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진행이 심한 환자도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발이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탈모 진행이 심한 환자도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발이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물을 이용한 탈모 치료의 맹점은 모낭(毛囊)이 사멸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돌밭에는 아무리 씨를 뿌려도 작물이 자라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날 모낭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탈모 치료에 시기와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치료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친 탈모인이 마지막으로 기댈 방법은 모발이식 수술이다. 모발이식은 탈모가 덜한 부위의 모낭을 탈모 부위에 재배치하는 치료 방법이다. 탈모를 일으키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androgen)의 영향을 덜 받는 옆머리와 뒷머리의 모낭을 분리해 이마와 정수리 등에 심는 식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공여부 우성의 법칙’에 따라 모낭은 옮겨 심어도 원래 자라던 곳의 성질을 유지한다. 이론적으로 모발이식은 신체 어느 부위에나 할 수 있고 본인의 모낭을 이용하면 거부반응 없이 이식 부위에서 모발이 성장한다. 다만 머리가 아닌 부위의 털은 모발이식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곱슬곱슬한 털의 성질도 그대로 유지되어 이질감이 크기 때문이다. 여타 이식술과 마찬가지로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타인의 모발은 이식하지 못한다.


모발이식은 전가의 보도가 아냐

말라버린 논밭에 다시 싹이 나게 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모발이식이지만 그 한계는 명확하다.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머리에 나는 모발의 개수는 평균 10만 개 정도인데, 모발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 모낭의 숫자는 약 8000개에 불과하다. 모발이식 이후에도 탈모 이전과 같은 머리숱을 되찾기는 어렵고 수술 횟수도 두세 번 정도가 한계라는 얘기다.

당장 탈모를 타파하려는 치료 욕구에 병원을 찾아가 “모발이식을 해달라”는 20~30대를 의사가 뜯어말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젊은 나이에 모발이식을 받으면 이후 탈모가 진행되면서 이식 부분만 섬처럼 남아 기괴한 모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20~30대에는 약물 치료로 머리카락을 최대한 보존한 후 50대쯤 탈모 진행이 마무리됐을 때 수술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모발이식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일생에 몇 번 꺼내 들 수 없는 ‘비장의 무기’라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모발이식을 받고 난 뒤 ‘탈모가 치료됐다’며 약물 치료를 중단해서도 안 된다. 심어놓은 머리는 약물 치료를 중단해도 빠지지 않지만, 그 외 다른 부위는 계속 탈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흉한 머리 모양이 될 수 있으니 이식 후에 오히려 약물 치료를 더 성실하게 받아야 한다.


 

모발이식 후 탈모가 진행돼 앞머리만 섬처럼 남은 영국의 축구선수 웨인 루니. 사진 더 선
모발이식 후 탈모가 진행돼 앞머리만 섬처럼 남은 영국의 축구선수 웨인 루니. 사진 더 선

개원가 블루칩으로 떠오른 모발이식 시장

탈모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극적인 치료 방법인 모발이식은 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전도유망한 시장이다. 수술 과정에서 일일이 모낭을 채취하고 다시 심는 수작업 비중이 높아 치료 단가 또한 비싸다. 이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외과, 성형외과 등 다른 전공 전문의도 모발이식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모발이식 시장 규모는 65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 기관은 모발이식 시장이 매년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310억달러(약 3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탈모 인구가 2억5000명을 넘어선 중국은 수십 개 지점, 수천 명 직원을 둔 모발이식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나타날 정도다. 외모와 개성에 관심이 많은 바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는 전체 탈모 환자의 75%를 차지하며 자신의 모발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시장이 치열하고 성장성이 높다 보니 모발이식 기술 또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엔 옆머리나 뒷머리의 피부를 통째로 떼어내 모낭을 추출하는 ‘천공이식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절개 부위에 흉터가 남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근래에는 옆·뒷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숱을 줄이는 방식으로, 모낭을 하나하나 채취해 옮겨 심는 ‘모낭 단위 이식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일부 모발이식 전문 병원에서는 더욱 뚜렷한 탈모 개선 효과를 위해, 옆·뒷머리 외에도 턱수염 모낭까지 채취해 이식하는 경우도 있다. 체모 중에서는 그나마 모발과 형질이 비슷하고 머리카락과 섞어 심으면 자연스러움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심어야 했던 모발이식 작업을 도와주는 ‘자동 식모기’도 나온다. 경북대 모발이식센터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한 번에 10개씩 모낭을 이식할 수 있는 연발형 식모기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수술 시간이 줄어들면 비용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모낭의 생착률도 높아진다.


‘무한 모발이식’을 꿈꾸다

모발이식의 태생적인 한계, 사용할 수 있는 모낭의 숫자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극복하려는 연구도 여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면역거부반응 없이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인조 모낭을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 스타트업 스텐손 세라퓨틱스(Stemson Therapeutics)는 지난해 6월 사람의 피부와 혈액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쥐의 피부에서 인조 모낭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컬럼비아대 피부과 교수인 안젤라 크리스티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모낭 조직을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lus point

터키 모발이식 관광

지난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터키가 모든 국제선 운항편을 중단하자, 많은 탈모인이 좌절했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해 온 터키는 모발이식 성지로도 꼽힌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탈모인들이 풍성한 머리숱을 꿈꾸며 터키를 찾는다.

터키 모발이식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과 기술력이다. 모발이식 관광을 알선하는 나미사 에이전시의 니사 규술은 “한국 압구정 병원에서 5500모낭 정도를 이식하려면 1000만원 정도가 드는데, 터키로 오면 비행기값, 숙박료까지 포함해서 500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헤어젠 에이전시의 김해찬솔씨도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싸고 요금 체계도 한국은 100모낭 단위로 매기는 데 비해 터키는 3500모낭을 기준으로 가격을 통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터키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탄불 내에만 모발이식 수술 병원이 350곳에 달한다. 최신 의료장비를 사용하며 수술 노하우도 탄탄하게 축적돼있다 보니 모발이식 성공률도 높다. 매년 탈모인 5만~6만 명이 터키로 모발이식 관광을 오는데, 시장 규모가 연간 10억달러(약 1조2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모발이식 에이전시 관계자는 “6월 10일부터 터키가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면 곧바로 모발이식을 받으러 가겠다는 고객 문의가 많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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