼 소비 회복을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저효과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저효과란 기준 시점에 따라 경제 지표가 실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을 말한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선 소비자의 불안감이 사라져야 한다. 미래 전망이 불확실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지갑을 여는 게 부담스럽다. 코로나19를 극복해 불안감을 없애는 게 최우선이란 의미다. 홍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졌고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 지출이 이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돼 코로나19로 인한 위협이 사라져야 소비 심리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19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월 19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 경제 회복이 한국 경제 좌우

전문가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부진에 빠지면 수출이 줄고 기업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고용 불안, 소비 감소 등의 연쇄 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국내 소비와는 별도로 수출은 예상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자동차의 경우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3% 줄어든 12만3906대에 그쳤는데, 결국 관련 산업에 파급 효과가 번지면서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무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도 좌우된다”며 “만약 소비 심리가 처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경제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도 한국 경제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장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을 경제 패권 전쟁으로 볼 경우 대선을 앞두고 얼마든지 특정한 행동을 취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며 “두 국가의 관계가 깔끔하게 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날개를 달 것이란 예측은 어렵다”고 봤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책임 공방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분쟁이 격화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봤지만, “서로 막대한 피해가 초래되는 단계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미·중 분쟁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경제 악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새로운 방향 정하고, 정부는 규제 완화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에 들어선 이상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과거처럼 단순히 품질과 가격만으로 사람들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며 “기업은 확장된 사회적 책임의 모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선 코로나19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흔들리는 지금이 적기”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의료·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규제 완화에 힘을 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원격 진료나 비대면 진료에 대해 정부가 기존 방향을 선회한 것을 매우 상징적인 변화라고 봤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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