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의 그늘막을 펼친 가운데 가족이 캠핑을 즐기는 모습. 사진 조선일보 DB
캠핑카의 그늘막을 펼친 가운데 가족이 캠핑을 즐기는 모습. 사진 조선일보 DB

“주말까지 밤낮없이 만들어도 시간이 부족해요. 6명이 달려들어 캠퍼(화물차 위에 장착하는 작은 캠핑용 방) 12개를 동시에 만들고 있지만, 9월까지 주문이 밀려 있습니다.”

7월 14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시 내유동에 있는 캠핑카 제작 업체 유림캠핑카에서 만난 유덕희 사장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유 사장을 포함해 6명이 톱으로 나무판을 자르고 드릴로 나사를 박는 등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목표는 이달 안에 캠퍼 10개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캠퍼 하나를 만드는 데 약 한 달 반이 걸린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가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유림캠핑카에는 예약해둔 캠퍼를 기다리며 마음이 다급해진 고객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휴가를 앞둔 고객들이 애타게 찾는 캠퍼는 3인승 기준, 높이는 약 210㎝, 캠퍼 양 끝 사이 간격은 약 560㎝의 작은 캠핑용 방이다. 이 방을 결속 장치로 묶어서 화물차에 얹으면 일반 일체형 캠핑카처럼 사용할 수 있다. 평소에는 물건을 옮기던 화물차가 캠핑카로 변신한다.

캠퍼에 들어가 보니, 작은 호텔 객실처럼 꾸며져 있다. 먼저 신발을 4켤레 정도 올려둘 수 있는 아주 작은 현관이 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니 바로 옆에는 전자레인지와 가스레인지, 냉장고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주방이 있다. 그 앞에는 딱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샤워실이 보였다.

운전석이 있는 정면을 바라보니 9명 정도가 붙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캠퍼 앞과 좌우를 둘러싸고 있다. 나름의 응접실이자 거실이다. 그 중간에는 폈다 접을 수 있는 철제 다리가 있는 테이블이 거실 탁자처럼 놓여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중간에 있는 보조석에 총 3명이 탑승할 수 있다.

2층에는 잠을 잘 수 있는 벙커(일종의 침대)가 있다. 현관에서 바라봤을 때는 작아 보였는데 소파를 밟고 2층 벙커에 올라가서 누워 보니 매일 집에서 사용하는 침대 크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로 130㎝, 세로 190㎝라 두 명은 거뜬히 누워서 잔다”라고 했다. 직접 침대에 누워서 몸을 굴러 봤지만, 자다가 떨어질 위험은 없어 보였다. 캠퍼는 한마디로 가정집의 미니어처 같았다.

유 사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과 지인끼리 안전하게 자연에서 보낼 수 있는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그는 “기존 고객은 은퇴한 50대 이상 부부 등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전한 휴가를 즐기려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 등이 많이 찾는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2월부터 승용차를 포함한 화물차의 차종을 변경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캠퍼를 장착하고 튜닝할 수 있게 되면서 일체형 캠핑카뿐 아니라 캠퍼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승인한 캠핑카 튜닝 대수는 32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세 배 늘었다.


3인승 일체형 캠핑카. 사진 이소연 기자
3인승 일체형 캠핑카. 사진 이소연 기자
한 캠핑카의 내부. 사진 씨엘캠핑카
한 캠핑카의 내부. 사진 씨엘캠핑카
서울 당산동의 캠핑용품 업체 ‘마이기어’에 셸터와 캠핑 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서울 당산동의 캠핑용품 업체 ‘마이기어’에 셸터와 캠핑 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사람 피해 자연으로…캠핑 호황기

7월 20일 오후 3시 서울 당산동의 캠핑용품 업체 ‘마이기어’ 역시 늘어나는 고객을 맞기 위한 매장 재정비가 한창이었다.

“캠핑 가고 싶은데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일단 뭘 사야 하냐고 찾아오는 고객이 많아져서 나름의 ‘고객 웰컴 매뉴얼’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날 가게에서 만난 이우석 마이기어 미디어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쩍 많아진 초보 캠핑 도전자에게 기본으로 텐트·매트·침낭·의자·테이블·조리도구’를 순서대로 권한다”라고 말하는 그를 따라 가게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고가의 캠핑 도구가 많았다. 성인 남성 3명은 족히 편하게 누울 수 있을 법한 큼지막한 셸터(텐트 주변에 설치하는 일종의 천막)는 200만원의 고가 제품이었다. 이 본부장은 “텐트가 침실이라면 셸터는 여럿이 햇빛, 비바람을 피해 모일 수 있는 거실”이라며 “고가 제품이라도 캠핑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잘 팔리고 있다”고 했다.

또 각종 조리도구와 오색의 의자, 테이블, 푹신푹신한 침낭 등이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치 나무꾼이 쓸 법한 무시무시한 도끼도 눈에 띄었다. 이 본부장은 “캠핑 마니아층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며 “캠핑 가서 숲속에서 나무 쪼개면서 장작 패고, 우드 카빙(나무를 재료로 하는 조각) 하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캠핑용품을 찾는 고객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기존에는 짐을 모두 가방 하나에 넣고 돌아다니는 백패킹 위주의 캠핑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고객 사이에 많았다면, 요새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장년층이 많다. 호텔이나 다중 밀집 시설보다는 조금 수고를 들여서라도 자연에서 안전하게 휴식하려는 욕구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캠핑 시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가족 또는 지인과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6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 2명 중 1명이 ‘캠핑에 관심이 아주 많다(10.8%)’ ‘요즘 들어 관심이 생겼다(38.3%)’라고 답했다. 이들은 대체로 20~40대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캠핑에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자사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3~5월 캠핑장 방문자가 1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자 수인 6000명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4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캠핑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캠핑을 갓 시작한 초보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들을 위한 시장은 초보자와 숙련자를 명확히 나눠 단계별로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련 업체들은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시작하는 소비자에게 무조건 고급의 값비싼 장비를 마케팅하기보다는 이들의 지식과 관심이 전문화하는 추세에 맞춰 단계별로 상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소비자가 계속 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에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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