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 기준으로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이 창출하는 매출액은 87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늘에서 판교테크노밸리를 바라본 모습. 사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2018년 말 기준으로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이 창출하는 매출액은 87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늘에서 판교테크노밸리를 바라본 모습. 사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에 따라 부의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정보기술(IT)·바이오 업체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자리 잡은 지역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다.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의 경우 2018년 말 기준으로 1309개 회사가 입주했다. 이 기업들의 임직원만 6만3050명이며, 이들이 창출해내는 매출액은 8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인근 지역에 제2·제3 판교테크노밸리가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계속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지역 경기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기 때문에 지역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경기도 성남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이하 전용) 104~105㎡는 입주 초기인 2013년만 하더라도 9억~10억원대에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같은 면적이 18억~20억원대에 거래되며 2배가량 올랐다. 판교가 속한 분당구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6월 말 기준으로 9억4161만원에 이른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도 최근 수요가 몰리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현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쏘시오그룹, 얀센백신 등 60여 개의 바이오 업체가 입주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공장 증설을 준비하고, 셀트리온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시설을 확장하는 등 바이오 산업단지는 앞으로도 점점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송도에 공급된 분양 단지는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가 몰린다.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를 거쳐 남양주 마석으로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이 계획되는 등의 호재도 있지만, 송도 입주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일자리나 투자 확대를 노린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동 ‘더샵센트럴파크1’ 전용 107㎡는 입주 초기인 2011년부터 2017년 초까지만 해도 5억원대 후반 정도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8억원 중반 대에 거래됐다.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경기도 수원 영통구와 화성 동탄신도시가 최근 들어 집값이 뛴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말부터 올해 6월 22일까지 수원 영통구 아파트 매매가는 25.7% 상승했고, 동탄신도시가 속한 화성은 10.5%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평균 집값은 7% 올랐다.


STX조선해양 경남 창원시 진해조선소가 6월 1일부터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조업을 중단한 가운데 STX조선해양은 7월 13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사진 연합뉴스
STX조선해양 경남 창원시 진해조선소가 6월 1일부터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조업을 중단한 가운데 STX조선해양은 7월 13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사진 연합뉴스

제조업 꺾이자 지역 경기도 ‘싸늘’

반면 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제조 업체가 몰린 지역의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형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다른 지역보다 우월한 소득을 창출하며 지역에서 ‘부촌(富村)’으로 맹위를 떨쳤던 모습은 이제 과거의 영광이 됐다.

과거 지방에서 부촌으로 꼽히던 곳은 울산과 경남 창원·거제, 전남 여수 등 자동차·조선·화학 업체가 몰린 지역이다. 제조업 경기가 좋을 땐 고급 식당이나 유흥가에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꼽혔다.

최근에는 ‘제조업 메카’의 명성에 금이 갔다. 부동산114를 통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살펴본 결과, 서울 강남은 11억8436만원에 이르고 강북권도 7억4024만원에 달했다. 반면 지방 제조업 도시는 이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울산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억5618만원, 창원은 2억4320만원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집값 상승률로 봐도 차이가 크다. 2010년 6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0년간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을 보면 서울 강북권은 71%, 강남권은 69%에 달했지만, 울산(51%), 창원(42%)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일부 지역은 미분양이 있을 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 공급만 됐다 하면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분양 단지는 남의 얘기다.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를 보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창원의 미분양 물량은 5068가구로, 전국 시·군·구 단위 중에선 가장 많다. 경남 전체 미분양 물량(9971가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심지어 창원의 한 아파트는 4298가구에 이르는 단지 전체가 미분양돼 건설사가 후분양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한 사례도 있다. 이 단지는 최근 1000가구에 대해 8% 가격을 낮춘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조선 3사가 몰린 거제 역시 미분양 물량이 1323가구에 이른다.

경제성장률과 소득 등을 따져봐도 제조업 도시의 부진이 눈에 띈다. 통계청의 시·도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2011년 7.9%를 기록했던 울산은 2017년 -0.7%를 기록했고 2018년도 제자리 수준에 그쳤다. 창원과 거제 등이 포함된 경남은 2010년에는 6.1%, 2011년에는 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7년 -0.7%로 하락 전환했고 2018년에도 0.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개인 소득도 다른 지역에 역전되는 추세다. 통계청의 ‘시도별 1인당 개인 소득’을 보면 울산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독보적인 ‘고소득’ 지역이었다. 그러다 2014년과 2015년 이 자리를 세종에 내줬지만, 2016년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2017년과 2018년 모두 서울에 1위 자리를 뺏기면서 울산은 2위로 밀려났다. 울산을 대표하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산업연구원은 6월 22일 ‘2020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면서 비대면 사회 수혜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글로벌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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