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경북대 생화학 박사, 광동제약 연구원, 휴버트바이오 임상분석 부장, 비씨월드제약 수석 연구원 / 사진 인벤티지랩
김주희
경북대 생화학 박사, 광동제약 연구원, 휴버트바이오 임상분석 부장, 비씨월드제약 수석 연구원 / 사진 인벤티지랩

탈모약은 거의 확실하게 탈모 진행을 막아준다. 다만, 매일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약을 복용한다는 전제하에서다. 탈모약 성분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가 복용 후 24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구원해주는데 그깟 알약쯤 매일 먹는 게 뭐가 어렵나 싶겠지만, 수십 년을 먹어야 하는 약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다행히도 탈모인들에게 내려진 천형(天刑)을 해결해줄 개량 신약이 곧 세상에 등장할 전망이다. 한 번만 맞으면 한 달 동안 탈모약 성분이 체내에 유지되는 지속형 주사제가 그 주인공이다. 바이오 벤처 ‘인벤티지랩’이 개발한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올해 말부터 임상 시험에 착수해 이르면 3~4년 이내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조선’은 6월 1일 경기 성남시 여수동 사옥에서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를 만나 신약의 원리와 개발 배경에 대해 물었다.


개발 중인 주사제는 정확히 어떤 원리로 한 달 동안 탈모 치료 효과가 지속되나.
“정확한 명칭은 ‘피나스테리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다. 탈모약 성분인 피나스테리드는 하루 만에 체외로 배출된다. 이를 특수한 미립구(microsphere)를 이용해 체내에서 천천히 뿜어내도록 하면 한 달 동안 약효를 지속할 수 있다. 탈모약에만 적용되는 기술은 아니고 심장사상충부터 당뇨, 치매 등 다양한 만성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면 평소 복용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약 성분을 한 번에 체내로 주입하는 셈인데, 위험하진 않은가.
“정해진 기간에 체내의 약 성분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안전하다.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약 성분이 일시에 방출되는 ‘버스트(burst) 현상’을 통제하지 못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원인은 미립구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어떤 것은 빠르게 녹고, 어떤 것은 느리게 녹아 혈중 약 농도가 널뛰기하게 되는 것이다. 화학적·생물학적 접근법으로는 ‘제조 재현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웠다. 반도체 제조 등에 사용하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응용해 약물을 전달하는 미립구 크기 편차를 10% 이내로 좁혔다. 의약품에 필수적인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미립자 약물 전달 기술을 탈모약에 적용하게 된 계기는 뭔가.
“미립자 약물 전달 기술은 반감기(어떤 양이 초깃값의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아 매일 먹어야 하는 약물에 적용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 그런 약을 찾던 중 탈모약 시장에 주목하게 됐다. 치료제가 한두 종에 불과하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오래 지속된다’는 것 외에도 다른 장점이 있나.
“주사제는 경구약보다 흡수율이 높다. 투여하는 양을 줄여도 효과는 오히려 우월하다는 의미다. 효능 시험 결과 경구용 피나스테리드가 보통 1㎎ 용량인데, 주사제로는 훨씬 적게 투여해도 효력이 유지됐다. 투여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부작용도 줄어든다.”

지난해 ‘탈모 주사제’ 개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반응이 뜨거웠을 것 같은데.
“환호하는 반응이 많았다. 어떤 어머님은 회사로 전화를 걸어 ‘우리 아들에게 그런 주사제가 꼭 필요할 것 같은데, 언제쯤 만나볼 수 있겠나’라고 물어오기도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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