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outdoor) 열풍과 함께 한때 중장년층의 유니폼이었던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자취를 감췄다. 등산복을 밀어낸 것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의 대명사 애슬레저(athleisure) 룩.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의 합성어인 애슬레저는 운동복처럼 편안하고 활동성 있으면서 일상복으로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을 말한다.

이제 북한산을 오를 때 절개형 디자인의 바지와 화려한 색상의 바람막이를 챙긴다면 ‘아재’ 인증이나 마찬가지다. 산 정상을 점령한 레깅스족(族) 사이에서 민망함을 감수해야 한다. 등산객 인구 확대의 주역인 2030세대 ‘산린이(등산+어린이)’들은 애슬레저 룩의 대표 아이템 레깅스를 입는다. 여성은 레깅스와 딱 붙는 브라톱을 믹스 매치하고 남성은 레깅스 위에 짧은 반바지를 덧입는 식이다.

애슬레저 룩이 운동복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레깅스·요가복 등 애슬레저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애슬레저 시장은 지난해 2819억달러(약 337조5800억원)에서 올해 3652억달러(약 437조33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슬레저 시장 성장세는 스포츠 의류 시장(11.4%)의 3배 수준이다.

애슬레저 브랜드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캐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5%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39억7900만달러(약 4조7600억원), 영업이익 8억8900만달러(약 1조600억원)를 냈다. 세계 시장 확대로 아시아·유럽 지역 매출 비중은 11%까지 올랐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룰루레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동 제한 탓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홈트레이닝(홈트), 요가 등에 관심이 커진 이들이 룰루레몬 제품을 찾는 것이다. 룰루레몬은 올해 4월에만 온라인 채널 매출이 전년보다 약 125% 상승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올해 1분기에만 중국 3곳, 한국 1곳 등 아시아 지역 매장 4곳을 열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힌 룰루레몬 주가는 3월 한때 한 주당 138.98달러(약 17만원)까지 떨어졌지만, 7월 21일 기준 325.39달러(약 39만원)로 2배 이상 뛰었다.

룰루레몬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홈트 콘텐츠 스타트업 미러를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6월 말 발표했다. 미러는 집에서 복싱, 필라테스,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기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룰루레몬은 자체 매장에서 미러 제품을 판매하고 미러의 운동 강사가 룰루레몬 요가복을 입고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남성용 레깅스. 사진 안다르
남성용 레깅스. 사진 안다르

IPO 나선 토종 요가복 브랜드

국내 애슬레저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2016년 룰루레몬을 시작으로 호주 로나제인, 미국 아보카도, 영국 이지요가 등 해외 유명 요가복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에 진출했다. ‘토종 요가복 3 대장’ 안다르, 젝시믹스로 알려진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뮬라를 비롯해 현재 국내 요가복 전문 브랜드는 수십 개로 늘었다.

업계 1위 안다르 매출은 2015년 창업 당시 8억원에서 지난해 721억원으로 뛰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매출은 2018년 217억원에서 지난해 641억원으로 늘었으며, 뮬라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50억원에서 296억원대로 증가했다.

특히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을 시작으로 요가복 브랜드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올해 하반기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7월 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업 가치는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안다르 역시 2년 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룰루레몬처럼 사업 영역을 넓히는 흐름도 눈에 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올해 하반기 정보기술(IT)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통해 홈트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2009년 5000억원에서 2016년 1조5000억원까지 성장했고, 올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국내 의류·유통 업계는 성장 동력으로 애슬레저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중저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 스파오는 레깅스, 브라톱 등 40종 상품으로 구성된 ‘액티브 라인’을 출시했고,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도 요가 라인 ‘밸런스’를 선보였다. 이어 국내 대표 패션 업체인 한섬과 LF를 비롯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 스포츠 브랜드 휠라 등도 애슬레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plus point

룰루레몬,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비재 브랜드

올해 2월 문을 연 룰루레몬 판교점. 사진 룰루레몬
올해 2월 문을 연 룰루레몬 판교점.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이 2년 연속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에 올랐다. 글로벌 최대 미디어 서비스 그룹 WPP와 산하 브랜드 컨설팅 기관 칸타의 브랜드 자산 평가 플랫폼인 ‘브랜드 Z’의 ‘상위 75개 소비재 브랜드 가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새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른 주인공은 룰루레몬이다. 룰루레몬의 브랜드 가치 성장률은 40%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97억달러(약 11조6200억원)다. 룰루레몬은 지난해에도 브랜드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뛴 소비재 브랜드였다.

올해 조사 결과는 4월 중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코로나19의 초기 영향이 반영됐다. 룰루레몬에 이어 코스트코(35%), 아마존(32%), 타깃(27%), 월마트(24%) 등의 순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브랜드는 언더아머(-34%), H&M(–27%), 월그린(-26%), 버버리(–18%) 등의 순이었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큰 코스트코, 아마존, 타깃, 월마트 등 유통 브랜드가 선전했지만, 휴업 및 매장 방문객 감소 탓에 브랜드 가치 하락을 겪은 의류 브랜드가 속출했다.

상위 75개 소비재 브랜드 가운데 브랜드 가치 1~3위는 아마존, 알리바바, 맥도널드순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일본 온라인 패션몰 조조타운(52위) 등 일본 브랜드와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듀오듀오(26위) 등이 새롭게 순위에 진입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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