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동기는 새로운 판매 시장 개척과 인건비 절감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이 현실화하기 어려운 원인으로도 이어진다.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에 불과해 내수 시장이 협소한 데다, 최저임금과 법인세가 높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제정되고 7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유턴한 기업이 71개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리쇼어링을 정부가 다시 꺼내든 이유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정책이 빛을 보려면 일자리보다 기업의 요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코노미조선’은 코리아 리쇼어링에 대한 해법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포인트 1│흔들리는 GVC 속 기회를 찾아라

미국 리쇼어링 정책의 핵심은 중국에 있는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제 혜택, 부지 무상 제공과 같은 ‘당근’과 고관세 정책과 같은 ‘채찍’을 번갈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핵심 시장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골라야 하는 기로로 몰렸다. 미국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전면 금수 조치를 시행한다. 이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5㎚(나노미터) 반도체 칩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더 싼 인건비를 찾아 베트남·라오스·인도네시아 등으로 떠나지 절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반면 반도체,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와 같이 미·중 패권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산업의 경우엔 ‘우리 정부가 국내 기업의 수출길을 지켜줄 수 있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면 돌아올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기 위해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할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부터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와 기업은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탈(脫)중국 흐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 모범국’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경쟁국 수준의 인센티브에 규제 완화가 더해지면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은 물론 해외 기업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포인트 2│‘히든 챔피언’ 육성 전략과 맞물려야

코리아 리쇼어링이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유에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하청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도 한몫한다. 국내에선 대기업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면, 관련 중소기업도 함께 해외로 옮겨가는 연쇄 오프쇼어링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이 돌아오지 않는 한 중소기업의 국내 유턴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 구조가 수출 중심인 독일은 강한 글로벌 중견기업, 소위 ‘히든 챔피언’이 많다.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에 따르면, 전 세계 총 2734개의 히든 챔피언 기업 중 거의 절반인 1307개가 독일 기업이다. 한국의 히든 챔피언 기업은 23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정부는 2015년부터 중견·중소기업의 리쇼어링에 중점을 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라고 했다.

유필화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리쇼어링이 가능한 중견·중소기업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내세워봤자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며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 해외에 나간 중소기업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히든 챔피언 육성을 위해선 과거 노동집약적이었던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첨단 제조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가령 섬유 산업의 경우 각자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탈리아 모델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인트 3│‘일자리 지상주의’ 버리면 스마트 공장 보인다

리쇼어링 선도국들은 높은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턴 기업에 공장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영상·광학 기기 제조 기업 캐논은 2018년 자국 내 카메라 생산 비율을 43%에서 60%까지 늘렸다. 오이타 공장에 완전 로봇화 라인을 구축해 인건비 부담은 줄이면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화 공장은 기존 공장보다 당장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는 떨어진다. 추문갑 본부장은 “일자리가 아닌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리쇼어링을 추진해야 한다”며 “자동화 공장은 인건비 부담을 피해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자동화 공장은 직접 고용 인원은 적지만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고, 장기적으로 보면 협력업체가 늘어 ‘일자리 승수’가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제도 유연화, 연구·개발 비용 지원, 법인세 감면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시해 스마트 리쇼어링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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