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취임 후 첫 부동산 정책인 ‘8·2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 홍보 영상에서 “다주택자는 내년 4월까지 집을 팔아라”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유튜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취임 후 첫 부동산 정책인 ‘8·2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 홍보 영상에서 “다주택자는 내년 4월까지 집을 팔아라”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유튜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부동산 정책이 엇나가기 시작한 시점을 대체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본다. 이 대책은 세제·대출·청약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에 이른바 ‘삼중 자물쇠’를 채웠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공급은 도외시한 채 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주택 시장을 달군 시발점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자의 조바심을 자극하는 시그널(신호)을 주며 정책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임대주택 등록 유도 정책이 8·2 대책의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정부는 당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임대차 시장 투명성을 높여 정부가 ‘방향타’를 쥐고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면서 연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임대주택 등록 때 2021년까지 취득세·재산세 감면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 8년 이상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양도세 장특공제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하고, 양도세 중과배제, 종부세 합산 배제 등의 ‘당근’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정부의 오판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12월 한 달에만 7348명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임대사업자는 26만1000명. 전년보다 무려 6만2000명(31.2%)이 증가했다. 임대주택도 같은 기간 79만 가구에서 98만 가구로 24.1% 늘었다. 정부의 ‘인센티브’를 노린 투자자들이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마침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여유자금이 있던 투자자들은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를 이용한 ‘갭(gap) 투자’로 대량의 주택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정부는 올해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때 엎질러진 물을 담았다. 4년짜리 단기임대와 8년짜리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대주택사업 등록 가구가 워낙 많아 앞으로 주택 시장에서 유통될 물량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당시 임대주택사업자들은 세제 혜택을 위해 8년짜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기간에는 매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누적 임대사업자는 48만1000명, 임대주택은 150만8000가구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수단이 막힌 것도 문제가 됐다. 정부는 8·2 대책에서 청약가점제 적용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 민영주택 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물량의 75%에만 가점제가 적용됐는데, 이를 100%로 확대했다. 조정대상지역 전용 85㎡ 이하는 40%에서 75%로, 85㎡ 초과는 0%에서 30%로 늘렸다.

이는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였지만, 동시에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며 가점이 낮은 30대 무주택자들이 청약을 포기하는 계기가 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다자녀 특별공급 등의 제도가 있었지만, 소득 기준의 문턱에 걸리는 사례가 많았다. 결국 이들은 갭 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게 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축소도 청약가점제 적용 확대와 연결돼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정부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의 규제지역을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LTV·DTI를 60%에서 40%로 줄였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돈줄’을 막아버린 것이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포기했는데, 대출마저 막아버리니 수요자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극에 달하게 된다. 갭 투자를 통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수요자들의 생각이 강해졌고, 결국 서울 집값은 들썩이게 된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실수요자에겐 강력한 대출 규제를 퍼부었지만, 정작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는 그 이후에 나왔다”며 “이런 식으로 정부가 뒷북 정책을 펼치다 보니 투기 세력에게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강화 역시 정부의 실책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양도세를 강화하면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당장 집을 팔 것으로 생각했다. 규제지역 지정과 대출 규제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며 주택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 달랐다.

정부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세를 6~42%에서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 각각 중과하고 장특공제 적용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1일까지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한다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거주하지 않는 집은 얼른 파시라”는 말까지 남겼다.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다주택자들은 집을 안 팔고 보유해 시세차익을 보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2017년 7월 말부터 2018년 3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6.46%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11.84%), 강남구(10.98%), 강동구(9.02%) 등 이른바 ‘강남 4구’에 포함된 집값 상승률이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불과 몇 달 만에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데, 양도세 중과가 무서워 집을 파는 주택 보유자는 없었다.


plus point

3여 년간 쏟아진 22번의 부동산 정책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1개월 만에 첫 부동산 정책으로 6·19 대책을 내놨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낮추고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게 핵심이다. 하지만 주택 시장 열기가 잡히지 않자 역대 가장 강력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8·2 대책을 곧바로 발표했다. 이어 후속 조치인 9·5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했고,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신DTI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주택 시장 상승률이 주춤하며 효과를 보나 했지만, 이듬해 주택 시장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2018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3.56%에 달했다. 8월 27일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강화, 종부세·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핵심인 9·13 대책까지 내놨지만, 주택 시장 열기는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수도권 3기 신도시, 12·16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 이후에만 잠시 열기가 가라앉는 데 그쳤다. 올해도 정부는 2·20 대책, 6·17 대책, 7·10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앞서 노무현 정부도 2003년 5·23 대책, 9·5 대책, 10·29 대책 등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과 분당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이 강북 일부와 수도권 남부 지역까지 확산됐던 시기다.

2005년에도 5·4 부동산 대책, 8·31 부동산 대책 등의 강력한 규제를 내놨다. 서민주거안정, 부동산 거래 투명화, 주택 시장 안정 대책 등이 핵심이었다. 2006년에도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가 핵심인 3·30 대책 등 긁직한 대책만 10여 차례 발표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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