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위장이혼까지 고민해야 하는 걸까.”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7월 10일 22번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지 9일 후. 몇 날 며칠 잠을 못 자며 세금을 고민했다는 3주택자 지인에게 이런 내용의 메시지가 날라왔다. 부동산 최대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봤다. 이곳에도 역시 ‘높은 세금에 이혼까지 고려해봐야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세금폭탄을 피하고자 위장이혼을 고민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반응도 있지만, “그만큼 현 규제 상황에서 (위장)이혼으로 생기는 세금 차이가 수억원이라면, 이를 용감하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반박도 이어졌다. 다수는 7·10 대책이 극단적이라 패닉(공포)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7·10 대책은 주택 구매(취득세)와 보유(종합부동산세)·매각(양도세)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한꺼번에 끌어 올린 게 핵심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6일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막고, 다주택자에게 실거주 외 주택을 팔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주택 가격 안정화가 목적이라지만, 전문가들은 7·10 대책을 놓고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도, 보유하기도 어렵게 한 ‘퇴로 없는 핵폭탄’이라고 평가한다.


퇴로까지 막은 7·10 대책

7·10 대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세율을 최고 6.0%로 높였다. 현행 3.2%에서 두 배 가까이 올린 것이다. 다주택자에게 보유세를 기존보다 두 배 넘게 부과해 집을 팔 수밖에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시가가 30억원이면 종부세가 약 3800만원, 50억원이면 약 1억원 이상 정도로, 전년보다 두 배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인상된다”라고 말했다.

주택 구입 때 내는 취득세도 2주택은 주택 가격에 따라 1~3%인 현행 세율을 가격에 상관없이 8%, 3주택과 법인은 12%로 올리기로 했다. 또 세 부담을 피하고자 개인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는 부동산 매매업 법인과 임대업 법인의 현물 출자에 따른 취득세 감면 혜택(현행 75%)도 없앴다.

집을 팔 때 내는 세금도 대폭 올랐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도 각각 10%포인트 올렸다. 기본세율(6~42%)에 2주택자는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더 내야 한다. 현행은 2주택 10%포인트, 3주택 이상 20%포인트였다. 단기 차익을 노린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거래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율을 지난해 내놓은 12·16 대책 때보다 높여 1년 미만 보유는 40%에서 70%로, 2년 미만은 기본세율(6∼42%)에서 60%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정부, 싱가포르 따라 취득세 올렸지만 낮은 양도세 언급 안 해

한국의 종부세는 세계 각국 부동산 정책을 봐도 유례없는 사례라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시장 안정을 위해 부동산 조세 제도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과 같은 ‘징벌적 과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싱가포르의 높은 부동산 취득세율을 근거로 다주택자의 취득세와 양도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싱가포르의 상대적으로 낮은 양도세·증여세·재산세는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싱가포르는 주택 한 채를 매입할 때 최대 4%의 기본세율만 적용받지만, 2주택자와 3주택자는 각각 16%와 19%의 취득세를 부담한다. 주택을 단기간 보유할 경우에도 중과세를 물린다. 싱가포르는 3년 미만 보유 후 매각하는 경우, 차등적으로 4~12%의 양도세를 매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면 집값이 많이 올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지나친 세금 중과에 대해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의 경우 150만파운드(약 22억원)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면 집값의 12%를 부동산등록세로 부과하고, 다주택자에게는 3%포인트가 중과된 15%의 세율을 반영한다. 부동산등록세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취득세다. 하지만 보유 단계에서는 지방세에 해당하는 카운슬세(우리나라 재산세와 유사한 개념)를 부과하는데, 이는 주택 거주자가 납세 의무자다. 자가는 소유자가 내지만, 임차의 경우 임차인이 낸다는 이야기다.


다주택자 매도보다 증여 등 다른 방법 물색

결국 역대급 세금폭탄에 성난 시민은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운동 촛불집회’까지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공급 확대 방안은 외면한 채 집 가진 자를 죄인으로 내몰며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고 있다”라며 “주택 가격 안정보다 증세가 목표 아니냐”고 반발한다. 종부세와 양도세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다주택자는 내년 5월 말까지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버티거나 증여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정부는 세금폭탄으로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지만 시장 반응은 다르다.

절세를 위해 위장이혼이 거론되는가 하면, 부모와 자녀가 한집에 살면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 보유세가 늘어 분가를 선택하는 사람도 생겼다. 부부가 집을 각각 한 채씩 가진 신혼부부는 주택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세법상 혼인신고로 2주택자가 된 신혼부부는 5년 내 한 채를 팔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신혼부부 특별공급까지 고려해 혼인신고를 최대한 미루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집을 팔아 세금을 내느니 자녀나 손주 등에게 증여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7월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에서 총 1만8696건의 증여가 이뤄졌다. 2006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가장 많은 수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증여는 44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74건)의 두 배였다.

정책의 신뢰성을 깨뜨린 여당 의원들의 발언도 다주택자들을 주택 매도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7월 17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가 토론이 끝나고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진다”라는 말실수를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 그래도 높은 세율을 더 높이니 다주택자가 주택 매도 대신 증여 등을 선택하는 매물잠김 현상이 짙어질 것”이라며 “보유세를 올리면 양도세와 취·등록세를 낮춰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금리 상황에서는 전셋값,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안상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