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익 영국 맨체스터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MBA 주임교수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준익
영국 맨체스터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MBA 주임교수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본업과 부업의 교집합이 커야 합니다.”

교수와 스타트업 대표.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직업이지만, 또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일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이 현실 감각이 없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경영혁신과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교수가 직접 회사를 창업해 운영한다면 그 누구보다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 트렌드를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또 반대로 회사를 운영할 때 경영 지식이 부족해서 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야기다. 김 교수는 투잡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 교수를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 경영관 교수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스타트업을 창업해 이를 한 차례 매각한 경험이 있다. 당시 김 교수는 박사와 창업을 병행하기 위해 1년에 한국과 영국을 12번 왕복하기도 했다. 해당 스타트업은 현재 코스닥시장 상장사에 매각된 상태다. 그리고 올해 김 교수는 그의 두 번째 창업 회사인 석·박사 채용 정보 스타트업 ‘잡스(JOBS.ac.kr)’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물론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다.

김 교수는 성공적인 투잡을 이끌기 위해서는 복수의 일 간의 교집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며 플랫폼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성장 모델을 만드는지 직접 경험하고 있다”며 “회사를 운영하며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연구 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가 2016년 만 33세의 젊은 나이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교수에 이어 2017년 건국대 경영학과 전임 교수로 임용된 데에는 학문적 지식은 물론 실무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직접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연구 실적도 좋다. 김 교수는 올해 5월 건국대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교원에게 주는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650명 전임교원 중 4명이 받았다.


투잡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어떤 곳인가.
“올해 3월부터 건국대에서 겸직 허가를 받아 석·박사 채용 정보 플랫폼 업체인 ‘잡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학령인구는 최근 5년간 15만 명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석·박사 인구는 늘었다. 고학력 인구는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채용 정보는 부족하다. 기존 채용 정보 플랫폼인 사람인, 잡코리아는 학부 졸업생 그리고 국내 직업 정보에 집중돼 있다. 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의 경쟁력이나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한정된 정보에 방법을 몰라 취업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 국내 대학원생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아 해외 대학·기관에서는 국내 석·박사 인력에 대한 니즈(요구)가 크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으로 고급 채용 정보를 얻지 못하는 석·박사 학생들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교육기관, 연구소, 기관 채용 정보를 보여주는 채용 정보 플랫폼을 직접 차렸다.”

자신만의 투잡 성공 법칙이 있다면.
“부업은 본업과 교집합이 큰 것을 찾아야 한다. 가령 기자라면 글쓰기, 논리력,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투잡이 적절하다. 본업 혹은 자신의 역량과 전혀 교집합이 없는 일은 부업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투잡은 여유시간을 할애하는 것인 만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결국 투잡을 한다는 것은 하루 12~15시간가량 일한다는 것이다. 즐길 수 없다면 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재미도 있지만, 책임감과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가짐은 부업은 물론 본업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학교에서 창업한다는 허락을 받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학교에 충분히 연구자로서 창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사회와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직접 창업한 기업을 통해 사용자들 행동 패턴 등의 데이터를 더욱 쉽게 수집한다면 연구 실적에도 좋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행히 건국대는 교원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물론 기본적으로 교수가 창업한다고 해서 강의 시수, 연구량 부문에서 특혜는 없다. 기존과 동일하게, 어쩌면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

투잡의 장점은.
“경영학 교수로서 산업의 트렌드를 익히고 이론의 현실화에 도움이 많이 된다.”

교수로 활동하다가 회사 대표로 일하는 게 어렵지 않은가.
“사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직원 관리부터 고객, 투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돼 있다. 결코 쉽게 볼 일은 아니며 어려운 점도 있다. 좋은 팀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나는 좋은 팀을 만났다.”

시간은 어떻게 배분하는가.
“기본적으로 학기 중에는 학교에 집중하고, 회사가 부업이 된다. 상대적으로 방학 때는 회사가 주업이 되고 부업이 학교가 된다. 물론 투잡을 하다 보니 업무의 양은 대학교수로만 활동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거의 두 배를 일한다고 보면 된다. 다행히 요즘에는 기술이 편리해져서 시간 배분이 수월해졌다.”

투잡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가.
“투잡을 하는 행위를 영어로 문라이팅(moonlighting)이라고 한다. 낮에 본업을 하고 달빛이 비칠 때 다른 일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투잡의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경제적 이유로 투잡을 했지만, 지금은 개인이 하고 싶은 일, 미래에 도움이 될 일을 투잡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투잡을 하며 두 업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경영학에 ‘양손잡이 전략’ 이론이 있다. 기업의 경우 기존 사업을 오른손에, 신사업을 왼손에 둔다. 기존 사업이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혁신적인 신사업에는 기존 사업에서 번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투잡도 마찬가지다. 투잡을 잘하려면 오른손으로는 본업에 집중하고, 왼손으로는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 직원이 투잡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투잡을 하면 결국 본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는 직원이 부업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이를 좋아할 수 없다.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잡이 최근 트렌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 교사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 이를 무작정 막기도 어렵다. 막으면 직원들이 결국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투잡을 하는 등 역효과가 이어질 것이다.”

기업이 투잡하는 직원에게 대응할 방법은.
“기업은 직원이 투잡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직원이 경제적 이유로 투잡을 한다면, 회사도 임금 인상을 고민할 수 있다. 또 투잡하는 직원을 통해 이를 어떻게 회사에 득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령 회사와 관련된 일로 창업을 한다면, 사내 벤처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직원에게 투잡으로 창업한 회사의 이익 일정 부분을 회사에 기여하는 조건으로 허락할 수도 있다. 투잡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하는 동기가 강하다는 점을 기업은 명심하고 대응해야 한다. 투잡하는 사람은 재미, 돈, 미래 등 뭔가 보상을 얻고 싶어 한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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