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은 투잡을 하고 있거나 고려 중이다. 알바앱 알바콜이 5월 21~28일 직장인 5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2%가 “투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45%는 “투잡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달가워 하기 어렵다. 기밀 유출도 걱정이지만 직원이 직장에 출근해 피곤해하지는 않을지, 업무에 지장은 없을지, 사내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을지부터 고민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겸직 금지 규정을 두는 이유다. 그렇다고 투잡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투잡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회사 몰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힘들게 결심해 시작한 투잡이라도, 투잡 결과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투잡러들은 성공적인 투잡을 위해 ‘자신만의 투잡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투잡족들은 공통적으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라 △부업은 역량과 관련 있으면서도 즐길 일을 하라 △본업에 피해 주지 말라 △책임감을 가지라 등 네 가지를 이야기했다.

투잡 경험자들은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의 경계선을 확실히 하는 시간 관리가 투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두 가지 업무의 시간을 배분해 각 일을 할 때는 해당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하루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투잡은 기본적으로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즐길 일을 하는 것도 필수 점검 사항이다. 하지만, 자아실현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나머지 자신의 역량과 전혀 안 맞는 생뚱맞은 일을 부업으로 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화가라면, 미술 학원 혹은 디자이너 등 자신의 역량과 교집합이 있는 일자리를 부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본업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서 부업을 하는 것은 향후 기밀 누설 등 분쟁의 소지가 있다. 또 지나치게 부업으로 버는 돈에 연연하면, 부업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본업까지 망칠 수 있다고 투잡 경험자들은 말한다.

직장 근처에서 3년간 투잡으로 식당을 운영한 강모(43)씨는 고민 끝에 투잡 생활을 청산했다. 그는 “회사 근처에서 가족 명의로 식당을 운영했는데, 직원들이 식당에 오다 보니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며 “영업이 잘되리라 생각해 직원 일부에게 투잡하는 식당을 밝혔고, 이후 일과 관련된 사람까지 식당에서 만나자고 하니 본업과 투잡 간의 경계가 모호해 회사에서 소문만 안 좋게 났다”고 말했다.

기업도 직원들의 투잡 욕구를 막을 수 없다면 이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좀 더 유연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학교수와 계약할 때 1년 중 9개월을 계약하고 나머지 3개월은 컨설팅 등 하고 싶은 부업을 하라는 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향후 국내 기업도 투잡 트렌드를 마냥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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