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합친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달한다. 사진 조선일보 DB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합친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달한다. 사진 조선일보 DB

혈관확장제·비타민 등을 주사기에 넣어 두피에 주입하는 메조테라피부터 모발 이식, 탈모 방지 샴푸, 한약에 이르기까지 그간 탈모 시장에 등장한 치료법은 많다. 그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영역은 ‘약물’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1228억원(처방약 기준)으로 전년(1093억원)보다 12.3% 커졌다. 일반의약품까지 합치면 시장 덩치는 조 단위로 불어난다. 빠른 성장의 비결은 단연 ‘치료 효과’다. 아직 어떤 탈모 치료법도 약물의 효능을 넘어서지 못한다.

탈모약 시장의 대표주자는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경구용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다. 프로페시아는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고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0년 허가했다. 2008년 특허 만료 후 100여 종의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져 나왔지만, 프로페시아는 여전히 피나스테리드 계열 탈모약 시장의 절반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MSD는 한국에서 프로페시아 하나로만 연간 400억원 이상의 매출액(2018년 기준)을 기록 중이다. 국내 발매 첫해(2000년) 매출액 47억원보다 9배가량 증가했다.

프로페시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탈모약은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2009년 선보인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다. 프로페시아보다 약효가 좋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아보다트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이 약품 역시 특허 만료로 수십 종의 제네릭이 출시된 상태지만,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사실 프로페시아의 성분 피나스테리드와 아보다트의 성분 두타스테리드가 체내에서 일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를 만나 탈모 유발 물질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하면서 발생한다. 두 성분은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DHT 생성을 차단한다.

단점은 이들 약 복용을 멈추면 DHT 생성이 도로 늘어 탈모도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다. 또 발기 부전, 성욕 감퇴 등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가임기 여성이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에 노출되면 태아의 생식기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 세계 많은 제약사가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의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다.

경구용 탈모약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몸에 잘 맞지 않는 환자에게는 바르는 탈모 치료제가 처방되기도 한다. 바르는 탈모약으로는 ‘미녹시딜’이 대표적이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 약을 외용제로 쓸 경우 모낭을 자극하고 혈류를 늘려 발모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탈모인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탈모약이 비급여 대상이라는 점은 탈모인의 고민이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요양 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치료를 요양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탈모도 그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탈모 환자는 탈모약과 성분이 비슷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전립선 치료제는 급여 대상이다.

국민관심질병동계에 따르면, 2019년 탈모 환자는 23만6000여 명이었다. 10만 명 수준이던 2000년대 초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적’ 탈모 환자 수가 이 정도라는 의미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비급여 환자를 포함한 국내 탈모 인구를 1000만 명 수준으로 파악한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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