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한 남성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탈모 치료제를 먹거나 발라야 하는 건 아니다. 탈모 진행 정도나 건강 상태, 개인 신념 등을 이유로 다른 방법을 택하는 이도 적지 않다. 어떤 이유로든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시장은 온갖 대체재를 내밀어 구매를 유도한다. 탈모가 오기 전 미리 관리하는 게 좋다는 인식 확산도 모발 관리 시장의 성장을 돕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의 탈모 케어 제품이 일부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보조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한다.

“저희 부부는 둘 다 머리숱이 적은 편이거든요. 탈모가 시작된 건 아니지만 평소 관리해두자는 생각으로 탈모 방지 샴푸만 써요.”

백종현(35)·유현지(32)씨 부부는 동네 마트에서 샴푸를 살 때마다 ‘탈모 완화’ 문구가 적힌 제품을 고른다. 인터넷이나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모근 강화 샴푸를 충동 구매할 때도 있다. “샴푸가 탈모 예방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사실 잘 몰라요. 근데 어차피 날마다 씻어야 하는 머리카락이잖아요. 기왕이면 모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제품을 고르는 거죠.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백씨 부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최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탈모 샴푸가 모발·두피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관심을 대변한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국내 샴푸 시장에서 탈모 증상 완화를 돕는 기능성 샴푸 비중은 2015년 12.9%에서 2019년 21.7%로 4년 새 8.8%포인트 커졌다. 이 과정에서 시장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한 기업은 고속 성장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국내 탈모 샴푸 1위 ‘TS샴푸’를 개발한 TS트릴리온이 대표적이다. 2007년 문을 연 이 회사는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의 대기업이 탈모 샴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부터 틈새를 공략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홈쇼핑 판매로 호평을 끌어낸 TS트릴리온은 이후 피겨 여왕 김연아,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 배우 차인표, 가수 황치열 등 유명인을 전속모델로 기용해 대중 인지도를 쌓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TS트릴리온의 연간 매출액은 2016년 206억원에서 지난해 704억원으로 3.4배 증가했다.

샴푸 외의 영역에서도 탈모 키워드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불티나게 팔리는 두피 마사지기는 여러 개의 고무 돌기로 두피를 자극해 혈액 순환과 모공 속 노폐물 배출을 유도하는 기계다. 두피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가해 일시적으로 구멍을 만드는 마사지기도 있다. 이 두피 구멍은 모발 케어 영양제의 원활한 침투를 돕는다. 헬멧 형태의 레이저 치료기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용자가 치료기를 머리에 쓰고 작동시키면 안쪽에서 레이저나 발광다이오드(LED)가 발사돼 두피를 자극한다.

정보기술(IT) 업계도 탈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삼손컴퍼니가 개발한 탈모 케어 전문 플랫폼 ‘우수수’는 탈모 전문가와 사용자를 연결해 상담·견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일일이 발품 파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탈모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비즈니스 운영사 테크랩스가 탈모 전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머리바바’를 론칭하기도 했다.


351_22_01.jpg여성 그리고 젊은층에서 탈모 인구가 늘면서 탈모 케어 시장이 성장했다.
여성 그리고 젊은층에서 탈모 인구가 늘면서 탈모 케어 시장이 성장했다.

여성·젊은층 탈모 증가에 시장 ‘북적북적’

탈모 케어 시장의 성장은 ‘여성’ 그리고 ‘젊은’ 탈모 인구 증가세와 무관치 않다.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탈모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109만5000명이었다. 이 중 약 40만 명은 여성 환자였다. 연령별로는 2030세대가 탈모 환자의 44%를 차지했다.

G마켓이 지난해 1~7월 탈모 관리 용품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 비중이 60%로 남성(40%)을 크게 앞질렀다. 5년 전인 2014년에는 남성 비중이 56%로 여성을 능가한 바 있다. 또 2030세대의 구매 비중은 46%로, 2014년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수치 변화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탈모 샴푸나 모발팩, 두피 마사지기, 레이저 치료기 등의 핵심 구매층이 중장년 남성이 아님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먹는 탈모약의 양대 산맥인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가 가임기 여성의 태아 생식기 형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학계 연구 결과도 젊은 여성을 탈모 케어 시장에 더 집중하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탈모 관련 제품의 허위·과대 광고 사례.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탈모 관련 제품의 허위·과대 광고 사례.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위·과대 광고 주의보

우후죽순 모습을 드러내는 탈모 관리 제품이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고 있지만, 허위·과대 광고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업체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을 탈모 치료·예방 효과가 있는 의약품인 것처럼 교묘하게 속여 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주기적으로 이런 기업을 적발하지만, 위반 사례는 끊임없이 나온다.

허위·과대 광고의 특징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 자극적인 문구와 제품 사용 전·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공해 소비자를 현혹한다. ‘너무 만족했다’는 사용 후기와 댓글도 대부분 판매자 측에서 임의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나 한의사를 일부러 등장시켜 해당 제품이 의약품처럼 보이도록 유도할 때도 있다.

3년 전부터 탈모 증세를 겪고 있는 직장인 안세진(34)씨는 “탈모약을 오랜 기간 구매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의약품 외 시장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봤는데, 솔깃한 광고가 허위로 밝혀질 때마다 너무 허탈했다”며 “절박한 사람 심리를 이용해 돈 버는 행위는 정말 악질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탈모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은 아직 없다”며 “탈모 증상을 완화하는 기능성 화장품도 의학적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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