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 라이너 지텔만 작가 다름슈타트공과대 사회과학, 역사학 / 케유 진 런던정경대 경제학 교수 하버드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 경제정책학 교수 럿거스대 사회과학, 컬럼비아대 도시계획 박사 / 티노 사난다지 스톡홀름경제대 경제연구원 스톡홀름대 경제학, 시카고대 공공정책학 박사 / 무시피크 모바라크 예일대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 매칼레스터대 경제학, 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왼쪽부터)
라이너 지텔만 작가 다름슈타트공과대 사회과학, 역사학
케유 진 런던정경대 경제학 교수 하버드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 경제정책학 교수 럿거스대 사회과학, 컬럼비아대 도시계획 박사
티노 사난다지 스톡홀름경제대 경제연구원 스톡홀름대 경제학, 시카고대 공공정책학 박사
무시피크 모바라크 예일대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 매칼레스터대 경제학, 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요가 높아지면서 정보기술(IT) 혁신을 이끄는 창업자들이 세계적인 슈퍼 리치 반열에 올랐다. 종전에는 세계 부자 리스트에 미국 등 선진국 출신과 상속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수성가형 신흥 부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거시 경제와 부의 흐름을 연구하는 해외 석학 5명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석학들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슈퍼 리치 유형이 등장했으며 이들은 자본이 아닌 기술과 아이디어로 부를 축적한다는 점에서 과거 슈퍼 리치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신흥 부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슈퍼 리치는 소수의 선진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뷰에 참여한 라이너 지텔만 박사는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쳤으며, ‘부의 선택’ ‘부의 해부학’ 등 부와 관련된 저서를 썼다. 케유 진 런던정경대 교수는 국제 거시 경제와 중국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학 로트만경영대학원 교수는 ‘2019 세계 슈퍼 리치의 지형’ 등의 논문을 발표하며 부와 세계 도시에 대해 연구해왔다. 티노 사난다지 스톡홀름경제대 경제연구원은 ‘산업 변화와 새로운 슈퍼 리치’와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무시피크 모바라크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신흥 시장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라이너 지텔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창업가들이 ‘테크놀로지(이하 테크)’ 기업을 통해 빠르게 부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마윈 모두 거액이 필요한 설비 사업 하나 없이 인터넷으로 돈을 벌었다. 젊은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하는 사모펀드 시장이 세계적으로 발달하면서 창업자들이 자본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된 것도 이들에게는 행운이었다.”

케유 진 “인터넷과 정보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전환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빠르게 접근하기가 쉬워졌다. 금융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 물류 배송, 운송, 보관 비용 등이 줄어들면서 누구나 이를 지렛대 삼아 사업하기 쉬워졌다. 새로운 슈퍼 리치는 상속이 아닌 창의성, 추진력, 배짱, 고집, 용기로 돈을 모은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부는 교육, 개인 역량, 사업가 정신이 기반이다.”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부자도 눈에 띈다.

무시피크 모바라크 “개발도상국에서도 제조업뿐 아니라 테크 및 콘텐츠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20~30년 전과 달리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를 소유하는 것이 더는 신흥 시장에서 부를 상징하지 않는다. 이젠 신흥 시장에서도 가정용 기기 등 전자제품 시장이 더 성장할 여지가 없다.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니, 이 국가에서도 사람들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오락) 등을 원한다. 새로운 수요에 힘입어 새로운 시장과 기업이 발전하며 여기서 수익을 얻는 신흥 부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케유 진 “개발도상국에서 현지 기업은 절대적인 시장 규모뿐 아니라 현지에 대한 지식 측면에서도 해외 대기업보다 유리하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유통업이나 공유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이긴 이유도 해외 기업보다 훨씬 민첩하고 즉각적으로 현지 시장에 대응하며 자신들만의 거대 부를 모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약진하는 이유는.

케유 진 “중국처럼 아직 성장 중인 개발도상국은 더욱 적은 비용으로 혁신을 통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다. 선진국은 거대한 비용을 투자해 공고하게 사회 전반에 깔아놓은 설비 및 시스템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잘 작동하는 시스템을 깨부술 용기도, 요인도 없다. 반면 중국처럼 백지에 가까운 국가는 아무것도 없으니 바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면 된다. 선진국처럼 신용카드가 자리 잡지 않았기에 중국은 바로 어디서나 알리페이 등 인터넷 결제가 가능한 ‘현금 없는 사회’로 어느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넘어가지 않았나. 중간 단계의 갈등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처음부터 부술 관습이 없었으니까.”

라이너 지텔만 “개방된 중국에 테크 기업이 등장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부를 거머쥐게 됐다. 중국의 약진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정부의 도움 없이 부를 축적한 부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과거 중국의 부동산·금융 부자와 오늘날 중국의 인터넷·테크 부자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과거 부자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바탕으로 부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 중국의 부자는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개척자’라는 점에서 더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왜 여전히 많은 부자는 미국 등 선진국 출신인가.

리처드 플로리다 “아무리 부의 지형이 테크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하더라도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여전히 선진국의 특정 도시에만 집중적으로 거주하며 일하기 때문이다. 연구해 본 결과, 여전히 슈퍼 리치의 30%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높은 임금과 준비된 인프라를 갖춘 도시 출신이었다. 이러한 경향성은 코로나19로 오히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부자들이 감염병을 피해 위생적인 개인 전용 시설이 있으며 개인별 특화된 서비스와 보안이 철저한 소수의 도시와 국가로 더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부와 연관한 도시학 연구에서는 ‘승자 독식형 도시 집중’이라 부른다.”

티노 사난다지 “여전히 선진국의 거대 자본가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낮은 금리와 확장적 재정 정책이 기존 선진국 부자의 자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계속 많은 부자가 탄생할까.

케유 진 “혁신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선진국에서 더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동기가 부족했던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로 기존의 습관을 바꾸고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이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며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에서 슈퍼 리치가 계속 등장할까.

리처드 플로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높은 수준의 보안·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가 있는 국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는 부자가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서울, 홍콩 등 아시아에 있는 도시는 비교적 안전해 미래가 기대된다.”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

티노 사난다지 “한국은 미래에 창업자형 슈퍼 리치를 배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 최근 테크와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경상 수지 등 나라 경제가 건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모두 양호한 편이라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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