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펠로톤, 미러, 카카오VX, 토날의 홈트레이닝 제품. 사진 각 사
왼쪽부터 펠로톤, 미러, 카카오VX, 토날의 홈트레이닝 제품. 사진 각 사

오는 11월 중순 결혼식을 올리는 하예빈(34)씨는 다시 홈트레이닝(이하 홈트)을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홈트와 걷기, 식단관리로 한 달 만에 5㎏을 감량하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웨딩 촬영을 위해 다이어트가 절실한 상황에서 회사 근처 헬스장에서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업무 특성상 퇴근 시간이 유동적인 데다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헬스장이 아직은 꺼려졌다. 하씨는 일주일에 4~5회 정도 유튜브 채널 ‘스미홈트’ ‘강하나 스트레칭’ ‘레베카 루이즈’의 유튜브 동영상 2~3개를 보면서 따라 한다. 홈트를 위해 구매한 용품은 요가매트뿐이다.

그는 “홈트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하고 바로 내 집에서 씻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여러 ‘홈트레이너’의 동영상 중에서 골라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씨처럼 내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族)이 늘고 있다. 롯데멤버스는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대 이상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홈트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8.1%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홈트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집에서 운동하는 이유로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운동할 수 있어서(54%)’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36.9%)’ ‘바이러스 때문에 외부 활동이 꺼려져서(32.8%)’라는 답변이 많았다. 즐겨 하는 홈트 종류는 세대별로 달랐다. 20대는 스쿼트·플랭크·요가·필라테스 등을 많이 해봤다고 답했고, 40대는 덤벨·줄넘기 등 소도구 운동, 50대는 실내자전거·러닝머신 등 기구 운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홈트 시장 규모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요가매트, 아령, 폼롤러, 케틀벨 등 관련 상표출원이 2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홈트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특허청은 분석했다. 특허청은 “홈트 관련 시장은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져 당분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라고 봤다.

특히 코로나19는 홈트의 ‘스마트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수록 ‘집콕’ 시간의 질, 즉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스피리언스는 집 안(indoor)과 경험(experience)을 뜻하는 합성어다. 코로나19 시대의 홈트족은 내 집을 헬스장 못지않게 꾸미기 위해 신기술이 결합된 홈트 제품을 사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카카오VX의 홈트 서비스 ‘스마트홈트’ 6월 이용자 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던 2월과 비교해 약 40% 증가했다. 스마트홈트는 이용자의 체형과 운동 목적을 등록하면 그에 알맞은 홈트 영상을 추천해주고, 동작 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홈트 영상을 제대로 따라 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절 단위로 운동 동작 정확도가 초록·주황·빨간색 선으로 나타난다. 초록색 선은 제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의미, 빨간색 선은 틀렸다는 신호다. 스마트홈트 애플리케이션(앱) 결제 시 한 달 구독료는 2만9700원. 꾸준히 운동하면 다음 달 구독료를 할인해주는 홈트 챌린지 기능도 있다. 스마트홈트와 비슷한 앱으로 국내 스타트업 위힐드가 선보인 ‘라이크핏’이 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홈트 기구와 콘텐츠 구독을 결합한 홈트 서비스 사업이 성업 중이다. 글로벌 최대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최근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사들인 ‘미러’는 스마트 거울과 요가·복싱·필라테스 강의를 제공하는 홈트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미러 제품은 전신거울처럼 보이지만 영상과 음성을 통해 전문 강사와 소통할 수 있다. 강사는 이용자의 신체 및 생체 정보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운동을 추천하고 일대일로 지도한다. 미러의 스마트 거울은 1495달러(약 180만원)이며 강의 구독료는 한 달에 39달러(약 4만6700원)다.


‘넷플릭스처럼’ 홈트 강의 구독

‘토날’은 현재까지 9000만달러(약 1078억원)를 투자 유치한 실리콘밸리 홈트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토날도 미러와 마찬가지로 거울을 이용하지만, 근육을 키우려는 남성이 주요 고객층이다. 벽걸이형 스마트 거울을 보며 중량 운동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데, 본체 측면에 연결된 막대기 형태의 부품과 스마트 액세서리를 통해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중량도 90㎏까지 조절된다. 스마트 거울 본체는 2995달러(약 359만원), 스마트 액세서리는 495달러(약 59만원), 월 구독료는 49달러(약 5만8700원)다.

홈트 서비스의 구독 사업 모델을 널리 퍼뜨린 회사는 ‘피트니스 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이다. 2012년 뉴욕에서 창업한 펠로톤은 2017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등극, 2019년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실내 자전거 판매와 실시간 운동 콘텐츠 구독 사업을 한다. 펠로톤 자전거에는 22인치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는데, 온라인 연결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업에 참여하거나 맞춤형 운동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운동량 등에 따라 전 세계 이용자 순위를 공개하면서 게임적 요소를 더했다.

펠로톤 자전거 가격은 2245달러(약 269만원),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월 구독료는 39달러(약 4만6700원)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펠로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66% 늘어난 5억2460만달러(약 6284억7100만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구독 회원 수는 64% 증가해 88만6000명을 넘어섰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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