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상윤 코브레 앤드 김(Kobre & Kim) 대표 변호사 미국 연방 뉴욕 남부지검 검사, 데이비스 포크 앤드 워드웰(Davis Polk & Wardwell) 변호사, 하버드대 로스쿨 / 폴 B. 스테판(Paul B. Stephan) 미 버지니아대 로스쿨 석학교수 듀크대 로스쿨 초빙교수, 베이징대 국제법 학교 초빙교수
(왼쪽부터)
김상윤 코브레 앤드 김(Kobre & Kim) 대표 변호사 미국 연방 뉴욕 남부지검 검사, 데이비스 포크 앤드 워드웰(Davis Polk & Wardwell) 변호사, 하버드대 로스쿨
폴 B. 스테판(Paul B. Stephan) 미 버지니아대 로스쿨 석학교수 듀크대 로스쿨 초빙교수, 베이징대 국제법 학교 초빙교수

한국 로펌의 성장 속도는 가팔랐다. 급속한 산업 발전과 함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1958년 한국 최초의 로펌 김장리(현 양현)가 탄생한 이후 62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글로벌 50위권의 대형 로펌이 탄생했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 로펌은 글로벌 법률 회사와 경쟁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유수의 로펌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은 수년째 정체 중이며, 한국 로펌의 해외 진출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로펌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변호사 급증 등의 이슈로 한 치 앞의 미래도 내다보기 어렵다.

해외 법률 서비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김상윤 코브레 앤드 김 대표변호사와 폴 B. 스테판 미 버지니아대 로스쿨 석학교수 등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을 이메일로 인터뷰해 지상 대담으로 정리했다. 소속과 이름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한 전문가는 ‘익명’으로 작성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법률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진입 장벽을 낮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분야와 같은 한국 로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법률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상윤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과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의 수많은 차이점은 두 나라 경제 크기에서 온다. 미국 로펌은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 중에서도 또 다른 틈새를 찾으며 매우 특수한 서비스 분야를 개척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이런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이 더 국제화하면 작지만, 실무에 강한 로펌들이 틈새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익명 “미국 법률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다. 완벽히 개방된 시장이란 의미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20개 로펌을 보면 영국 회사 한 곳을 제외한 모든 회사가 미국에 있었다. 규모와 수익성으로 따지면, 미국은 다른 나라가 따라잡기에는 한참 앞서 있다.”

폴 스테판 “미국은 법률적인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라 상담가나 자문가 정도로 변호사를 생각한다. 일각에선 이를 보고 사전에 대책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인 변호사 업무(proactive lawyering)’라고 부른다. 물론 이런 모델이 더는 미국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미국에서 시작됐고, 여전히 미국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로펌의 관심은.

김상윤 “상당수 해외 로펌이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기업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고, 타국의 규제 기관과도 협력한다. 가령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 법무부 독점규제국의 협력처럼 해외 규제 기관과 규제 및 협력은 한국 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해외 로펌에는 매우 중요한 기회로 보일 것이다.”

익명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 로펌들의 관심은 상당한 편이다. 다만 한국에 사무실을 개업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는 것 같다. 많은 글로벌 로펌은 법률 서비스 시장의 자유화와 이미 서울에 자리 잡은 회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폴 스테판 “관심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규제 강도가 낮은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관심을 덜 보일 것 같다.”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의 문제점은.

익명 “문제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렇게 특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수 대형 로펌의 독주는 이례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도 종종 상위권 그룹을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김앤장이 상위권에 있는 다른 로펌을 큰 격차로 따돌리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것은 시장이 불균형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 외국계 기업에 진입 장벽이 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한국이 싱가포르와 중국보다 훨씬 덜 자유화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싱가포르에선 국내외 로펌이 협업하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한국은 그런 현상이 없다.”

김상윤 “한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글로벌 법률 서비스 시장 기준으로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법률 서비스 가격이 미국과 비교해 너무 저렴하다. 소비자에겐 유리하지만, 변호사에겐 문제점이라고 본다.”


미국 로펌은 변호사의 수익을 공개한다. 한국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폴 스테판 “미국의 경우 로펌에 대한 많은 정보를 기업들이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명성과 경쟁은 광범위한 이해 관계자, 잠재적 소비자, 법률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잠재적 참여자들에게도 이익이다.”

익명 “사실 이런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곳이 한국뿐만은 아니다. 로펌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공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심지어 미국 기업 중에서 ‘아메리칸 로 100(AMERICAN LAW 100)’에 자료를 공개하기 꺼리는 곳도 있다. 금융 자료를 공개하는 건 시간이 걸린다. 중요한 건 단순히 수익성 지표만 좇는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윤에 집착한다면 건강하지 못한 경쟁이 일어나고, 필요한 투자를 꺼리거나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로펌이 생길 수 있다.”

김상윤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가져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파트너 변호사 수익과 같은 지표는 소비자 입장에선 법률 서비스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적절한 로펌이 어디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순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우려도 있다.”


한국 로펌 시장이 더 성장할 방안은.

익명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중·소 로펌의 성장이다. 김앤장을 포함한 ‘빅 6’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기 위해선 빅 6가 ‘빅 16’이 돼야 한다. 김앤장의 독주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김상윤 “한국 법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정 분야를 찾아야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 가령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말이다. 한국 로펌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될 것이다.”

폴 스테판 “진입 장벽을 낮춰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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