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전북 남원시 요천 자전거길에 여름꽃인 금계국이 활짝 핀 가운데, 그 사이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월 27일 전북 남원시 요천 자전거길에 여름꽃인 금계국이 활짝 핀 가운데, 그 사이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입사 3년 차인 29세 최모씨. 그는 올해 기필코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그가 대신 선택한 휴가는 서울에서 목포까지 이동하는 4박 5일 일정의 국내 자전거 여행. 최씨는 “코로나19로 사람 많은 관광지는 부담스러워 자전거 여행을 선택했다”며 “일반 자전거보다 타이어가 빵빵하고 전조등, 거치대 등이 장착된 국내 일주용 자전거를 하루 2만5000원에 빌리기로 했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5월부터 오전 6시 20분에 집에서 나와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근처 자전거 거치소로 향한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명 ‘자출족’이다. 서울 마천역부터 선릉역 회사까지 약 12㎞를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5분. 도착하면 회사 헬스장에서 샤워하고 별도로 챙긴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는 “자전거가 대중교통보다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 자출족 생활을 시작했는데, 해보니 건강까지 좋아진 느낌”이라며 “출근은 보통 자전거로 하고, 퇴근 시간에는 따릉이 이용자가 많은 편이라 상황에 따라 이동 수단을 정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전거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운동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나오자 야외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운동할 수 있는 자전거에 관심이 커졌다. 여기에 정부가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접촉을 피해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월부터 6월까지 따릉이 이용은 총 970만43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737만3981건보다 약 31%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특히 출퇴근용으로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5월 21일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점의 매출이 전년도 1분기보다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월과 3월에는 자전거 판매량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6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자전거는 날씨가 좋은 봄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 증가가 유독 두드러졌다.

롯데마트의 자전거 판매는 전년도보다 1분기 63%, 2분기 102.8% 급증했다. 지난해 1·2분기의 경우 자전거 매출이 2018년 1·2분기보다 각각 18%, 8.2% 줄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5월 10일부터 7월 19일까지 자전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언택트(untact·비대면) 스포츠가 주목받으며 자전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 등 미세먼지 악화 문제로 적자를 이어 가던 자전거 업계는 자전거에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연결기준 2018년, 2019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흑자 전환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적자를 낸 알톤스포츠도 올 1분기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대비 흑자 전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자전거와 저가 자전거 위주로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도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중국발 황사가 다시 거세져도 수요가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 보니 자전거 공급이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며 “업체들이 1분기 흑자 전환한 데에는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자전거 업계가 구조조정한 효과가 크다”고 했다.


전 세계적 자전거 열풍…품귀 현상까지

자전거족 증가는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시장조사 기관인 NPD에 따르면, 4월 미국에서 성인 레저용 자전거 판매량이 전년보다 세 배, 전체 자전거 판매는 두 배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온라인 자전거 매출이 5월 한 달간 350% 폭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 10일(현지시각)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전거 운동을 즐기고 이를 출퇴근 용도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공급이 부족해 자전거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전 세계 자전거 용품점에서는 최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상품이 출하되자마자 판매돼 진열대가 비어 있고, 소비자가 수개월 기다려야 하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자전거 생산국인 중국과 대만 제조 업체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급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plus point

스코틀랜드에서 그리스까지 3500㎞그리스 대학생, 비행기 끊기자 자전거로 이동
그리스 대학생, 비행기 끊기자 자전거로 이동

스코틀랜드 에버딘대학 3학년생 클레온 파파디미트리가 48일간 스코틀랜드에서 그리스로 이동하는 여정에서 찍은 사진. 사진 클레온 파파디미트리 인스타그램
스코틀랜드 에버딘대학 3학년생 클레온 파파디미트리가 48일간 스코틀랜드에서 그리스로 이동하는 여정에서 찍은 사진. 사진 클레온 파파디미트리 인스타그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스코틀랜드에서 그리스까지 48일간 자전거 페달을 밟아 이동한 대학생이 화제다. 그가 배낭을 짊어지고 이동한 거리는 무려 3500㎞.

CNN은 7월 13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에버딘대학 3학년생 클레온 파파디미트리(Kleon Papadimitriou·20)가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수업이 중단되자 고민 끝에 그리스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초창기 대학생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파파디미트리는 수업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심해지면서 그는 3개의 항공표를 예매했는데 코로나19로 해당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다.

파파디미트리는 5월 10일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해 영국·네덜란드·독일·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그는 매일 56㎞에서 120㎞를 이동했다. 파파디미트리는 이탈리아에서는 배를 타고 그리스 항구로 갔다. 항구에서는 다시 자전거로 이동, 마침내 6월 27일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그는 여정 중 들판과 숲에 텐트를 치고 자기도 했고 친구가 있는 지역에서는 그들의 집에서 숙박했다.

그는 걱정하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기도 했다. 파파디미트리는 “집에 도착하는 순간, 그동안의 고통이 사라질 만큼 큰 감동이 밀려왔다”며 “나 자신, 한계, 부족한 점을 깨닫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 성패와 상관없이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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