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서울대 경제학,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재계는 미·중 무역 전쟁, 일본 수출 규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잠재적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 수요를 촉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5월 25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는 해외 생산량 25% 이상 감축만 유턴으로 인정하는데 미국과 일본은 절대 비율이 아닌 규모, 즉 대기업의 유턴이 주된 관심 대상이다”라며 “현행 기준은 해당 시장을 철수·포기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이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량 비율 기준만이 아닌 절대적인 규모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의 유턴 인정 기준 개선이 필요한가.
“그렇다. 현행 기준으로 정부는 ‘해외 생산량 25% 이상 감축 또는 폐쇄’만을 유턴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유턴 규모가 큰 대기업들의 유턴이 주된 관심사다. 대기업 입장에서 해외 생산량 25% 이상 감축·폐쇄는 해당 시장에서 철수 또는 해당 시장을 포기하는 경우에나 충족할 수 있다. 대기업은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윈윈’이 가능해야만 정책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해외 사업장 설치 주된 목적은 비용감축이지만, 한국은 신시장 진출 목적이 크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리쇼어링 정책이 현지 시장 유지와 양립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 유턴 여부를 규모 기준으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생산량 25% 이상 또는 연간 일정 물량 규모 이상 감축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비율 기준만 두지 말고 금액 기준으로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중소기업은 해외 10억원짜리 사업 중 2억5000억원어치만 들어오면 유턴 기업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대기업은 1000억원짜리 사업이면 250억원어치를 들여와야 한다. 이 절대적인 규모 때문에 현지 정부는 ‘한국 대기업이 단물만 빨아먹고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현지 시장을 유지하면서 추가로 국내도 확장할 수 있게 제도를 고쳐야 한다.”

유턴 인정 범위 확대도 필요한가.
“그렇다. 현 기준은 유턴 시 해외 사업장과 동일 업종을 운영해야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사양업종 사업체의 경우 국내에서 인건비 감당이 힘들어 해외로 갔는데 유턴해도 예전에 실패한 사업을 해야만 지원해 주는 격으로, 이는 전혀 효과가 없다. 부진한 해외 사업장을 매각하고 국내에서 유망한 신규 사업을 론칭하려는 기업 등의 수요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 유턴 인정요건은 국내 신·증설만 가능하다. 신·증설로 인정받으려면 건축 연면적이 확대돼야 한다. 경쟁력을 잃은 해외 시설을 매각하고 국내 사업장 생산라인을 혁신제품 생산라인으로 전면교체하는 경우, 유턴 인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신성장 분야 설비로 업그레이드 투자하는 경우까지 유턴 인정 기업에 추가해야 한다.”

미국, 일본과 차이점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해외 협력사에 아웃소싱 주던 것을 국내 협력사 몫으로 돌리는 경우도 리쇼어링으로 인정한다. 이는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광의의 유턴을 인정해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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