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의 ‘2020년 상반기 주요 산업별 수출 증가율(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자동차는 2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 연합뉴스
산업연구원의 ‘2020년 상반기 주요 산업별 수출 증가율(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자동차는 2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6월 22일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0.1%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내놨던 2.3% 전망치에서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자동차와 조선·철강·정유·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수출·생산·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산업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60년대 이후 국가 성장을 이끌었던 자동차·조선·철강·정유·석유화학·건설 등의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사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가 간 교역이 중단된 데다 내수 경기가 부진해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모바일이나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테크놀로지(이하 테크) 기업과 바이오 사업을 펼치는 업체는 오히려 코로나19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가 간 교역이 줄고 경기 침체가 닥쳐도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인 두산그룹은 최근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에 나섰다. 두산그룹의 경우 경영난에 시달리던 두산건설을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지원하며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졌다.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붓다 탈이 난 것이다. 여기에 정부 탈원전 정책까지 더해지며 수주 활동에 타격을 받았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핵심 자산 매각 등을 두산그룹에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2분기 최악의 영업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가 2분기에 5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705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42% 줄어든 수치다. 포스코는 6월 16일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부 고정 설비 가동을 멈췄고, 창사 이후 처음으로 유급 휴업을 시행했다.

현대제철은 6월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6월부터 수주가 사실상 ‘제로’라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발을 빼겠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연구원의 ‘2020년 상반기 주요 산업별 수출 증가율(추정치)’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자동차는 29.8% 감소했다. 정유(-29.3%), 디스플레이(-26.6%), 철강(-18.9%), 석유화학(-11.9%) 모두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주요 12대 주력 산업 중 수출이 늘어난 건 정보통신기기(17.1%)가 유일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산업 구조상 핵심 산업의 타격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400여 개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제조 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 분기보다 2포인트 하락한 55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전 분기보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으로 버티는 기업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극심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코로나19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셀트리온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코로나19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기 침체에도 공격적으로 나선 테크·바이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의 영향이 얼마나 깊은 ‘수렁’으로 경제 상황을 몰고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지만, 테크·바이오 기업은 이런 상황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경제와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카카오가 최근 선보인 ‘동전 모으기 펀드’는 4개월 만에 20만 계좌, 200억원을 모았다.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 시장이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카카오는 최근 이런 아이디어로 금융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만 4518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언제든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할 수 있는 게 카카오의 ‘힘’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 역시 온라인 결제와 금융 서비스 거래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도 최근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결제할 경우 추가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가 네이버에서 맴돌게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네이버 생태계엔 쇼핑, 웹툰, 음악 등 다양한 결제 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통장과 멤버십 출시로 금융과 쇼핑 결제 간 상호 연결 고리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며 “쇼핑, 검색 광고, 네이버페이, 콘텐츠 서비스 매출액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 산업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백신 개발과 진단 장비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공단이 지난 6월 발표한 월간 보건 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5월 의약품 수출 규모는 7억8000만달러(약 936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3.8% 증가했다. 진단 시약과 바이오 의약품은 미국·유럽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지난해 5월보다 34.5% 증가해 17억달러(약 2조400억원)의 수출액을 거뒀다.

바이오 산업의 ‘약진’이 이어지며 바이오 기업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중반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기업 중 2개에 불과했던 바이오 관련 종목이 6월 한때 5개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테크·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 초기 단계 기업일 때부터 테크·바이오 기업 창업자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 유치 등을 통해 회사를 키워왔기 때문에 DNA 자체에 생존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진혁·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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