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6월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정보가 부착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6월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정보가 부착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조차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정책 탓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임대사업·대출·세제·청약규제 등 정부가 계속 강화하는 정책의 경우 다른 업무나 연차 등으로 제때 업데이트하지 못하면 업무에 지장을 겪을 정도라고 한다. 부동산중개사와 세무사, 건설업계 마케팅 직원들도 “부동산 정책이 워낙 자주 나와 헷갈린다”며 “솔직히 찾아보지 않으면 고객과 상담할 때 버벅거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22번에 걸쳐 ‘융단폭격’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쏟아부은 결과다.

최근 국회의장마저 부동산 정책이 헷갈린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 다주택자들이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잇달아 매각할 때 박병석 국회의장은 “관리처분기한 기간이라 3년간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2018년 12월 3일) 이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 하지만 10년 보유, 5년 거주, 1가구 1주택 요건을 갖추면 예외적으로 매각할 수 있다. 박 의장은 1가구 1주택자에 40년간 이 아파트에 실거주해 양도에 문제가 없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업체 직원은 “가령 부동산 정책 직전에 분양 승인을 받았다면 청약 절차나 조건 등은 정책 이전의 내용을 적용받지만, 향후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을 받을 땐 정책 이후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며 “팀원끼리 공유하고 입주자 모집 공고를 꼼꼼하게 읽지만, 헷갈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부동산 업계에서 일한 지 9년이 됐는데, 이렇게 정책이 자주 나오면서 관련 정책을 매번 업데이트하는 건 처음”이라며 “특히 취득세·양도세·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의 경우 관련 내용이 자주 바뀌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은 현 정부가 2017년 6월 19일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인 ‘주택 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 방안’부터 2020년 7월 10일 내놓은 가장 최근의 ‘주택 시장 안정 보완 대책(7·10 대책)’까지 모두 22개, 총 462매(정부 보도자료 기준)의 부동산 정책을 전수 검토해 그 변천사를 살펴봤다.

현 정부는 ‘핀셋 규제’ 기조에 따라 6번에 걸쳐 규제지역을 조정해왔다. 첫 번째 정책에서 경기도 광명, 부산 진구·기장군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2017년 10월 24일 세 번째 정책에서는 부산 기장군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고, 구리, 안양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를 추가했다. 2019년 11월 6일 16번째 정책에선 부산 3개 구와 고양 및 남양주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고, 이어 2020년 3월 18일 19번째 정책에서 수원 영통구·권선구·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신규 지정했다. 이러한 핀셋 규제는 오히려 풍선효과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2020년 6월 17일 발표한 21번째 정책(6·17 대책)에서는 서울·경기·인천 전 지역(김포·파주 등 일부 제외)과 대전·청주를 모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은행원도 세무사도 모를 수밖에

내 집 마련과 직결되는 대출 규제는 8번에 걸쳐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주택 구매 용도 대출을 억제하고, 주택 보유 현황, 주택 소재지, 주택 가격 등에 따라 각각 다른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방식이 됐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정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LTV와 DTI를 각각 10%포인트씩 깎았다.

세 번째 정책에서는 ‘신(新)DTI 제도’를 도입하며, 투자 목적 대출에 대해서는 LTV와 DTV를 각각 10%포인트씩 더 하향했다. 2018년 9월 13일 8번째 정책(9·13 대책)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규제지역 내 신규 주택 담보 대출을 아예 금지했으며,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만 신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19년 12월 16일 17번째 정책(12·16 대책)에서는 ‘고가 주택’의 기준을 공정거래시장가액(공시지가) 9억원에서 실거래가(시가) 9억원으로 조정했다. 통상 공시지가는 시가의 70% 수준으로 사실상 고가 주택의 기준을 낮춘 것이다. 그러면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고가 주택에 대한 LTV를 두 구간으로 나눠 9억원 이하분은 40%, 초과분은 20%를 적용하도록 했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 담보 대출을 원천 금지했다. 2020년 2월 20일 18번째 정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의 LTV 규제도 강화해 9억원 이하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를 적용했다. 6·17 대책에서는 모든 규제지역의 신규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 6개월 내 기존 주택 처분, 신규 주택 전입을 의무화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특히 양도소득세는 5번에 걸쳐 다양한 규제가 덧대진 결과, 실거주 기간이나 보유 주택 수, 보유 주체(법인·개인·임대사업자), 규제지역 여부뿐만 아니라 수많은 요건에 따라 제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결국 법인은 최고 72%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됐고, 임대사업자는 장기임대 등록과 2년 이상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1주택만을 보유한 개인이어도 실거주 기간이 1년 미만이면 50%, 1~2년은 40%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고, 분양권을 갖고 있다면 2주택자로 취급된다.

총 네 번에 걸쳐 인상된 다주택자 종부세는 0.5~2.0%에서 1.2~6.0%로 인상됐다. 세 부담 상한은 150%에서 300%로 상향돼 실질적인 부담이 개정 전보다 6배 이상이 됐다. 정부는 2020년 7월 10일 22번째 부동산 정책(7·10 대책)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추가 과세는 없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7월 22일 발표한 2020 세법 개정안에서는 1주택자 종부세도 인상됐다. 법인은 무조건 종부세 최고 세율(3% 혹은 6%)을 적용받게 됐다.

정부는 2017년 12월 13일 5번째 정책에서 대대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지방세와 임대소득세, 양도세, 종부세 감면을 확대하고 건보료 부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어진 정책들에서 임대사업자 혜택을 지속적으로 축소했고, 7·10 대책에서는 임대등록 제도를 개편해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반면 세 번의 정책을 거쳐 오히려 간단해진 규제도 있다. 바로 자금조달계획서다. 2017년 8월 2일 두 번째 정책은 2015년 폐지됐던 자금조달계획서 제도를 되살려 투기과열지구에서 거래가액 3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매하면 의무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17번째 정책에서 제출 의무 대상에 투기지역과 조정대상지역의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의 6억원 이상 주택이 추가됐다. 그러나 6·17 대책으로 본인이 자금조달계획서 의무 제출 대상인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사라졌다. 규제지역에서는 얼마짜리 주택을 구입하든 간에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진혁·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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