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고려대 정치외교학 / 사진 탈잉
김윤환
고려대 정치외교학 / 사진 탈잉

“재능 공유 플랫폼이 직장인의 투잡 연결고리가 되고 있어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퇴근 후 1주일에 5~10시간만 투자하면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습니다.”

투잡에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진 데에는 소셜미디어, 공유 숙박, 재능 공유 등 플랫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탈잉은 김윤환(31) 대표와 김영경(36) 이사 두 사람이 설립한 회사로, 재능을 온·오프라인 수업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2015년 7월 설립했다. 당시 김 대표가 공강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후배들에게 운동을 가르쳐준 게 계기가 됐다. 그가 전문 트레이너는 아니지만, 후배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야말로 잉여 시간을 탈출한다는 의미에서 ‘탈잉’ 사업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학생보다 직장인 수요가 많아 주 고객층을 30~40대로 확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탈잉에서는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튜터(강연자)’로 등록할 수 있다. 영어 회화, 재테크, 액셀, 투자 강의, 연애 잘하는 법, 패션 코디 등 다양한 수업이 있다. 이용자는 2만~16만원가량을 내고 강의를 들으면 된다. 현재 약 2만5000명의 튜터가 등록돼 150여 분야의 재능을 공유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튜터는 지난해 2억원을 벌었다.

김 대표는 “현재 튜터의 70%는 투잡족으로 집계된다”며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늘어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거시적 흐름이 탈잉 사업과 잘 맞아떨어져 올해 1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70% 늘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직장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탈잉을 포함한 ‘재능 공유’ 방식이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온라인 교육 수요가 늘면서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탈잉 회원 중 강의를 듣는 이용자는 2016년 월평균 500명에서 2020년 1만5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탈잉은 현재 누적 50억원 이상의 외부 자금을 유치했고,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탈잉이 주목받는 이유는 뭔가.
“우선 사업자 입장에서 직장인의 급여 소득 증가 폭이 줄면서 급여 이외 추가 소득에 대한 욕구가 커진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투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부업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탈잉은 튜터의 취미 활동이나 재능을 소득으로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탈잉 이용자 측면에서는 자기 계발과 취미 활동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끊임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으로 직무 교육 시장이 팽창했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를 중심으로 욜로(YOLO·현재를 즐기는 사람들), 워라벨(Work-and-life-Balance·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이 취미 시장을 키웠다. 사업자와 이용자의 욕구가 잘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이 탈잉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려는 이유가 뭘까.
“직장인의 기저를 관통하는 감정은 ‘불안’이다. 요즘 세대는 회사가 개인을 평생 책임져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또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유튜버, 비제이(BJ), 탈잉 튜터 등 플랫폼 내 개인으로서 소득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점점 더 ‘플랫폼 부업’이 대중화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올려도 기존 본업을 바로 그만두기보다 부업의 관점으로 병행한 후, 부업 소득이 본업 소득보다 커지는 시점에 본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잉으로 부업을 시작해 인플루언서(인터넷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가 돼 업을 바꾼 사례가 있나.
“탈잉에서 오프라인 수업으로 시작해 온라인 강의로 소득을 극대화한 후 인플루언서 및 1인 기업으로 성장한 ‘엠마튜터’가 있다. 엠마튜터는 인스타그램 성공 매뉴얼과 마케팅에 대해 강의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바뀐 것일까.
“5년 전만 해도 일자리라 하면 ‘대기업에 취업해 사원증을 거는 모습’이 유일했다. 분명한 것은 ‘취업 후 정규직’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투잡할 환경이 쉬워졌다. 특히 탈잉과 같은 플랫폼 역할이 큰 것 같다.
“정보기술(IT) 플랫폼이 없었다면, 노동 시장 환경 변화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 환경에서 콘텐츠·재화의 ‘생산’과 ‘유통’은 기업 단위의 일이었다. 하지만 IT 환경으로 콘텐츠·재화의 생산과 유통이 개인 단위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투잡 확대 현상이 일어났다고 본다.”

플랫폼 사업의 잠재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IT 발전으로 오프라인 세상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지점에 놓여 있는 요즘이 창업에 도전하기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

‘탈잉’‘클래스101’‘숨고’‘하비풀’‘크몽’ 등 재능 공유 플랫폼이 많이 생겼다. 탈잉만의 차별점은 뭔가.
“인플루언서나 사업체 비중이 크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취미에 한정되지 않은 직무·외국어·음악 등 모든 카테고리를 포괄한다는 점, 특화되면서도 깊이 있는 노하우에 관한 개인만의 콘텐츠가 가장 많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탈잉은 잠재 가능성 있는 스타 강사를 자체적으로 육성하기도 한다.”

튜터를 육성한다는 게 독특하다. 튜터의 영향력이 커지면, 튜터가 탈잉 플랫폼을 통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튜터들의 성장에 따른 지속적인 가치를 탈잉에서 제시해주지 못한다면, 이들이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튜터들이 성장하더라도 회사는 ‘탈잉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탈잉은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일부 스타 강사에게는 계약을 통해 콘텐츠 제공 외 부가적인 업무 처리, 기업 단위의 고객 매칭, 큰 범위의 마케팅 지원, 출판 지원 등을 해준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강의는 무엇인가.
“마케팅, 기획, 상품 기획(MD) 등 직무에 필요한 강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본업이 있는 튜터들이 본업과 관련한 지식과 인사이트, 생생한 노하우를 수업으로 많이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2만5000명의 튜터를 2022년까지 30만 명으로 늘리고 오프라인 수업의 온라인화를 통해 전국화, 글로벌화를 이뤄낼 계획이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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