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미도아파트 일대.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미도아파트 일대.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2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 등을 내세우며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투기 수요만 잡으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각종 규제를 내놨지만, 이는 오히려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1000가구 이상의 수도권 대단지는 3기 신도시를 제외하면, 서울의 용산 정비창 부지와 수색역세권 등 정도다. 정작 서울 공급이 막혔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주택 수요가 많은 점, 서울 가구 수 증가를 주택 공급이 못 따라가는 점,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수요가 늘어난 점 등을 간과하고, 공급 대신 규제만 쏟아놓은 게 문제라고 진단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자 문 대통령은 7월 2일 뒤늦게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라”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현재 골프장·유휴지 등 국가 시설 개발, 3기 신도시·수도권 및 서울 택지 용적률 상향,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도심 고밀(高密) 개발, 신규 택지 추가 발굴,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고민했지만, 논란 끝에 없던 일로 결론 내렸다.

정부의 공급 대책 검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에게 양질의 주택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규제(과세)만으로 주택 시장 안정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장이 만족할 만한 공급량을 충족할 대안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라고 말했다.


“서울 공급, 정비구역 해제로 부족해”

주목할 것은 서울 인구는 줄어도 가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제동으로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2015년 약 378만여 가구에서 2018년 384만 가구로 약 6만 가구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인구는 약 990만 명에서 967만 명으로 23만여 명 감소했다. 보고서는 서울의 가구 분화 속도, 주거 형태별 거주 동향, 신축 대비 멸실 주택 수 등을 고려해 시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다세대·다가구·아파트 등 한 해 준공해야 하는 신규 주택 수를 12만1000가구로 계산했다. 하지만 공급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2015~2018년 서울의 연평균 신규 주택 준공 물량은 8만3000가구로 조사됐다. 결국 연 3만8000가구의 공급 부족이 생긴 것이다.

보고서는 서울시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인 2012년 뉴타운·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출구전략을 추진하면서 착공하지 못한 서울 내 아파트가 약 25만 가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12년부터 2018년 말까지 686곳 중 총 393곳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결국 2012년부터 해제된 정비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됐을 경우 6년간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급 부족은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비구역이 해제되지 않았으면, 착공되었을 물량은 2016년 790가구, 2017년 3131가구, 2018년 1만1664가구로 조사됐다. 2017·2018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각각 11.2%, 17.8%로 크게 올랐다.

연구를 총괄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주택 가격 상승 폭이 커진 것은 정비사업 구역 해제로 인한 미공급 주택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2019년 이후 2021년까지 14만7078가구가 예정대로 착공되지 않은 게 2019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 살펴보니…공급 늘리고 규제 풀자 시장 안정

집값을 안정시킨 역대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결국 시장 안정을 위한 정답은 공급을 늘리는 데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7월 21일 서울 소재 34개 아파트 단지의 정권별 아파트값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82.5㎡(25평)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노무현 정부(2003~2008년) 때 94% 급등했다. 같은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2008~2013년)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 5월) 시절 4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7% 상승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0년 5월) 집권 후 3년간 53% 급등했다. 경실련은 강남 4구 내 18개 단지, 비강남 16개 단지 총 8만여 가구의 매년 1월 기준 아파트 가격 변화를 조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주택 가격 상승률이 눈에 띈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 규제만 강화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와 유사하다고 평가받는다. 노무현 정부는 굵직한 규제만 10여 차례 발표했다. 분양권 전매 제한,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확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이 이때 탄생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시장에 꾸준히 주택 공급 신호를 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내곡동과 세곡동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해당 지역에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길음·왕십리 등 뉴타운 사업도 본격화했다. 양도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을 완화하고 전매 제한, 대출 규제 등을 풀어줬다. 투기지역 해제 정책도 펼쳤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plus point

인허가 지연에 4800가구 공급 1년 밀려

이진혁 기자

인허가만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4800여 가구에 가까운 새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었지만, 주택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1년 넘게 일반분양 일정이 밀린 아파트가 있다.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이다. 이 아파트는 2017년 7월 이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일반분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7월 2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받고 7월 27일 강동구청에 3.3㎡당 2978만원의 분양가로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완료했다. 조합은 “7월 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 신청 완료라는 요건을 충족해 7월 29일부터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 서울 최대 재건축 ‘대어’다. 재건축 후 1만2000여 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 아파트는 HUG분양가 통제로 주민 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재건축조합은 3.3㎡당 3550만원을 일반분양가로 책정했지만, HUG는 2978만원을 제시하면서 분양 일정이 계속 연기된 것이다. 둔촌주공 인근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의 경우 전용면적 83㎡가 7월 18일 1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3.3㎡로 환산하면 5100여만원이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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