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영 경희대 의대 학·석·박사, 대한피부과학회 교육이사, 대한모발학회 회장, 강동경희대병원 기획진료부원장 / 사진 최상현 기자
심우영
경희대 의대 학·석·박사, 대한피부과학회 교육이사, 대한모발학회 회장, 강동경희대병원 기획진료부원장 / 사진 최상현 기자

“탈모(脫毛)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그 치료법에는 왕도(王道)가 없습니다. 하루에 한 알, 매일 거르지 않고 탈모약을 복용하는 것. 이것만이 탈모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탈모에 대한 수많은 풍문과 미신 가운데 진짜 팩트(fact)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은 5월 28일 ‘탈모 명의’로 이름 높은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를 서울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만났다. 심 교수는 ‘탈모는 질환’이라는 인식조차 모호했던 1990년대 초부터 탈모 연구와 치료에 매진해온 국내 최고의 탈모 치료 권위자다. 대한피부과학회의 분과학회인 대한모발학회를 창립하고,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심 교수의 탈모 일문일답은 명쾌하고 거침이 없었다.


탈모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가장 흔한 유형이 안드로겐(androgen)형 탈모증이다. 머리가 M 자로 벗겨지는 남성형 탈모가 대표적으로,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라는 호르몬에 의해 모낭이 위축되면서 끝내 모발이 나지 않게 되는 질환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크지만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유전이 곧장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탈모 진행이 다를 수 있고, 세대를 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모발이 가늘어지고 정수리부터 머리숱이 줄어드는 여성형 탈모도 여기 속한다. 그다음이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동전 모양으로 빠지는 원형탈모증이다. 앞서 말한 안드로겐형 탈모와는 전혀 다른,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또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나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 모발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발생하는 휴지기 탈모도 있다. 휴지기 탈모는 진단만 제대로 하면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탈모를 일으키나.
“아직 ‘어떤 것이 탈모 유전자다’라고 정확히 특정돼 있진 않다. 탈모가 유전 확률이 높은 질환이라는 것도 가계도 연구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학계에서는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탈모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흉수(凶手)도 모른 채 유전되는 질환이라니 두렵다. 탈모를 피할 방법은 없나.
“탈모 환자의 90%는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는 DHT를 차단해 탈모를 막아준다. 두 물질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바르는 약으로는 미녹시딜(minoxidil)이 있다. 원래 1970년대에 고혈압약으로 개발됐는데, 약을 먹은 환자들에게 ‘털이 굵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 도포형 탈모 치료제로 선회했다.”

‘탈모 명의’로 이름이 높은데, 명의만의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하게 처방한다. 대개 남성 환자는 하루에 먹는 탈모약 한 알을 처방하고, 여성 환자는 미녹시딜을 바르도록 한다. 탈모 치료는 오히려 과다 치료를 경계해야 하는 분야다. ‘치료 보조제’라는 명목으로 이상한 약을 많이 준다거나 하는 의사가 종종 있는데, 화려한 상술일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 탈모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처방해주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탈모약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복용하는 것이다. ‘탈모약을 먹어도 계속 머리카락이 빠진다’며 다른 치료법을 찾아 헤매는 환자가 많다. ‘모발이 탈락한다’는 질환명 탓에 생겨나는 오해다. 탈모는 모발이 빠지는 질환이 아니라 빠진 모발이 다시 나지 않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약의 효과도 모발이 좀 더 굵게 나고, 빠진 곳에서 새로 나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환자가 약효를 의심하면 복용을 지속할 동기가 점차 약해진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환자가 오면 약을 4~6개월 정도 끊게 한다. 그리고 다시 오면 머리 전후 사진을 비교해 정확한 효과를 체감하게 한다. ‘아! 약을 안 먹으면 탈모가 심해지는구나!’ 하고 깨달으면 처방을 성실하게 따른다.”

그래도 평생 탈모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울 것 같은데.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치료를 못 한다. 젊은 탈모 환자에게는 ‘딱 40세까지만 치료해 봅시다’고 한다. 이른 나이에 탈모가 너무 심하게 진행되면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하겠나. 일단 청춘을 지키고, 나이가 들어서는 본인이 치료할지 말지를 선택하라는 거다.”

탈모약의 부작용에 대한 풍문도 지속적인 치료에 장애물이 되는 것 같다. 남성의 경우 성 기능이 감퇴한다든가,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한 증상)가 생긴다든가. 어디까지 사실인가.
“탈모약에는 대부분 문제가 없다. 다만 ‘부작용이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플라시보 효과의 반대)가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발기 부전은 특히 심인성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이지 않나. 이는 임상 시험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모든 약이 그렇듯 탈모약도 임상 시험할 때 진짜 약과 위약을 환자도 의사도 모르게 섞는다.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편견 없이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설계다. 시험이 끝나고 뚜껑을 열어보면 앞서 말한 부작용은 진짜 약 환자와 위약 환자를 가리지 않고 비슷하게 나타난다. 탈모에 대한 잘못된 풍문이 그만큼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탈모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들도 많지 않나. 증상이나 치료 방법이 남성 탈모와 어떻게 다른가.
“여성 탈모 환자에게는 피나스테리드 같은 먹는 약을 처방하지 못한다. 약 성분의 대부분이 체외로 배출되지만, 혹시 체내에 남을 경우 남성 호르몬에 관여하는 기전이 태아의 생식기 기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을 주로 처방한다. 다행히 여성 탈모 환자는 남성 탈모처럼 전면적으로 진행되진 않는다. 머리숱이 줄거나 특정 부분이 비거나 하는 식이다.”

최근엔 모발 이식에 대한 관심도 많은데.
“모발 이식은 옆머리나 뒷머리의 두피를 절개해 모낭을 채취하고, 이를 이마나 윗머리 등 빠진 부위에 심는 수술 치료법이다. 탈모가 너무 많이 진행돼 약을 먹어도 치료가 안 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모낭은 부위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른데, 옮겨 심어도 원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탈모 영향을 덜 받는 옆머리나 뒷머리 모낭을 빠진 부위에 심으면 다시 모발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엔 모낭 단위 이식술이라고 해서 두피를 절개하지 않고 모낭을 하나하나 채취해 옮겨 심는 수술법도 있다. 흔히 착각하는 것이 ‘모발 이식을 하고 나면 약물치료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당장 풍성해지니 약을 끊는다. 그러면 탈모는 계속 진행되고, 결국 이식한 부분만 남고 뒤에는 비어서 참혹한 머리가 된다. 약물치료는 수술을 하건 안 하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 젊은 환자들이 무턱대고 모발 이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탈모란 것이 나이를 먹어가며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앞머리만 무성하고 윗머리는 듬성듬성하면 얼마나 보기가 안 좋겠나. 평생 이식할 수 있는 모낭은 8000개 정도가 한계로, 다시 보충할 수도 없다.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얘기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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